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께서 보내주신 천사들을 믿습니다"

우성씨의 일기를 보면 한 가족의 비극사가 그대로 드러난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북한에서 나와 중국에서 아버지와 단둘이 살고 있는 여동생을 어떻게 하면 행복하게 해줄 수 있을까 고심 끝에 한국에 데려왔지만, 그것도 평소 알고지내던 국정원 직원의 협조하에 데리고왔지만, 이것이 자신과 온 가족을 옭아매는 간첩사건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던 것이다.

여동생은 중앙합동신문센터에서 지내는 동안 오빠를 북한 보위부의 지령을 받은 간첩으로 믿고 진술했다. 나중에 기자회견을 통해 “국정원이 이렇게 거짓 진술하면 남한에서 오빠와 함께 잘살게 해주겠다는 말에 속아서 그렇게 진술하게 됐다”고 폭로했다. 한마디로 국정원의 회유에 넘어가 오빠를 간첩으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증거조작보다 더 어마어마한 ‘간첩조작’ 사건이라는 걸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가 간첩이라는 공소사실과 증거보다 그가 간첩이 아니라는 반대 증거, 알리바이가 더욱 많고 확실했다. 간첩사건 치고는 드물게 1심 법원이 그의 무죄를 선고했던 것도 도저히 부인할 수 없는 확실한 증거 때문이었다. 그리고 거기엔 수많은 변호사들, 기자들, 용기있는 탈북자들, 한족·조선족 지인들, 신부, 목사가 있었다. 확실한 증거와 증인 앞에 조작의 마력은 맥을 못췄던 것이다. -편집자 주

2013년 2월 26일 화요일
예견대로 뉴스에서 오늘 탈북자로 위장한 간첩 유모씨 중국 국적인 간첩이 2011년부터 서울시청에서 근무하면서 탈북자 신원 200여명을 북한에 넘겼다고 오늘 뉴스에 나왔다. 결국 그렇게 기도하고 기도하면서 제발 벌어지지 말아야 할 일이 결국 벌어지고 말았다. 나는 앞으로 여기서 아마도 5년 정도는 살 것 같다. 내 나이 40이 되어야 여기서 나갈 것 같다. 왜? 왜? 왜?

나는 새터민들 정착하는 데 도움을 주고싶었던 것밖에 없었는데 왜 나한테 이런 감당할 수도없는 엄청난 벌을 주시나요? 왜? 왜? 왜?

억울하고 원통하여 말이 안나온다. 도대체 내가 무엇을 잘못했다는 것인가. 끝내 간첩이라는 죄명을 벗지 못했다. 머리가 터질 것 같고 미치겠다. 아마 재판에서도 내 편을 절대 안들어 줄 것 같다. 그럼 난 어떻게 되는 건가. 쓰레기 같은 내 인생 죽기보다 못하다. 난 이렇게 인생이 망하고 말았다. 나는 운이 이 세상에서 제일 나쁜 놈이다.

억울해 미치겠다. 2013년 1월 21일, 한 달 지나서 2월 26일 나한테는 최악의 날이다. 아버지가 걱정된다. 동생도 걱정된다. 미치겠다. 도대체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나. 죽으면 편해질까.

2013년 2월 28일
어제 받은 동생 진술서를 밤새 읽어봤다. 어떻게 전부 다 거짓말이다. 왜, 동생이 진술하면서 한번쯤이라도 다시 생각해보고 사실과 진실을 다 이야기하겠다는 생각을 안했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진술서 보면서 동생은 정말 많이 세뇌받았고 유도 질문에 넘어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불쌍한 내 동생 너무 고생이 많다. 그래서 동생 심정도 이해할 것 같다.

오후 3시에 변호사님들 오셨고 그분들과 같이 2시간 넘게 이야기를 나눴다. 그래도 마음은 좀 편안해졌다. 3월 4일(증거보전 신청 기일-편집자 주) 동생을 만날 수도 있고 동생 진술이 대부분 다 거짓말이라는 것을 증명할 수도 있다.

2013년 3월 1일
나는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한다. 그래야 이길 수 있다. 정의는 꼭 밝혀진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하느님의 아들(자녀)임을 믿고 있다. 하느님께서 보내주신 천사를 보았다. 신심을 가지고 변호사님들과 함께 싸워야 한다. ‘하느님, 변호사님들에게 명료한 머리와 판단을 주옵소서. 나는 하느님께서 보내주신 천사들을 믿고 있습니다. 그리고 정의는 꼭 밝혀지리라고 믿습니다.’


▲ 2013년 3월 4일 증거보전 심리가 열린 날 여동생에 대한 소회를 밝히고 있는 우성씨의 일기

2013년 3월 4일 월요일
옷을 입고 차를 타고 안산으로 향했다. 10시가 되자 증거보전 재판이 시작되었다. 나는 모니터로 동생을 볼 수 있었다. 동생은 많이 말라 있었고 너무 많이 울어서 눈밑에 피부가 까져 있었다. 나는 가슴이 너무 아팠다. 정말 죽을 만큼 너무 아팠다.

변호사님들은 동생이 나와서 대질 증거보전 하기를 원했지만 검사들은 방 안에서 해야 한다고 했다. 나는 동생이 사실을 말해주길 정말 손꼽아 기다렸다. ‘대질 증거보전 시작’ 할 때 나도 모르게 울어버렸고 동생도 울어버렸다.

문제는 동생이 잘못 판단한 거였다. 동생은 북한에서 한국에서 살게 해준다는 국정원의 말을 믿고 거짓말을 한 것이다. 동생은 자기의 거짓말을 인정하지 않고 계속계속 거짓말을 해갔다.

오랜 시간 12시간 넘게 동생이 그냥 자기가 쓴 것을 보고 읽으며 시간은 다 지나갔다. 대질 증거보전 시작해서 얼마 안되서 동생과 나는 너무 많이 울어서 그만 점심 먹고 다시 시작하자고 했다. 나는 정말 그때 동생의 마음을 정통으로 찌르지 못했다. 계속 나더러 못 듣고 말못하게 하였다.

동생은 자기가 한 거짓말을 주장하면서 계속계속 해갔다. 나는 잠깐 밖으로 나갔다가 다시 모니터가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모니터에서 듣고 있는 동생의 말은 다 거짓말들이었다. 나는 가슴이 무너졌다. 너무 아팠고 순간 죽고 싶은 마음이었다. 생각만 해도 마음을 진정시킬 수가 없고 자꾸 마음이 두근거린다. 그렇게 나는 또 한번 무너지고 말았다.

동생은 지금 자기가 하고 있는 거짓말이 오빠를 도와준다고 생각하고 있다. 너무 단순하고 어이가 없다. 하지만 그것이 현실이다.

(내가) 북한에 이용당하고 그러면 생명의 위험이 있기 때문에 보호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한국에서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결국 증거보전은 나한테 불리하게 끝났다.

마지막에 동생은 아주 강하게 나를 잠깐 만나고 싶다고 했다. 동생은 나를 잠깐 보면서 나에게 그런 말을 해주고 싶었다(고 한다). 한국에서 살고 싶으면 나더러 거짓말을 하라고.

요 며칠간 정신이 하나도 없어 일기도 못썼다. 너무나 가슴이 아프고 내 인생에서 제일 힘든 시기다.

김성원 기자 ukoreanews@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