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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위원들이 간다’①박종화 평화통일연대 이사장(상)
  • 김성원·정지연 기자
  • 승인 2020.06.29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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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코리아뉴스가 ‘편집위원들이 간다’를 시작한다. 핵심 전문가를 찾아 한반도를 비롯한 국내 현안, 개인의 삶을 심층적으로 독자에게 소개하기 위한 것이다. 첫 번째 시간으로 박종화 목사(평화통일연대 이사장)를 선택했다. 박 목사는 국내 대표적인 진보신학자이자 목회자로 정평이 나 있지만 보수를 비롯한 타종교와의 대화에도 누구보다 앞장서고 있다. 그에게서 진보와 보수를 갈려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한국사회와 한국교회의 해법을 찾아봤다.

인터뷰는 24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박 목사의 사무실에서 약 2시간 가까이 진행됐다. 기사는 대북 삐라 문제를 비롯한 최근 현안과 진보-보수를 아우르려는 그의 삶을 조명한 두 편으로 나뉘어 게재한다. 이번 ‘편집위원이 간다’에는 김영식 유코리아뉴스 대표를 비롯해 편집위원인 이태형 기록문화연구소 소장, 윤은주 뉴코리아 대표, 박예영 통일코리아협동조합 이사장, 김성원 평화통일연대 사무총장이 함께했다. -편집자 주

박 목사는 우선 탈북민 단체의 삐라 살포에 대해서는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 목사는 “대북삐라가 북한 사람들의 마음을 얻는 게 목적인데 김정은을 공격하면 소탐대실하는 것”이라며 “직접적이기보다는 간접적인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볼턴의 회고록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미국과 남한의 대북정책과 관련해서는 “북한에 너무 당근만 줬다는 말은 맞다”며 “김대중 정부 때부터 당근은 많은데 매가 너무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박 목사는 “문재인 정부가 그동안 (대북정책) 망가진 것 솔직히 인정하고 새롭게 나서야 한다”며 “북한도 망가뜨린 것 금방 회복하기 어려운 만큼 지금은 내실을 강화하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대신 외교를 강화하는 게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북한에 대한 시각도 피력했다. 박 목사는 “북한은 우리와 경쟁이 안 된다”며 “서구에서 살아본 사람 눈에는 북한이 거죽만 강하지 내실이 없어서 내실 경쟁으로 가면 금방 무너지는데 우린 너무 과거에 대해 두려움이 많다. 이제 자신감을 가져도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목사는 그러면서 “북한을 볼 때도 체제는 껍데기라는 걸 알고 봐줘야 한다”며 “대신 민생에 있어서는 철저하게 교류해서 서로 충격이 없는 통일을 이뤄야 한다. 그런 전제하에 나는 교류협력파”라고 밝히기도 했다.

남북통일의 방향과 관련해서는 “독일은 차라리 분단을 지속할지언정 양 독일과 유럽 평화를 깨진 않겠다, 유럽 평화를 위해서 분단해 살겠다 이런 게 강했다”며 “반면 우리는 통일이 우선이냐 평화가 우선이냐에 대해 둘 다인데 ‘민족’이 너무 강하다 보니까 현실은 아니면서도 그렇게 가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문재인 정부가 거듭 ‘평화’를 강조하고 있지만 통일보다는 평화를 지향하겠다는 사회적인 컨센서스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대북지원에 대해서는 서독교회가 동독교회 생활비의 절반을 지원했지만 신문에 전혀 나오지 않았던 것처럼 통큰 대북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박 목사는 한국교회가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를 욕하지만 말고 그 수용자들을 한국에 보낼 것을 제안해 보라고도 했다. 과거 서독 정부가 민간 협력기관들을 통해 동독의 정치범 3만7000여 명을 현물을 주고 데려왔던 것처럼 해보라는 것이다. 이런 파격적이고 통큰 제안이 있을 때 북한의 민심을 얻을 수 있다는 의미다.

다음은 박 목사와의 인터뷰 전문. 

박종화 평화통일연대 이사장. ⓒ유코리아뉴스

-유코리아뉴스 : 탈북민 단체의 삐라 살포가 논란이 되고 있는데?

삐라는 남북이 서로 보내지 않은 적이 없었다. 남북이 다 왔다갔다 했다. 그런데 왜 하필 지금에서야 논란이 될까. 자유민주사회에서 삐라 보낼 수 있다. 하지만 삐라 사역하는 사람들이 좀 생각을 했으면 좋겠다. 삐라를 보내는 목적이 북한 사람들의 마음을 얻자는 것인데 삐라 때문에 북한 체제가 망하진 않을 것이다. 삐라 때문에 일반 사람들, 군인들이 남조선 사회에 향수를 느꼈으면 좋겠는데, 그렇게 하지 않고 김정은을 때리면 결국 소탐대실이 되는 것이다. 남한 내에서도 그런 탈북자들에 대해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다. 방식을 좀 바꿨으면 좋겠다. 간접적 영향을 미쳐야지 직접적으로 하면 어렵다. 탈북자들의 분노는 이해하지만 분노 표출 방식이 스마트하지 않은 것 같다. 그렇다고 정부가 막는 것도 최선은 아닌 것 같다. 냉전 시기 미국이 서독에 핵을 설치한다니까 정부가 주민들에게 부탁했다. ‘반대 데모 좀 해달라’고. 동독에서도 소련이 전투기를 배치한다니까 정부가 주민들에게 부탁했다. 그렇게 동서독 주민들이 반대해서 결국 설치하지 못했다. 독재가 아닌 이상 정부와 민간의 역할분담이 필요하다.

문재인 정부의 근본방향은 다 옳다. 그러나 상대가 있기 때문에 볼턴이 악용하는 것이다. 김대중 때 강인덕이라는 안기부 국장 출신을 통일부장관 세워서 햇볕정책을 추진했다. 난 그런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 

-유코리아뉴스: 볼턴의 일방적인 회고록을 계기로 미국과 남한의 한반도 정책도 재조명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을 어떻게 보나?

볼턴은 문재인 정부가 너무 유약하다는 것인데 채찍과 당근을 같이 써야 하는데 너무 당근만 줬다는 것 아닌가. 그건 맞다. 김대중 때부터 당근은 많은데 매가 너무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지금은 북한에 대해 할 얘기해도 된다고 본다. 아닌 건 아니라고 해야 한다. 그동안 DJ는 부시가 화를 낼 정도로 밀어붙였었는데 오히려 손해를 봤다. 독일은 겐셔 외상이 모스크바와 워싱턴을 시계추처럼 왔다갔다 하면서 외교를 했다. 이런 외교가 좋다. 남북간에 좀 느슨하게 하더라도 난 외교를 강화하면 좋겠다. 문재인 정부가 그동안 (대북정책) 망가진 것 솔직히 인정하고 새롭게 나서야 한다. 북한도 망가뜨린 것 금방 회복 못할 것이다. 결국 내실을 강화하는 수밖에 없다. 중국이 최근 북한에 쌀 80만 톤을 줬다. 우린 5만 톤을 가지고도 논란을 빚었다. 내가 북한이라도 안 받을 것 같다. 우리는 북한을 도와줄 때도 방식을 달리 하면 좋겠다. 몰래 하면 좋겠다. 우리 정부에 두 종류 정책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강경파와 온건파가 정부 내에서 두 가지 정책을 구사해야 한다. 어느 정권은 온건만, 어느 정권은 강경만 이렇게 가면 망하는 거다.

문재인 정부의 근본방향은 다 옳다. 그러나 상대가 있기 때문에 볼턴이 악용하는 것이다. 김대중 때 강인덕이라는 안기부 국장 출신을 통일부장관 세워서 햇볕정책을 추진했다. 난 그런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 사실은 우리가 너무 컸기 때문에 북한에 대한 봉쇄정책은 안된다고 본다. 문재인 정부가 그걸 풀어놔야 하는데 하나하나 사건에 있어서는 보수를 시켜서 해야 하는데 그게 우리 정치상 쉽지 않다. 그 점이 좀 아쉽다.

 

-유코리아뉴스: 올해가 독일 통일 30주년인데 동서독 통일과 남북 통일의 닮은 점과 다른 점이라고 한다면? 통일을 위해 그들에게서 배워야 할 점은 어떤 게 있을까?

우리는 민족주의가 너무 강하다. 독일도 민족주의가 있지만 히틀러 이후 히틀러식 인종적 민족주의는 양쪽(동서독) 다 공히 말하지 않는다. 히틀러한테 너무 대였기 때문이다. 우리는 아직 히틀러 같은 경험이 없어서, 너무 당하고만 살아서 ‘민족 자주’란 말을 자주 쓴다. 독일은 통일할 때 ‘민족 자주’란 말 안 썼다. ‘민족 자주’란 말 쓰면 꼭 히틀러를 연상하기 때문이다. 대신 독일은 ‘유럽인’이란 말을 썼다. 유럽공동체에 속한 독일이라는 걸 강조했고, 이게 세계적 맥락에서 좋았다. 우리는 어쩔 수 없다. 중국, 일본과 차이가 있으니까. 나는 앞으로 통일을 위해서는 열린 민족주의로 가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한반도 평화와 동북아 평화는 뗄 수 없는 것이다. 독일은 유럽의 평화와 독일통일을 같이 가져갔다.

또 하나는 차이이자 같은 점인데 독일은 차라리 분단을 지속할지언정 양쪽 독일과 유럽 평화를 깨진 않겠다, 유럽 평화를 위해서 분단해 살겠다 이런 게 강했다. 반면 우리는 아직 결정이 안 됐다. 통일이 우선이냐 평화가 우선이냐에 대해 둘 다인데 ‘민족’이 너무 강하다 보니까 현실은 아니면서도 그렇게 가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민족주의에 대해서는 늘 퀘스천마크가 많다. 그렇지만 민족애는 좋은 것이다.

두 번째 차이는 독일은 전쟁을 안했기 때문에 적대감정이 적다. 그런데 우린 전쟁 경험 때문에 서로에 대한 적대감정이 골수에 차 있다. 또 하나 차이는 우리에게 유리한 차이라고 할 수 있는데 서독엔 서구 점령국이 있었고, 동독엔 소련 점령국이 있었다. 반면 우리에겐 점령국이 아니었다. 점령국인 상태에서 자주와 점령국이 아닌 상태에서 자주는 좀 다른데 동서독은 점령국 안에서 외교를 하는데 할 소리 다 하고 존중했다. 이건 서구와 비서구의 차이가 아닌가 생각한다. 우린 약소국이다 보니까 제대로 소리를 못 냈는데 이젠 할 소리를 하고 살았으면 좋겠다. 남한이 ‘우린 동북아 전체의 평화 속에 한반도 통일을 원합니다. 한반도 평화가 되어야 동북아 평화가 있지 않소?’라고 하는 평화를 지향하는 민족자주 이런 걸 독일에서 배웠으면 좋겠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아무리 남북이 좋아해도 통일은 어렵다. 우리끼리 할 수 있는 통일이 아니고 주변국이 동의해줘야 되는 통일이기 때문이다. 그걸 얻는 지혜가 필요한데 문제는 우리의 정서상 감정극복이 잘 안 된다는 것이다. 내가 독일에서 배운 게 그것이다. 독일 사람들은 히틀러를 경험해서 그런지 ‘민족 이야기는 하지 말자. 유럽 얘기 하자’고 한다. 난 그게 진심이 아닌 전략인 줄 알았는데 나중엔 ‘통일하지 말고 평화롭게 살자’며 평화제일주의를 천명했다. 그러니까 통일이 되었다. 우리는 ‘민족끼리’란 말을 쓰는데 말은 좋은데 이건 국제적으로 효과가 없다. 통일을 더 어렵게 한다.

 

-유코리아뉴스: 우리는 어릴 적부터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외쳐왔고 통일지상주의를 생각해 왔는데 요즘 젊은이들은 다르게 생각하는 것 같다. ‘과연 통일은 좋은 것인가?’ 통일이 만약 좋은 것이라면 한반도 통일 프로세스는 어떻게 나아가야 할까?

통일은 결과라고 생각한다. 결과로서의 통일이지 과정으로서의 통일은 불가능하다.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지금 남과 북 둘이 합의해서 통일을 이루는 것은 불가능할 것 같다. 둘이 합의가 안 된다. 합의될 수 있는 건 양쪽 체제를 인정하는 바탕 위에서 평화적 공존과 교류를 하고 장기적 가치경쟁을 통해서 흡수하는 것이다. 이 ‘흡수’라는 말은 내가 쓰는 말인데 한 쪽으로 흐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평화공존 속 가치경쟁, 이것이 최대의 통일방식이다. 지금은 북쪽을 갈 수도, 북쪽에서 이쪽으로 올 수도 없다. 살다보면 나긋나긋해져야 한다. ‘흡수하자’, ‘별것 아니네’ 이렇게 되어야 하는데 중요한 건 통일되면 지금보다 훨씬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경제정의가 지금보다 훨씬 좋아야 하고, 평화가 있어야 하고, 인권이 보장되어야 하고 사회보장이 잘 되어야 한다. 우리가 경험한 사회적 가치가 손상된다면 차라리 통일 안하는 게 낫다.

그러니까 통일은 국가의 거죽 통일이 아니라 삶의 통일이다. 그래서 우리가 너무 통일국가론에 묻힐 필요가 없다. 또한 통일민족론에 너무 경도될 필요도 없다. 일상 속 삶의 통일을 주장한다면 현재 있는 상태에서 서로를 인정하고, 평화적 공존을 통해 가치경쟁을 하면 되는 것이다. 이게 아마도 가장 바람직한 통일이라고 생각하는데 나는 북이 이걸 자신 없어 한다고 생각한다. 가치경쟁을 하는데 남북의 물적, 경제적 토대가 너무 차이 난다. 동서독 예에서 보면 그렇게 차이가 큰 줄 몰랐다. 동독은 사회주의 넘버원 국가이고, 서독은 자본주의 넘버투 내지 넘버쓰리 국가다. 막상 통일하고 보니까 동독이 사회주의 넘버원 국가였다는 건 가짜였다. 인프라도 하나 제대로 없었다. 그걸 동독은 알고 있었다고 본다. 평화공존을 하되 체제가 망가지면 안 된다고 해서 소련에 붙었는데 소련체제가 무너지니까 동독이 손을 든 것이다. 서독 때문에 손 든 게 아니라 자기 체제를 유지할 수 있는 큰 체제가 무너지니까 그날로 그냥 날아가 버린 것이다. 이런 점에서 북한을 볼 때도 체제는 껍데기라는 걸 알고 봐줘야 한다. 대신 민생에 있어서는 철저하게 교류해서 서로 충격이 없는 통일을 이루자는 것이다. 그런 전제하에 나는 교류협력파다. 사람은 통하게 되어 있다. 시간이 가면 체제를 뛰어넘는다. 체제에 예속하지 않는다.

유코리아뉴스 편집위원들이 24일 박종화 평화통일연대 이사장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유코리아뉴스

-유코리아뉴스: 한국교회가 가진 보수성 때문에 목사님의 그 얘기를 한국교회가 수긍하긴 어렵지 않을까?

남한이 워낙 커지다 보니까 이제 자신감을 가져도 된다고 생각한다. 내 눈엔 북한이 우리와 경쟁이 안 된다. 서구에서 살아본 사람 눈에는 북한이 거죽만 강하지 내실이 없어서 내실 경쟁으로 가면 금방 무너지는데 우린 너무 과거에 대해 두려움이 많다. 국방은 이대로 계속 강화하는 게 좋다. 통일된 이후에도 대중, 대일, 대러 국방이 필요하다. 어떤 이들은 ‘저런 적군과 어떻게 공존이 가능한가?’라고 할지 모르지만 내가 말하는 공존은 ‘같이 재미있다, 좋다’ 정도가 아니라 전쟁 안하고 살자는 것이다. 경쟁하자는 거다. 공존 안할 수 있나? 전쟁 하자는 건가? 전쟁하면 우리가 손해다. 북은 파괴될 것 없다. 나는 북한 정권과 국민을 구분하자는 입장이다. 동독이 망했지만 1년 후에나 겨우 통일될 수 있었다. 유엔에 가입한 독립국가는 아무나 나서서 소유할 수가 없다. 그래서 동독이 국가최고회의에서 결의해서 총선거를 했다. 인민위원회를 다시 소집해서 거기서 결정했다. 그렇게 해서 동독이 서독에 흡수된 것이다.

북한이 망하면 우리가 흡수할 수 있다고 말하는데 그렇게 되지 않는다. 중국은 자기네가 투자한 것들을 보호할 명목으로 군대를 투입할 수 있다. 일본이나 우리는 갈 수가 없다. 북한 역시 최고인민회의를 열어 공식 결의를 하고 인민투표를 거쳐야 한다. 북한이 무너지면 우리 것 된다고 하는데 천만의 말씀이다. 무너진 이후 결코 쉽지 않다. 그래서 4대국 외교가 필요하다. 유엔 외교도 필요하다. 민족감정은 이해한다. 그러나 국제적 현실은 냉혹하다. 독일도 동독 멸망 후 1년을 가면서 미국, 영국, 프랑스, 소련한테 엄청난 대가를 지불해야 했다. 복잡하다. 남북한이 국제논리로 냉혹한 현실 속에서 판단해야지 지금은 대책이 없다. 베트남은 일방 전쟁이었기 때문에 우리의 모델이 될 수 없다. 싫든 좋든 독일을 모델로 써야 한다.

실제 살아가면서 통일 이루는 것 쉽지 않다. 남한 사람은 우월성이 강해서 북쪽을 다 누르려고 할 것이다. 그러면 북이 반발할 거고 그렇게 되면 혼란이 올 것은 뻔하다. 남한의 장점을 살려서 북한과 완충 역할을 할 사람들이 탈북민인데 그러려면 실력이 있어야 한다. 

-유코리아뉴스: 먼저 온 탈북민들은 통일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제가 독일서 목회 할 때 탈러, 탈동독인들 대상으로 사회교육을 담당했다. 재사회교육이었다. 굉장히 힘들었다. 그 사람들은 신용카드 사용법을 모른다. 동독이나 러시아는 신용사회가 아니기에 계속 의심하는 것이다. 물건을 사고 나중에 갚으면 된다고 해도 그걸 못한다. 자유를 모르고 선택할 줄 모른다. 탈북민이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이 문제다. 탈북자가 뭘 하면 좋을까? 두 가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선은 빨리 남한 사회에 적응해서 남한 사람처럼 사는 것이다. 이것도 쉽지 않다. 잘하면 ‘탈북민이 잘하네’ 못하면 ‘탈북민이니까 못하네’ 이렇게들 인식한다. 탈북민은 특수외국인이다. 내가 탈북민이라면 여기서 사는 동안 열심히 배워서 통일이 되는 순간 내 고향에 가서 거기서 선두주자로 일하겠다고 생각할 것 같다. 실제 살아가면서 통일 이루는 것 쉽지 않다. 남한 사람은 우월성이 강해서 북쪽을 다 누르려고 할 것이다. 그러면 북이 반발할 거고 그렇게 되면 혼란이 올 것은 뻔하다. 남한의 장점을 살려서 북한과 완충 역할을 할 사람들이 탈북민인데 그러려면 실력이 있어야 한다. 지금이니까 탈북민이지 나중에 통일되면 오히려 거추장스런 존재가 될 가능성이 많다. 북한이 사는 방법은 현재의 경제사회 체제를 유지하되 정치독재만 빼고 서서히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남한식으로 가면 완전히 종속되고 만다.

 

-유코리아뉴스: 그런 점에서 동독과 서독의 통일과정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클 것 같다.

올해가 독일 통일 30주년인데 아직도 통일이 안 된다. 경제, 사회, 의식이 통일이 안 된다. 지금 독일의 문제는 동독은 나라가 아니라 2류 사회다. 3류 사회다. 동독에서 공산당이 당명만 바꿔서 총선에 나왔는데 사람들이 표를 찍어준다. 분노 때문에 그렇다. 북한도 그럴 것이다. 난 솔직히 통일 이후가 걱정이다. 독일을 보면 통일되고 나서 동독사회가 완전히 피폐해졌다. 독일이 그렇게 도와줬는데도 말이다.

내가 가본 북한은 통일되는 순간 다 갈아엎어야 한다. 관공서나 유물만 빼고 말이다. 그런데 남한식으로 북한을 뒤집으면 북한은 뿌리째 다 뽑혀버린다. 그렇게 가선 안 된다. 점진적으로 바꿔야 한다. 이게 독일이 우리한테 얘기하는 것이다. 점진적으로 바뀌는 역할을 탈북민들이 해야 한다. 탈북민들이 각자 영역을 정해서 북한을 재건할 때 서서히 재건할 수 있도록 지금부터 공부 많이 해야 한다. 그걸 안하면 남한에서도 쓸모없고 북에 가서도 쓸모없게 된다. 탈북민은 남북교류 국면에서 전혀 존재감이 없을 수 있다. 독일도 그랬다.

우리는 북한을 남조선화 시키지 못한다. 북한은 북한식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그러려면 인내가 필요하고 전문가가 필요하다. 탈북민 3만 명 중에 고향 돌아가서 중재자 역할을 할 사람들에겐 특수교육을 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대중 대통령이 대통령 선거에서 떨어지고 독일 모시고 갔을 때다. 동독 사회부장관이 DJ에게 하는 말이 ‘절대로 다 부수지 마라. 다 부수고 나서 서독에 갔더니 말귀도 안통하고 해서 동독이 난리가 났다’고 했다. 중간간부들을 잘 교육시켜 재건에 쓰라는 것이었다. 탈북민들은 남한에서 북한식 사고방식을 포기하지 말라. 남한식 방식이 다 좋은 건 아니다.

한국교회에도 제안할 게 있다. 북한의 요덕수용소(정치범 수용소)를 욕하지만 말고 차라리 인수하겠다고 하라. 과거 서독은 동독의 정치범 3만 명을 사왔다. 자꾸 북한에 하지 말라고만 할 게 아니라, 그들을 우리나라로 보낼 것을 제안해보라.

-유코리아뉴스: 꽉 막힌 대북지원은 어떻게 하면 좋을까?

중국이 얼마 전 북한에 80만 톤의 쌀을 줬다. 우리가 지난해 5만 톤 준다고 한 것과 너무 비교된다. 남한이 통을 좀 더 키워야 한다. 요만큼 주면서 주네 마네 하면 기분 나쁠 수밖에 없다. 서독은 몰래 도와주는 게 많았다. 동독교회 생활비의 절반을 서독교회가 17년간 지원했지만 신문에 전혀 나지 않았다. 윗선의 정책은 왔다 갔다 했지만, 아래에선 이런 지원이 계속됐다. 한국교회에도 제안할 게 있다. 북한의 요덕수용소(정치범 수용소)를 욕하지만 말고 차라리 인수하겠다고 하라. 과거 서독은 동독의 정치범 3만 명을 사왔다.(1963년부터 1989년 동독 체제 붕괴 시까지 서독 정부와 민간 협력기관들은 동독의 정치범 3만 3,755명을 교도소에서 석방하도록 요구하고, 석방의 대가로 34억 마르크 상당의 현물을 지불했다.-편집자 주) 자꾸 북한에 하지 말라고만 할 게 아니라, 그들을 우리나라로 보낼 것을 제안해보라. 과연 그럴 용의가 있는지 묻고 싶다.

 

◇누구인가?

박종화 목사는 한신대를 거쳐 독일 튀빙겐대학교에서 신학박사학위를 받았다. 한신대 교수를 거쳐 한국기독교장로회 총무, WCC 중앙위원을 역임했다. 강원룡 목사의 뒤를 이어 경동교회 담임목회를 했다. 지금은 국민문화재단 이사장, 평화통일연대 이사장,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이사장을 맡고 있다. 『평화신학과 에큐메니칼 운동』, 『칼 바르트』 등 다양한 저서가 있다.  

김성원·정지연 기자  ukorea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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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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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혜연 2020-06-30 23:02:54

    정치범수용소 이야기만 나오면 멸북극우세력으로 오해받아 북에서는 입국이 전면 거절당해요~!!!!!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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