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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지방발전 20×10정책’이 성공하려면평화재단 현안진단 제323호

지방경제의 낙후성을 자인한 북한

북한은 연초부터 갑자기 ‘지방발전 20×10정책’을 강조하고 나섰다. 평양과 지방의 경제력 격차가 너무 심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 이유다. 2021년부터 시작된 ‘국가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추진하다 보니 지방경제의 낙후성이 더 심각하게 부각됐을 수 있다. 그런데 평양과 지방간의 격차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며, 김정은 위원장이 모르고 있던 것도 아니다. 그런데 갑자기 이제 와서 ‘지방발전 20×10정책’을 들고나온 이유는 무엇일까? 북한의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3년여에 걸친 국경봉쇄와 지속되는 경제제재, 무기개발을 위한 편중된 자금 사용 등으로 더 이상 버티기 힘들 정도로 경제가 피폐해졌기 때문이라는 것이 일반적 분석인 듯하다.

북한에서는 ‘지방발전 20×10정책’을 ‘지방발전 20승(乘)10 정책’이라고 말한다. 10년 동안 매년 20개 군(郡)에 첨단 지방산업기지를 건설한다는 내용이다. 표준 모델은 강원도 김화군의 지방공장이다. 북한 강원도 김화군은 북한에서 가장 못사는 지역 중의 하나다. 기본적으로 군부대가 많기 때문에 지방산업이 들어서는 것도 어려울 뿐 아니라 지역 특산물도 별로 없다. 그런데 이 지역에 북한 기준으론 첨단 공장이 가동되고 있는 것을 확인한 김정은 위원장이 이렇게 하면 된다는 표준 모델을 제시한 것이다. 그 공장은 특별한 것이 아니라 병에 음료수를 넣고 마개를 닫는 것을 자동화한 공장이다.

지금 북한에서는 김화군 따라 배우기에 여념이 없다. 노동당에서는 직접 재정을 지원하기로 했다. 조용원 당 조직비서가 비상설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북한 지방경제 사정이 심각하다고 자인하고 지금이라도 지방경제 발전에 힘을 쓰기 시작하겠다고 나선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수 있다.

 

통제범위를 벗어난 지방경제, 중앙과 연계 시도는 무리

그러나 김화군의 지방공장 내용을 들여다보면 현실적으로 타 지방으로의 확산이 가능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노동당에서 시멘트나 강재를 지원해서 겉모습이 그럴듯한 공장을 만드는 것은 가능할지 몰라도 공장 안의 내용물은 노동당이 지원해서 채워질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김화군은 접경지역이다 보니 외자를 유치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지역이다. 그런데 코로나 이전에 원산 갈마 유원지 개발을 위해 중국 자본을 유치하기 위한 활동이 적극 전개된 바 있다. 그 이전에는 금강산 관광을 통해 한국의 자금이 이 지역으로 유입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자동화 공정에 대한 투자를 유치한 것으로 보인다.

현 시점에서는 북한의 지방 어느 곳도 외자를 유치할 수 없는 상태다. 북한이 외자를 유치하기 위해 안간힘을 써도 국제사회의 경제제재로 인해 자본과 기술을 들여올 수 없는 상황이다. 북한이 기대할 수 있는 중국이나 러시아도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자동화 공정을 비롯해, 각종 생필품 생산을 위한 공장 설비들은 북한 내에 설비와 부품 조달을 위한 연관 산업들이 없다. 부분적으로 연관 산업들을 만들어 낼 수 있겠지만 이 역시 외부자원의 유입 없이는 한계가 있다.

북한은 자력갱생을 내세워 김화군과 같은 자동화 공정을 만들려고 하겠지만, 수많은 자재와 기술을 북한 내부에서 조달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방발전 20×10정책’을 위해 북한이 국경을 열고 외자유치를 시도해도 여기에 응할 외국자본은 없을 것이다. 북한이 이를 모르고 추진했다면 정말 ‘우물 안 개구리’다. 오히려 상부의 지시에 맞추기 위해 당이나 지방 관료들은 지방 주민들에 대한 요구 수준을 높이게 될 것이다. 이로 인해 지방 주민들의 어려움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벌써부터 걱정하는 목소리가 북한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북한은 왜 이 시점에 현실과 동떨어진 무리한 정책을 추진하는 것일까? 북한 내부의 전언에 따르면 ‘국가개발 5개년 계획’을 추진하는 와중에 중앙과 지방의 연계를 강화하기 위해 당에서는 수많은 지시사항을 지방에 내려보냈지만 제대로 이행된 것이 없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어려워도 당의 지시를 따르는 척이라도 했는데 아예 나 몰라라 무시한다는 것이다. 이를 심각하게 여긴 북한 당국이 특단의 조치를 취한 것이라는 전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도 당의 지시를 이행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자조적 목소리도 나온다. 내부 자원이 고갈된 상태에서 더 무엇을 짜낼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단지 지방경제의 낙후성으로 인해 당의 지시가 먹혀들지 않는 것만이 이유는 아닐 것이다. 지방에서는 당이 아무 지원도 하지 않고 내놓으라는 것만 많다는 불만이 고조되어 있고, 이제는 아예 말을 듣지 않는다는 것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음을 인지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당 자금을 풀어서 지방에 지원하겠다는 발상이 나온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지방경제는 중앙의 통제범위를 벗어난 지 오래됐다. 이미 1970년대 이후 지방경제는 각자도생(各自圖生)해 왔다. 중앙이 공급능력을 상실함에 따라 지방은 스스로 경제문제를 해결해야 했기 때문이다. 시장이 활성화된 지금 시점에서는 지방경제가 중앙과는 무관하게 돌아가고 있다. 이는 중앙의 통제력이 미치지 않음을 의미한다. 아마도 북한 당국이 심각하게 생각한 것은 바로 중앙의 통제력이 미치지 못함에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계획경제가 돌아갈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시장경제를 부분적으로 허용(헌법상에 북한경제의 운영방식을 사회주의기업책임관리제로 명시)하고 그 시장을 중앙에서 통제할 수 있어야 하는데, 지방경제는 이미 시장화된 상태에서 중앙과는 무관하게 돌아가고 있으면서 당의 지시도 안 먹히고, 지방경제의 재원을 활용하지도 못하는 상태가 되어버렸다. 그렇다고 지방경제가 잘 돌아가서 민생이 좋아진 것도 아니다. 그나마 평양은 먹고 살 만하지만 지방은 최저 수준의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중앙에서 요구하는 것은 많으니 주민들은 점차 중앙의 지시와 요구와는 무관하게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지방발전 20×10정책’이 실패한다면 오히려 중앙과 지방의 괴리를 심화시킬 가능성도 있다. 김정은 위원장의 기대수준과 그에 미치지 못하는 현실과의 괴리는 북한경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김화군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자신이 지시한 내용을 이행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당과 내각을 다그칠 것이다. 각 기관들은 김 위원장에게 보고할 성과를 포장하기 위해 주민들을 다그치게 되고, 몇몇 성공사례를 만들어 내기 위해 각종 편법과 무리수를 두게 된다. 그냥 각자 살아가는 것에 대해 손도 쓰지 못하고 방치했을 때는 오히려 지방 관료들의 무능함과 중앙의 수탈에 대한 불만에 그치고 현실에 안주하겠지만, 당이 직접 나서서 독려하게 되면 각 기관은 주민들을 더 닦달할 수밖에 없다. 그나마 중앙과는 상관없이 살아왔던 지방의 불만이 중앙으로 그 방향을 틀 수도 있다.

 

10년 이상 지속될 과도기적 자력갱생

단기적으로 어려움이 있더라도 10년 안에 성과를 보이면 다행이지만 현시점에서 볼 때 10년이 지나도 성과를 보이거나 지방경제가 개선될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 아무리 자력갱생을 고집하더라도 이미 북한경제는 자력갱생이 어려운 상태가 된 지 오래됐기 때문이다. 내부의 가치사슬이 붕괴된 상태에서 이를 복원하기 위해서는 외부와의 협력과 지원은 절대적이다. 제2차 세계대전으로 폐허가 된 일본이 다시 일어서는 데 미국의 지원은 절대적이었다. 비록 일본은 패전했지만 소련의 남하를 억제하기 위한 전초기지로 일본을 선택한 미국은 일본경제의 재건을 위해 많은 지원을 했다. 유럽지역에서 소련의 동진을 막는 전초기지로 독일을 선택하고 독일 경제를 재건하기 위해 마샬플랜을 실시했던 것과 같은 맥락이었다. 한국전쟁 이후 폐허가 된 한국경제가 일어서는데도 외부의 지원은 절대적이었다.

북한이 사회주의권 붕괴 이후 폐허가 되었지만 북한경제가 재건될 수 있는 절대적 지원은 없었다. 그나마 2010년 이후 북한의 대외무역이 증가하고, 이것이 시장과 연계되면서 2017년까지 북한경제는 활력을 찾는 듯했지만, 강화된 경제제재와 코로나로 인한 국경봉쇄로 그 불씨조차 꺼진 상태다. 지금 북한에 필요한 것은 부분적이고 일시적 지원이 아니라 전면적이고 지속적인 지원이다. 그런데도 북한은 한국에 대해서는 적대적 국가관계를 선언하고 절대 도움을 받지 않겠다 하고 있으며, 중국도 대북지원에 적극 나서지 않고 있다.

북한이 진정으로 지방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핵문제를 해결하고 그 대가로 전면적 지원을 받아 사회간접자본을 확충하고 경쟁력 있는 산업을 만들어 국제사회와 교류협력을 강화해서 만들어진 재원으로 지방경제를 활성화하는 수순을 밟아야 한다. 한국이나 일본도 지방경제 발전을 위해 걸어온 길이다.

그러나 북한이 지방경제를 살리지 못하고 지방의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된다 해도, 국제사회의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타협에 나서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경제문제 때문에 외부세계와 타협했던 사례는 없다. 2019년 2월 하노이 회담에서 북한이 영변 핵시설을 공개하는 대신 민생과 관련된 국제제재 5가지를 해제해 달라는 요구를 한 적은 있지만, 회담이 결렬된 이후 자력갱생을 선택했다. 자력갱생을 위해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추진하면서 내부 자원을 조달하려다 보니 지방경제의 낙후로 인해 연계하기가 더 어려워졌다. 상호 연계를 위해 10년의 시간을 보내겠다는 것이 ‘지방발전 20×10정책’이다. 10년의 시간 동안 북한은 이 방향으로 가면서 외부와의 타협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 주민들의 삶은 피폐해지겠지만, 이미 북한 주민들에게 제2의 고난의 행군을 각오하라고 선언해 놓았다. 북한 당국이 진정으로 ‘지방발전 20×10정책’을 성공시키고 북한 주민들의 경제적 고통을 덜기 위해서는 경제개방의 획기적 전환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평화재단  hyeonanjindan@p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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