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은 그 곳에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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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산 |
2016-11-12 09:3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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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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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정리해서 쓰려고 하면 글이 잘 안써지고 결국 글 쓰는 것을 미루고 포기하게 됩니다. 오늘은 두서없이 막 적어볼까 합니다. 저는 곧 결혼을 합니다. 살다보니 열정에 휩싸여 계획하지 않았던 일들도 하게 되나봅니다. 언제나 감성은 이성보다 저멀리 앞서 갑니다. 김어준씨는 정치적 의사결정은 연애와 같다는 얘기를 하더군요. 감성이 결정한 일을 이성이 논리로 뒷받침 해준다는 얘기이죠. 연애와 정치적 의사결정 뿐 아니라 우리네 삶의 많은 일들이 이와 같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는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살고 결혼할 사람은 서울에 삽니다. 만날 수 있는 시간들이 충분치 않습니다.내일은 결혼서약서를 써서 주례자 은사님을 뵙기로 했는데 아내될 사람과 아직 충분한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습니다. 오늘도 결혼식 예복 치수를 조절하는 일과 몇가지 일정들이 빠듯하여 충분히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 부족합니다. 주말밖에는 시간이 없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결혼을 준비하는 중요한 시간들이지만 한편으로 또 오늘은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역사적 분기점이 되는 날이기도 하지요. 오늘 거리에서 확인되는 대중의 에너지 만큼 역사가 한발짝 앞으로 진전할 것입니다. 살다보면 언제나 스스로 이날은 그 자리에 있어야 하는 날이다 느끼는 순간들이 있는것 같아요. 철도노동자분들의 파업의 순간에 세월호 잠수사님의 영결식에 저는 아주 가끔씩 어느 곳에는 내가 있어야하지 않을까 싶은 느낌을 느꼈었습니다. 오늘이 바로 그날이고요. 그래서 고민이 됩니다. 어떻게 시간을 써야할까.
송경동 시인의 시 한 구절을 읽어봅니다.
[ 한 선생이 말했다
당신은 공적인 삶에 과도하게 치우쳐
사적인 삶이 너무 없다고
그러면 죽는다고 ]
(시 '사적유물론' 가운데)
저는 이 시를 읽고 시인과는 반대로 나는 공적인 삶이 너무 없어서 말라가는 것 아닐까 생각을 했습니다. 사적인 삶에 과도하게 치우쳐서. 저는 이 시를 읽으면서 오늘 결혼할 사람과 작성할 서약 가운데 하나를 막 떠올려봤습니다.
'나와 가족을 넘어선 사회적 연대에 삶의 시간 일부를 할당하겠습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생각을 다듬어 봐야겠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시간이 허락하는대로 우리가 어떤 결혼 생활을 만들어갈까를 거리에서 얘기 나누어 볼까 해요. 이렇게 만들어진 결혼서약은 좀 더 내 삶에 기억되고 조금은 더 소중할지 모르겠습니다. 오늘은 모두들 감정에 휩싸여 각자의 분노와 답답함을 표출했으면 좋겠습니다. 그 감정의 이유들을 되돌아 보는 것은 시간을 갖고 천천히 해도 좋을것 같아요.
거리에서 뵈요. 오늘은 그곳에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 이기고 지는 것만이
무엇을 이루고 못 이루고만이
인생의 전부가 아님을 알게되는
삶의 시간들]
(시 '사적유물론' 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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