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인권 운동은 한마디로 북한 3대 독재 세습체제하에 신음하는 북한 주민들을 해방시키는 21세기 출애굽운동이다. 지난해 말 북한의 제2인자 장성택 처형사건을 계기로 가장 기초적 인권인 생명권조차 전혀 보장받지 못하는 북한 인권의 열악성이 만천하에 공개되었다. 그리고 북한인권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고조되자, 드디어 지난 2014년 1월 13일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신년 기자회견에서 민주당도 북한 인권에 관심이 있음을 밝힘과 동시에, 그 개선방안으로 ‘북한 인권 민생법안’의 처리를 들고 나왔다. 일각에서는 빠르면 2월 임시국회 기간에 여야 합의에 의해 북한인권법안 처리 가능성까지 예기(豫期)되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 대표가 제안한 법안의 명칭이 종래 민주당 법안인 ‘북한민생인권법안’과 크게 다르지 않고, 그 내용도 결국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어, 원래의 북한인권법을 발의한 여당의 대립각이 다시 세워지고 있다.

주지하듯이 미국은 이미 2004년에, 일본은 2006년에 각각 북한인권법 및 그 관련법을 제정했고, 유엔은 지난해 3월 제22차 인권이사회에서 ‘북한인권 조사위원회(COI)’를 설립하여 북한 정권의 반인도범들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제소할 수 있는 길까지 터놓았다. 이번 3월에는 유엔인권이사회에 조사위원회의 고강도 조사 결과물인 보고서가 제출될 예정인데, 이 보고서가 어떤 내용을 담고 있고 어떻게 결의될지 현재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이러한 국제사회의 노력과는 달리 당사국인 우리나라 국회는 헌법상 대한민국 국민인 북한 주민의 인권 개선을 위한 북한인권법의 제정을 10년째 미루고 있다. 현재 19대 국회에는 북한인권법안 내지 그 관련 법안으로써 새누리당 발의안 5건, 민주당 발의안 5건이 계류되어 있지만 내용상의 차이는 아주 크다. 그러므로 민주당도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법안처리를 공언한 지금, 초점은 올바른 북한인권법의 내용은 무엇인가, 즉 북한인권법에 무엇을 어떻게 담아야 옳은 것인가가 화두가 되고 있다. 이에 지난 1월 16일 처음으로 우리 사회의 지도적인 66개의 시민단체가 뭉쳐서 ‘올바른 북한인권법을 위한 시민모임’(올인모)를 발족하고 현재 올바른 북한인권법의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너무 늦은 감이 있지만 우리 국회가 지금부터라도 올바른 북한인권법 제정을 통해서 북한주민의 고통을 줄이고 공의로운 통일한국을 잘 준비해 갈 수 있기를 기원한다.

▲ 탈북자 30여명의 강제북송을 앞두고 있던 2012년 2월 21일 차인표씨 등 연예인들이 탈북자 강제송환 반대를 외치고 있다. ⓒ유코리아뉴스DB

북한인권을 위한 국제사회의 움직임
2013년 1월 14일 유엔에서 인권을 담당하는 최고 수장인 나비 필레이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 대표가 북한의 개탄스러운 인권상황 개선과 북한 정권에 의해 자행되고 있는 반인도범죄를 막기 위해 국제적인 조사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하였다.

그리고 두 달 후 유엔인권이사회는 제네바에서 유엔사상 처음으로 북한 인권에 관한 체계적이고 광범위한 실태 조사를 위해 조사위원회(Commission of Inquiry,·COI) 설치 결의안을 만장일치(consensus)로 채택했다. 2012년 초, 국내와 전세계적인 이슈가 되었던 30여명의 중국 내 탈북자 강제북송 사태와 더불어, 북한 인권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가 매우 심각해졌음을 방증하는 조치였다.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 대표와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의 언급과 보고, 그리고 일본과 유럽의 주도로 결의되어 신설된 조사위원회는 지난해 8월 한국을 시작으로 북한인권 피해당사자, 북한인권 단체, 국제 인권기구, 관련국 등 이해관계자들과 긴밀히 협력해 인권침해 조사활동을 본격적으로 개시하였다. 정치범수용소 운영 등 북한의 조직적 인권침해는 단순한 국제인권법 위반이 아니라 ‘반(反)인도 범죄’(Crime against Humanity)에 해당된다. 따라서 북한의 그와 같은 국제범죄를 즉각 끝장내야 하는데도 자국민 보호(R2P) 의지가 보이지 않게 됨에 따라 유엔이 COI(북한인권 조사위원회) 카드라는 인도적 개입을 모색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북한 당국은 계속적으로 유엔 북한인권보고관의 입국 자체를 불허하고, 모든 보고서의 내용을 날조된 모략극이라고 치부하고 있다. 그래서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들의 방북 조사를 허용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COI 구상은 실효성이 적을 것이라는 견해가 있다. 하지만 조사위는 북한 내의 모든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인권유린을 조사할 권한을 가지고, 지난 1년 동안 반인도범죄, 기타 발견되는 인권위반사항에 대한 심층조사를 진행하여, 인권이사회와 유엔총회에 보고하는 임무를 잘 수행하여 왔다. 조사의 대상은 식량권, 정치범수용소 관련, 표현의 자유, 생명권, 이동의 자유에 관한 위반 사항과 외국인 납치를 포함한 강제실종 등이며, 이러한 위반들이 반인도범죄에 해당되는 것인지를 조사하였다. 설령 북한이 조사위원들의 입국을 허용하지 않을 경우에도 시리아의 경우처럼 난민들의 조사를 통해 조사를 끝내고 국제형사재판소(ICC)에 고발하도록 요구한 것처럼, 북한인권조사위도 탈북난민 혹은 국내 탈북주민과 일본, 미국, 태국, 영국, 동남아 등의 북한주민들을 통해 증언을 확보했기 때문에, 북한의 협조가 없이도 충분한 효과와 효력이 발생할 수 있게 되었다.

마이클 커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장은 지난해 10월 29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 제3위원회에서 그간의 조사활동에 대해 중간보고를 하면서 “북한에서 광범위하게 인권침해가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확신하며 한국 등 여러 나라에서 조사된 증언들은 믿을 만한 일관성이 있다”고 밝혔다. 그 보고회에서 한 가지 두드러지게 나타난 사항은 북한의 인권실태를 더욱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중국과 북한에 대한 방문이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한 점이다.

커비 위원장이 중국 입국을 신청한 것은 북한으로 강제 송환된 탈북자들이 심한 보복을 받는다는 주장과 관련하여 중국 정부의 탈북자 강제북송 행위의 문제점을 점검하기 위한 차원이다. 그래서 커비는 다음달 3월 유엔 인권이사회에 제출하는 북한 인권 최종보고서에 중국의 책임을 철저히 묻겠다고 했다. 이번 보고서에 별도의 중국 섹션을 만들어 탈북자 강제북송 등 북한의 인권침해를 방조하는 실태를 고발하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유엔총회 제3위원회에서 열렸던 중간보고 당시의 분위기는 16개 참가국들이 북한보다 난민보호 국제조약 준수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중국을 비난하는 데 더 집중되었다.

현재 북한인권조사위는 북한 내의 인권침해 가해자들을 국제형사재판소에 회부하는 방안을 국제법률 전문가들과 검토 중이다. 그러나 북한 지도부의 국제형사재판소 제소 방안을 보고서에 포함시키는 것에 대해서는 안보리 회원국인 중국이 ICC 제소에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신중하고 긴밀한 노력이 요구된다.

북한인권법 내용과 전망
북한 동포들 수백 만 명이 아사하고, 수십만이 중국에서 인신매매, 강제노동, 불법 송환 등 반인도적 범죄피해를 당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정부나 국민들은 여전히 무감각, 무관심, 무대책이다. 1990년대 대량 탈북사태 이후 20년 가까이 북한 주민들의 생존과 자유가 침해당하는 실태가 탈북민들의 증언으로 밝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강 건너 불 보듯 마치 남의 나라 일처럼 무관심하다.

위에서 밝힌 대로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가 신설되고, 국제사회가 북한인권결의안과 탈북자강제북송중지 결의안을 채택하기까지 대한민국 정부나 의회가 앞장서서 나선 것은 전혀 없다. 탈북 주민들의 헌신적이고 피눈물 나는 증언과 용기, 그리고 국제사회의 규범에 맞게 운동을 한 소수 운동가들과 대북인권단체들의 노력, 그리고 북한인권의 심각함을 절감하고 용기 있게 개선활동을 전개한 국제·시민사회의 협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한국 정부나 국민이 북한 인권에 대해서 무책임하고 무감각하다는 평가는 이번 조사위원들의 입에서도 흘러나왔다. 지난해 북한인권조사활동 중간 보고서를 마치고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마이클 커비 위원장은 “한국에 실망했다”는 말로 인터뷰를 시작할 정도로, 북한 인권 문제에 무관심한 한국을 질타했다. 그런 무관심한 한국, 특히 한국 젊은이들의 무관심이 참으로 안타까운데, 이러한 모습이 북한 인권에 대해 방관하는 중국보다 나을 것이 없다는 처절한 지적이었다. 그리고 독일 통일 전 서독은 이렇지 않았다고도 했다.

여하튼 이미 조사위원회가 북한 반인도범죄에 대한 국제적인 조사를 실시하였고, 이러한 국제적인 조사활동에 북한인권 국제단체는 많은 협력과 노력을 기울여 왔다. 이제는 당사국인 대한민국의 국회가 헌법에 명시된 대로 북한 주민을 우리나라 국민으로 여기고, 자국민 보호 차원에서 강력히 북한인권 개선을 위해 나서야 할 때이다. 그리고 북한의 인권문제를 개선하고, 국제사회에서 함께 해결하는 노력을 더 효과있게 하기 위해, 대한민국 의회에서 10년째 묶여 있는 북한인권법을 통과시키는 것이야말로 매우 시급하고 중대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도 18대 대선 후보 기간 중 북한인권법 제정을 공약하면서 북한인권이 국제사회에서 실질적으로 개선되도록 노력하겠으며, 국회에서 제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본인이 의원들을 설득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바가 있다. 우리나라 의회는 2013년 초 미국 상하원이 ‘북한 어린이 복지법안(North Korea Children Welfare Bill)’을 통과시키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까지 서명한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현재 대한민국의 북한인권법은 17대, 18대에서 계류되었다가 폐기되었고, 현 19대 국회에서 다시 발의된 것만 해도 10개나 된다. 이렇게 발의만 하다가 이번에도 또 폐기 처분할 것인지, 생각하면 참 한심하고 개탄스럽다.

북한인권단체는 지난 18대 국회에서 재적 2/3 이상에 해당되는 190여명의 의원으로부터 북한인권법 제정 찬성 서명을 받은 바가 있다. 현재 19대 의회에서 발의된 북한인권법 내용으로는 북한인권기록보존소 설치, 민관합동 북한인권 자문위원회 설치 ,북한인권단체와 활동가 지원, 북한 영유아 및 아동 등 취약계층 지원 등이 골자로 이루어져 있다.

이 중 쟁점 사항은 북한인권재단 설치와 북한 내에서 일어나고 있는 북한인권침해 가해자들에 대한 책임 소재를 기록하는 북한인권기록보존소 설치 조항이다. 참고로 필자는 북한인권기록보존소(이하 보존소) 같은 내용들은 북한인권법 제정과는 별도로 집행할 수 있다고 본다. 굳이 법을 제정하여 북한인권재단 같은 기관을 설치할 필요가 없이, 기존의 전문성 있는 국가인권위원회나 민간 보존소를 활성화하고 전문화 하면 가능할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정부가 국제규약과 국제기구의 양식에 맞는 활동과 시스템을 갖출 수 있도록 현재의 민간단체의 활동과 역할을 도와주면 될 것이다.

위에서 밝힌 대로 이미 국제사회가 북한인권 문제를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는데다가 당사국인 대한민국 의회와 정부가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발 벗고 나선다면, 보존소의 본연의 기능과 역할은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것이다. 북한 인권 침해를 줄이고, 북한 인권 침해 가해자들에게 확실한 경종을 울리기 위해서는 이미 민간단체에 보존된 보존소의 기록들을 빨리빨리 국제기구와 국제사회에 보고하고 알려야 한다. 북한인권법 내의 북한인권기록 보존소 주관 집행기관을 정부에서 직접 관여하고 집행하려는 양태는 남북관계의 걸림돌이라는 핑계를 넘어, 국가를 초월하는 국제사회의 보편적 가치에도 맞지 않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주요한 사항이 외교부 내에 북한인권대사직을 설치하는 문제인데, 북한인권법 제정만을 기다려서 설치할 것이 아니라, 외교부의 당연히 해야 할 직무라 여기고 외교부가 북한인권대사의 활동을 위한 예산을 편성하여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국제사회의 요구에 더 노력을 기울이면 된다. 외교부는 북한 인권 문제와 탈북자 문제가 언론과 국제사회에 노출되는 것을 꺼려하기만 하고 과거 정부처럼 조용하게만 대처하려고 하는데, 이러한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

민간합동 북한인권자문위원회는 어떤 일개 부서에 예속되기보다는 대통령 직속기구로 설치하여 통일 전에 북한 주민의 자유권 침해문제를 심각하게 간주하고, 그 여파를 미리 대비해야 한다.

북한인권운동의 방향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국제사회의 놀라운 변화와 활동이 일어나고 있는 데 반해, 북한은 주민의 생활과 인권은 아랑곳 하지 않고 오히려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위협으로 한반도와 국제사회를 초긴장으로 몰아가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지향하고 있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과연 북한 당국이 얼마나 수용할 수 있는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한국 정부는 북한 주민의 입장에서 북한 주민의 인권 개선과 인도적 지원의 균형을 추구함으로써, 북한 주민의 생명과 인권을 살리고 남북 관계의 정상적 발전을 모색할 때이다. 한국 정부가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여 보편적 가치인 인권 증진을 위한 국제사회의 협력과 요구에 수동적으로 반응해서는 안될 것이다.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북한 인권문제는 피해 당사자인 북한 주민의 편에서 바라봐야 한다. 북한 인권 문제를 개선하고 증진시키는 문제는 북한 주민들의 생존권과 자유권을 개선하면서도 한반도의 평화적인 통일과 공의로운 통일한국을 성취하는 데 있어서도 필수 과제이다. 국제사회는 이제 대한민국 국민과 정부의 몸짓을 주시하고 있다.

대북지원문제도 민간기구가 정부의 눈치만 볼 것이 아니라 세계식량농업기구(FAO)와 같은 국제사회의 투명한 기구를 통해서 북한을 투명하게 지원하는 방안을 개발하고 개설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시민사회의 노력을 정부가 간섭하려고 하지 말고 국제사회를 통한 대북지원과 교류가 활성화 될 수 있도록 국제기구와 연대된 대북지원 노력과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지금 북한 동포들은 정치범 수용소 ‘완전 통제구역’에서 평생 나오지 못한 채, 인권이란 말도 들어보지 못하고 죽어가고 있다. 제3국을 떠도는 탈북 동포들은 매일매일 불안 속에 사선을 헤매고 있다. 북한 주민들이 통일이 되었을 때 ‘대한민국 국민과 한국교회 성도들이여, 당신은 그때 무엇을 하였습니까?’라고 물어본다면, 우리는 무슨 대답을 할 수 있을지, 그 대답에 해당하는 행동을 지금 결단해야 한다.

오늘날 전 한반도를 포괄하는 자유 대한민국에서 민주주의의 가치를 논하고 인권이라는 주제를 거론할 때, 자유롭게 논의되지 못하고 기피되는 유일한 지역이 있다. 그것은 바로 21세기의 유일한 완전 통제 국가인 북한이다. 세계종교자유보고서(오픈도어스 제공)에 의하면, 북한은 연 10년 이상 종교 탄압지수가 세계 최고이다. 북한을 국가라고 지칭하기보다는 종교집단이라고 보는 것이 더 적당할 수 있다. 북한인권운동은 북한 3대 세습체제하의 북한주민들을 해방시키는, 21세기 바로왕 치하에 있는 하나님의 백성들을 ‘출애굽’시키는 운동이다. 이제는 한국교회가 막연하게 북한선교만을 위해 기도하지 말고, 북한의 인권실태에 대해 성도들에게 구약의 역사서나 예언서를 가지고 한국교회의 영적 상황에 맞게 접목하여 가르쳐야 한다. 한국교회와 성도가 균형 잡힌 북한선교관과 통일관을 갖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강도 만난 자의 이웃이 되도록 행동해야 할 것이다.

정베드로/ 북한정의연대 대표

정베드로  justicen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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