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 또한 영토 분쟁지역이었다

백두산 하면 당연히 한반도 최고봉으로 손꼽지만 영토문제에 있어선 이곳도 예외일 수 없다. 2007년에는 동계아시안게임 때 백두산에서 올림픽 성화를 채화함으로 중국의 산임을 알렸고, 중국 10대 명산 목록에 넣고 청나라 만주족의 영산임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하려고 신청했다고 하니 남한의 영토가 아닌 백두산에 대한 권리주장을 마음껏 할 수 없다는 사실이 원통할 뿐이었다.


▲ 장백산으로 향하는 도중의 혜산시 외곽 모습. ⓒ한국어깨동무사역원


▲ 장백산으로 향하는 도중의 혜산시 외곽 모습. ⓒ한국어깨동무사역원

백두산을 오르는 정식 코스는 동서남북 네 가지인데 그 중 동쪽을 제외한 세 곳이 중국을 통해 올라가고 장백산이라고 불리며 공을 들여 관광상품을 개발해 나가고 있다. 올해 길 포장을 마쳐서 셔틀버스가 운행하는 곳이 장백시에서 바로 올라갈 수 있는 ‘남파’ 코스인데, 본디 이 남파로 올라가는 코스의 영토에는 북한 국경을 침범하는 곳이 있기에 중국에서 이 부분을 50년 임대계약을 맺어 중국의 관광지로 개발하여 쓰고 있다.

50년임대라고 하면 그 뒤에는 돌려받겠다, 라고 쉽게 생각할 수도 있는데, 현지 가이드의 전언에 의하면 공산주의 국가에서 토지의 개인소유가 없는 정책을 염두에 둘 때 중국에선 이 영역을 ‘매입’했다고 볼 수도 있는 것이다.


▲ 백두산 입구(서파). ⓒ한국어깨동무사역원

쉽사리 속살을 보여주지 않는 백두산 천지
백두산 천지는 평균 20~30% 정도만이 보고 나올 수 있다고 할 만큼 ‘운’이 따라야 볼 수 있는 곳이다. 우리보다 앞서서 이 코스를 돌았던 1차 팀은 ‘남파’를 이용해서 올라갔는데 이후에 연길시까지 이동 시간이 오래 걸려서 애를 먹었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는 조금은 떨어진 ‘서파’를 통해 천지를 방문키로 했다. 도로가 천지 바로 턱 밑까지 열려있는 북, 남파와는 달리 서파는 중턱까지만 올라가고 이후엔 약 1,500개의 계단을 걸어 올라가야 했다.


▲ 백두산 중간 지점까지 타고 갈 셔틀버스 탑승장. ⓒ한국어깨동무사역원


▲ 백두산 중간지점의 매점 및 휴게소. 이날은 비로 인하여 많은 인파가 몰려 있었다. ⓒ한국어깨동무사역원


▲ ‘서파’의 등반 코스. 계단에 보면 몇 번째인지를 표시하는 숫자가 새겨져 있다. ⓒ한국어깨동무사역원


▲ 이 날은 많은 비로 인해서 입장료를 주고도 오르지 못한 채 하산한 사람들도 많았다. ⓒ한국어깨동무사역원

이른 아침에는 날씨가 괜찮은 듯해 보였으나 가는 도중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천지를 보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일행 중에는 실망하는 사람들도 있어 보였다. 그래도 산의 입구와 정상의 날씨도 다른 백두산이었기에 희망을 가지고 올라보기로 했다. 계단을 올라야하는 중간 광장부터는 엄청난 폭우와 만나서 결국 힘들여 계단까지 올랐지만 짙은 안개 속에 천지는 가려 전혀 보질 못했다. 마치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남북관계를 보는 것 같다고나 할까.

결국 남파로 올랐던 1차팀이 촬영한 천지를 보며 아쉬움을 달래야 했다. 지금의 장백산은 비행기를 타고 와서도 하루 꼬박 차로 이동을 해야 오를 수 있다. 멀지 않은 미래에 통일이 된 조국의 땅을 통해 이 산을 내 집처럼 드나들 수 있는 시대가 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