여행을 가기 전, '남북청년이 함께 떠나는 동유럽기행'에 대한 나의 마음은  '남북청년이 함께 떠나는'보다는 '동유럽 기행'에 더 관심이 갔다. 하지만 여행을 다녀오고 난 지금, 이 프로젝트가 나에게 기대했던  어떤 마음의 열매가 내 안에 맺어졌다. 서로 얼굴고 나이도 성격도 잘 모르고 고향도 다른 사람들과 함께 떠났던 통일세대프로젝트는 나를 남북한이 함께 살아가기를 원하는 사람으로 바꾸어 놓았기 때문이다. 

 

우리의 기행은 폴론드 바츨라프 광장에서 시작해 폴란드의 아우슈비츠를 거쳐 독일의 베를린장벽에서 끝을 맺었는데, 그 걸음 걸음 아름답지 않은 곳이 없었고 역사가 베어있지 않은 장소가 없었다. 

 

그렇게 아름다운 풍경과 유규한 역사들 속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 그것은 독일 하이델베르그의 아름다운 풍경도 아니고, 체코 6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카를교, 한해 1억명의 관광객이 몰려온다는 프라하도 아니었다. 

 

내 기억속에 진하게 스며있는 그곳은 바로 폴란드 땅의 아우슈비츠.

히틀러가 민족우월주의를 앞세워 학살했던 수많은 사람들의 흐느낌과 피섞인 눈물이 있는 그곳은 책에서 접하는 것과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공포감을 주기위해 사형장 옆에 세웠던 수용동에는 나무판자가 쳐져 있었다.  63평의 방에 2000명의 사람들을 몰아넣고 한꺼번에 몰살시킨 곳이다. 그런가하면 아이들을 데리고 인체실험을 했고, 학살한 사람들의 머리카락을 모아 카페트를 만들어 팔았다. 아우슈비츠 박물관은 고요했고, 어둡고, 슬퍼 거기있던 나무들조차 말라 죽어버렸다. 

 

너무나도 끔찍한 이곳을 없애버리지 않고  전세계 시민들에게 보여주는 것은, 더 이상 말도 안되는 이념속에 사람들이 인간의 존엄성을 잃고 죽어가면 안되기 때문이었다.  후세 사람들이 이 현장을 보고, 역사를 통하여 배워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한반도, 우리형제의 땅, 자매의 나라에서는 아직도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 물론 우리는 알거나 아니면 관심이 없어 모르거나이다. 알고 있더라도 뜨고 있던 눈을 감고, 말하려는 입을 닫고, 정치적 색깔논쟁에 휘말리고 싶지 않아 두려워 귀를 막으니 이런 일들이 계속해서 일어나는 것이다. 

 

후에, 언젠가 북한이 열릴 때 세계 시민들은 물을 것이다. "너희는 그 때, 너희 형제들이 죽어갈 때, 무얼했니?"  그리고 하나님은 지금도 물으신다. "인경아, 너는 지금 뭘 하고 있니?" 라고,

 

 이런 생각까지 미치자 내가  알고 있으면서 왜 무관심했었나를 생각하게 되었다. 북한 문제에 대해 좀더 알고 싶고 고민해 보고 싶어졌다. 그리고 정말 관심이 없어서 모르고 있는 친구와  가족, 내 주변 사람에게 이 이야기를 알리고 함께 기도하고 싶어졌다. 

 

또한 함께 이번 여행을 하면서 한가지를 다짐했다. 영어와 실력을 갖춘 사람이 되자는 것이다. 

 

유럽을 떠나기 이틀전, 독일 브라덴부르크문에서 유학생 분들이 현악기로 음을 맞추고, 선배가 성악으로 독일국가와 아리랑을 불렀다. 뒤이어 우리팀이  준비한 공연을 했다. 강남스타링과 젠틀맨을 이용한 플래쉬몹을 통일을 이룩한 나라 독일에서 보여주었다. 플래쉬몹 공연 이후 많은 독일인들이 관심을 가지며 물어봤다. 안타깝게도, 그들이 궁금해 하는 것을 모두 해소 시켜 줄  수가 없었다.  내가 기본적인 영어실력밖에 되지 않는다는게 너무나 아쉬웠다.  '통일을 위해 , 분단된 우리 상황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서라도 영어와 실력이 정말 필요하구나'를 절감했다. 

 

돌아오고 벌써 한달이 넘는 시간이 훌쩍 지났다. 시간이 지나 색이 조금씩 바래가는 풍경도 있고, 계속 알리고 기억하려 해 또렷이 남아있는 풍경도 있다. 내가 담아온 기억들로 사람들을 설득하고자 노력했다. 감정적인 호소밖에는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북한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을 통일의 작은 지지자로 설득시키는데 실력의 한계가 있었다.  기운이 빠졌다. 하지만 아직도 내가 일상 속에서 , 삶속에서 통일을 위해 할 수 있는 작은 일들과, 인식개선운동에 대한 구체적인 답들을 찾아나가고 계속 고민해 나간다면 그 고민속에서 나도, 그리고 함께 고민하는 우리 3기 가족들도 통일세대로 성장해 갈  수 있으리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