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을 대비한 교육기반 구축 사업의 일환으로 탈북청소년교육지원센터 운영사업을 안정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법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정원 한국교육개발원 탈북청소년교육지원센터 소장은 15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회관 다산홀에서 열린 교육부 주최 ‘제1차 탈북학생 교육 포럼’ 주제발표에서 “법적 기반 구축은 탈북학생의 성장과 자립을 도모할 뿐만 아니라 탈북청소년 교육지원 사업의 장기적이고도 안정적인 운영의 토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 '탈북학생 교육, 통일을 대비하다' 토론회 장면. ⓒ유코리아뉴스 최승대

2009년 11월 개소 이후 현재까지 한국교육개발원 탈북청소년교육지원센터는 탈북학생용 교재 개발, 교육과정 개발, 상호이해 교육자료 개발, NK 교사(교사 출신 탈북주민) 연수 프로그램, 탈북학생 지도교사 연수 등 다양한 사업이 진행돼 왔다. 이러한 연구 결과물과 사업 내용 등이 통일 이전 단계에서 요구되는 남북한 교육통합 준비 작업으로서 위상을 지닌다는 것인데, 이를 토대로 남북한 통합 교육과정 개발, 남북한 교육문화 통합, 남북 교사 상호교류, 남한 교사들의 교육 통합 역량 강화 등에 이바지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날 토론자로 나선 조정아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센터가 향후 남북 교육통합 기반 구축을 목표로 하기 위해서는 연구 기능을 보다 활성화하고, 장기적인 연구를 수행하기 위한 인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하여 김정원 소장은 구체적으로 이를 실현시키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써, 2013년 8월 13일에 신설된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제 24조 3항을 들었다. 법령은 아래와 같다.

 제24조(교육지원) ①통일부장관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보호대상자의 나이, 수학능력(修學能力), 그밖의 교육 여건 등을 고려하여 보호대상자가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필요한 지원을 할 수 있다.
② 통일부장관은 예산의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북한이탈주민을 대상으로 초·중등교육을 실시하는 학교의 운영에 필요한 경비를 지원할 수 있다.
③ 통일부장관은 교육부장관과 협의하여 보호대상자의 교육을 위한 전문 인력을 확보하고, 보호대상자의 학력 진단·평가, 교육정보관리, 교육, 연수 및 학습활동의 지원 등 보호대상자의 교육지원과 지도를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이 조항을 근거로 하여, 교육부 차원에서 법령을 마련하여 탈북청소년교육지원센터 사업의 법적 토대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현재 통일부 산하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의 설립 근거가 되고 있는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에 관한 법률』제30조와 유사한 조항이 따로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김용 청주교육대학교 교수는 이날 주제발표를 통해, 이에 대한 실질적인 방안으로써 하위 입법을 통한 구체화 작업을 제안했다. 하위 법률인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개정하여, ‘시행령 45조의3’을 신설한다는 방안이다.

* 신설 시행령 법안 문구(안)
제45조의3(교육지원 및 지도) ① 통일부장관은 법 제24조 제3항에 따라 보호 대상자의 교육 지원 및 지도 등 사업 운영에 필요한 경비를 관계 기관의 지원과 중복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지원할 수 있다.
② 통일부장관은 사업 수행 주체와 경비 지원을 결정하기 위하여 사전에 교육부장관과 협의하여야 한다.
③ 보호 대상자의 교육 지원 및 지도 사업을 수행하는 기관의 장은 사업 운영 실적을 통일부장관에게 반기별로 보고하여야 하며, 통일부장관은 사업 운영이 지원 목적에서 벗어나지 아니하도록 관리·감독하여야 한다.
④ 통일부장관은 경비를 지원받는 기관의 예산 집행이 지원 목적에 부합하지 아니하거나 지원의 성과가 저조하여 계속 지원하는 것이 부적당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지원을 중단할 수 있다.
⑤ 제1항부터 제4항까지에서 규정한 사항 외에 보호 대상자의 교육 지원 및 지도에 필요한 사항은 통일부장관이 정한다.

이어진 지정토론 시간에 유욱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관계 부처간 협업이 매우 어려운 현실을 지적했다. 탈북청소년 교육 지원은 통일부와 교육부가 공동으로 추진하는 사업인데, 탈북청소년들의 교육 적응 문제에 있어서는 결국 교육부가 발 벗고 나서야 하는 사안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평가’에 대한 부분을 지적하면서, ‘교육 수요자’의 관점에서 사업 계획이 이루어져야 하고, 실제 수요자에게 진정한 도움이 제공되었는지가 평가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 '탈북학생 교육, 통일을 대비하다' 토론 장면. ⓒ유코리아뉴스 최승대

이외에도 토론자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한 사항 중의 하나는 ‘탈북 학부모 교육’에 대한 부분이었다. 최은미 인천광역시교육청 장학사는 탈북학생들이 학교에서 민주시민교육을 받더라도 탈북 학부모의 북한체제식 사고방식과 생활방식에 의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게 되고, 학부모에게 학교에서 연락을 해도 잘 받지 않거나, 자녀 교육은 국가 책임이라는 식의 무관심한 반응이 돌아오는 현실을 토로했다. 탈북 학부모들은 우리나라의 교육제도, 자녀교육, 진로지도 등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고, 이로 인해 자녀들에게 실질적인 불이익이 발생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극복하기 위해 탈북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하는 학교 문화에 대한 사전이해 교육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조정아 연구위원 또한 ‘비보호’ 청소년(가정환경은 북한 문화 배경의 사람들이지만, 본인은 제3국에서 태어나 북한이탈주민으로서의 법률 보호와 지원을 받지 못하는 청소년)들의 지원 열외 현실을 지적하면서, 가정 전체에 대한 지원이나 학부모들에 대한 지원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까지는 탈북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 지원이 진행 사업의 다수를 차지했으나, 일반 학생과 시민 등 남한 사람들에 대한 교육으로 확대해야 할 필요성 또한 제기되었다. 탈북청소년들의 교육 적응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그들을 대하는 남한 사람인 ‘우리’의 태도와 시선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윤도화 한겨레중고등학교 교감은 남한 학생들의 탈북청소년에 대한 왜곡된 의식과 시선이 언론에 비치는 북한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과 반공교육 세대인 부모님들의 영향으로 인해 형성된 경우가 많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두려움의 대상이 되어버린 탈북청소년들을 바로 이해하기 위해, 범정부 차원에서의 탈북주민(탈북청소년) 이해 교육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날 행사는 80여명의 시도교육청 장학사 및 일선 학교 교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성황리에 진행됐다. 탈북청소년교육지원센터의 추진 사업 성과들은 사업 대상이나 사업의 성격, 평가 기준 등을 살펴보았을 때, 다소 ‘학교 내 탈북청소년 교육 지원’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이 사실이다. 실제 포럼 참석자들의 대부분이 교육청 관계자나 일반 학교 교사들로 이루어진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다. 그러나 적지 않은 수로 엄연히 존재하고 있는 ‘학교 밖 탈북청소년’들과 ‘무연고 탈북청소년’, ‘비보호 탈북청소년’들의 성장과 자립 역시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이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면서, 다시 한번 관계 부처간의 협업 문제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학교밖 청소년’은 교육부가 아닌 여성가족부 소관이라는 명제가 이 사안의 회피 명분이 되기 때문이다. 실제 이 포럼의 목적대로 탈북청소년 교육 지원을 위한 법적 기반이 마련된다면, 통일부나 교육부, 여성가족부 등 관계 부처가 이들을 외면하지 않고, 사업 진행 당사자인 탈북청소년교육지원센터를 통해 이들에게도 지원의 손길이 닿을 수 있도록 정책 개발에 힘써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김단 기자  jade4nk@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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