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의 삼두마차: 중앙정부, 지방정부, 민간
대한민국의 가장 중요한 시책은 ‘통일’이다. 헌법 4조에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고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국가의 최고 시책으로 규정된 통일을 추진하는 주체는 누구일까?

우리는 오랫동안 통일을 추진하는 주체가 대통령과 행정부라고 생각해 왔다. 이것의 근거는 현행 헌법 66조가 대통령의 양대 의무 중의 하나로 ‘평화적 통일을 위한 성실한 의무’를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조항은 대통령만이 통일의 주체임을 말하는 것인가? 이 조항은 대통령이 통일을 위해 노력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것을 강조한 것일 뿐, 대통령이 통일과 관련된 ‘권한’을 독점하고 있다는 것을 결코 의미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통일부장관은 통일 및 남북대화·교류·협력에 관한 정책의 수립, 통일교육, 그밖에 통일에 관한 사무를 관장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정부조직법 31조도 제대로 해석될 필요가 있다. 이것은 행정부 내에서는 통일부가 통일에 관한 사무를 관장한다는 것을 의미할 뿐, 통일부로 비롯되는 행정부가 통일의 유일한 주체임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1970년대 유신독재시기에 ‘통일주체국민회의’라는 것이 있었다. 1972년에 제정된 ‘전체주의적 유신헌법’은 제35조에 “통일주체국민회의는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추진하기 위한 온 국민의 총의에 의한 국민적 조직체로서 조국통일의 신성한 사명을 가진 국민의 주권적 수임기관이다”고 규정했다. 이 법에 따르면, 통일의 주체, 조국통일의 주권적 수임기관은 ‘통일주체국민회의’이다. 대통령은 의장으로서 그 핵심이 되고, 국회와 국민이 들어설 자리는 박탈됐다. 따라서 대통령과 행정부를 통일의 유일한 주체로 보는 것은 유신독재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통일을 추진하는 주체는 누구인가? 이에 대한 가장 명확한 규정은 헌법 4조인데, ‘대한민국’이 ‘통일을 지향하고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헌법 1조는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음을 천명한다. 따라서 통일의 주체는 ‘대한민국’이고, 대한민국의 주인은 ‘국민’이며, 결국 그 어떤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이 통일의 주체인 것이다.

그렇다면 통일의 주체인 대한민국 국민은 어떻게 분류될 수 있는가? 다양한 방법이 있겠지만 필자는 국가권력의 위임방식 또는 국가권력의 배분방식에 따라 중앙정부, 지방정부(지방자치단체), 민간의 3가지로 분류하고자 한다.

우선 중앙정부는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라는 삼권(三權)을 포괄한다. 즉 행정부와 그 수장인 대통령만이 아니라 입법부와 사법부도 중앙정부로서 통일의 한 주체가 된다. 다음 지방정부는 지방자치단체장, 지방의회, 지방교육자치체를 포괄한다. 광역단체 및 기초단체의 장과 의회, 교육자치단체장 모두 지방자치체로서 또 하나의 통일주체가 되는 것이다. 한편, 민간에는 개개인과 기업, 시민단체, 직능단체, 종교단체 등 다양한 사회단체가 포괄된다. 민간은 사인(私人)과 법인(法人) 또는 다양한 결사체의 형태로 헌법에 따라 통일의 3대 주체 중의 하나로 자리매김 된다. 결국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자치단체) 그리고 민간이 통일의 삼두마차이고, 이들 삼자의 협력과 협치로 통일이 추진되는 것이다.

점, 선, 면, 입체로 확대된 남북간 접촉·교류·협력
분단정부가 수립되고 한국전쟁이 휴전된 뒤 남북 사이에는 오직 상대방을 멸절시키는 적화통일과 승공통일, 통일혁명과 북진통일이 주창됐다. 이 시기 남과 북을 유일하게 왕래한 것은 상대체제를 전복하기 위한 공작원(간첩, 무장공비)이었다. 1972년 남북의 정보기관 수장이 7·4공동성명을 발표한 이후 남북 사이의 대화는 적십자회담과 정보당국자밀담의 형태로 진행됐다. 즉, 점(點)의 형태로 간헐적으로 대화가 이루어진 것이다.

1988년에 취임한 노태우 대통령은 소련·동구권의 개혁개방정책에 힘입어 적극적으로 북방정책을 전개했고, ‘민족자존과 통일번영을 위한 특별선언(7·7선언)’을 발표했다. 이를 계기로 한편으로는 중앙정부 차원에서 대북접촉이 강화됐고, 다른 한편으로는 민간차원에서 대북접촉이 활발하게 시도됐다. 남북한의 중앙정부가 1989년 2월부터 남북고위급회담 예비회담을 진행했을 때 민간차원에서 문익환과 임수경이 평양을 방문했다. 민간차원의 대북접촉이 중앙정부의 통제를 벗어나자 정부는 공안정국을 조성해 대대적으로 탄압했다. 공안정국의 와중에서도 남북은 8차의 예비회담을 진행했고, 1990년 9월부터 국무총리를 수석대표로 하는 남북고위급회담이 서울과 평양에서 번갈아 개최됐다. 마침내 1991년 12월 양측은 서울에서 남북기본합의서에 합의했고, 두 달 뒤 평양에서 기본합의서를 발효시켰다. 남북간의 접촉과 대화가 비로소 선(線)의 차원으로 확대된 것이다. 그러나 이때의 선(線)은 ‘창구단일화’라는 말로 대표되는 것처럼 중앙정부가 북한과 접촉·대화할 수 있는 유일한 주체이고, 민간이 북한과 접촉하면 이는 국가보안(공안)으로 다스린다는 것이다.

1990년대 중반 북한의 극심한 기아사태는 남한의 민간단체를 대북지원의 핵심으로 부상시켰다. 1995년 8월 심각한 수해를 당한 북한은 국제사회에 긴급구호를 요청했고, 유엔은 대북지원을 국제사회에 호소했다. 유엔의 요청에 대해 남한은 1995년 9월 대한적십자사가 대북지원의 단일창구임을 공표했다. 그러나 1996년 기독교·천주교·불교 등 6대 종단과 주요 시민사회단체가 함께 참여하는 국민운동조직이 출범해 대북지원활동이 강화되자 대북지원의 참여범위 및 품목확대를 허용하는 조치가 1997년 3월에 취해졌다.
1998년 2월 남북관계 개선을 일관되게 주창해온 김대중 대통령의 취임과 북한의 기아사태가 맞물리자 남북관계는 봇물 터지듯 확대됐다. 1998년 3월에는 민간차원의 대북지원 활성화조치가 취해졌고, 9월에는 민간단체가 대북협의·물품구입·수송·모니터링을 직접 수행할 수 있게 됐다. 마침내 1999년 2월에는 민간단체가 독자적으로, 직접 지원을 할 수 있는 ‘대북지원 창구다원화’ 조치가 취해졌다. 그리고 10월에는 민간의 인도적 대북 지원사업에 대해 남북협력기금을 지원할 수 있게 됐다.

김대중 정부의 등장은 대북 지원단체만이 아니라 모든 민간단체가 북한과 교류를 확대하는 동력이 됐다. 1990년대 남북의 학술교류는 주로 중국 등 제3국에서 이뤄졌으나 2000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남북을 왕래하며 직접 교류하는 형태로 바뀌었다. 직접 왕래의 횟수도 급증했다. 다른 분야보다 일찍 교류가 시작된 문화예술분야에서도 대규모공연이 평양과 서울에서 개최됐다. 개신교를 비롯한 종교단체의 접촉과 교류도 활발하게 전개됐고, 체육·언론출판·교통통신·관광·경제 등의 접촉과 교류협력도 활발하게 일어났다. 시민·종교·학술단체만이 아니라 기업과 직능단체 등의 활동이 활발해짐으로써 민간이 남북교류의 새로운 주체로 부각됐다. 남북 간의 접촉과 교류가 선에서 면(面)으로 확대된 것이다.

1995년 남한에서 지방자치제가 전면적으로 실시됐다. 김대중 정부의 집권기와 일치하는 민선2기 지방정부가 1998년 6월에 출범하고, 1999년 대북지원 창구다원화 조치가 취해지자 지방자치단체가 대북교류협력사업의 새로운 주역으로 떠올랐다. 분단도이자 접경도인 강원도를 필두로 제주도, 경기도 등이 대북교류협력에 나섰다. 바야흐로 남북간의 교류와 협력이 선과 면의 단계를 뛰어넘어 입체(立體)의 단계에 접어든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장만이 아니라 지방의회와 지방교육자치체도 조례 제정과 기금마련 등을 통해 남북간 교류협력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남북간 교류협력의 주체가 아닌 보조자로 규정된 지방자치체
1998년 강원도를 필두로 지방자치단체가 대북교류협력의 새로운 힘으로 등장하자 중앙정부는 2003년에 지자체는 직접 남북교류협력사업을 하지 못하고 민간단체를 통해서만 사업이 가능하다는 방침을 정했다. 2010년 5·24조치로 남북간의 교류협력이 중단되기까지 지자체의 교류협력사업은 아래 그림과 같은 체계를 가지고 있었다. 즉, 대북교류협력사업의 주체는 민간단체다. 그러나 이 민간단체는 지자체와의 관계에서는 지자체의 사업을 대행하는 일종의 대행사다. 대행사인 민간단체가 통일부(중앙정부)로부터 사업승인을 받으면, 실질적인 주체인 지자체와 결합해서 사업을 진행한다. 이 과정에서 지방의회로부터 각종 조례·예산·정책심의 등의 협조를 받고, 자문기구로부터는 자문을 받는다. 구체적인 추진에서 교류협력사업에 필요한 비용은 지자체의 남북협력기금과 함께 중앙정부의 남북교류협력기금이 매칭펀드의 형식으로 사용된다.

▲ 지자체 남북 교류협력사업 상호작용체계

인도적 지원사업과 관련해서 지자체와 협력하는 민간단체는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는 지역사회에 기반하고 있으면서 해당 지자체와 특별한 협력관계를 맺고 있는 순수한 풀뿌리 민간단체다. 경상남도와 협력관계를 맺고 있는 경남통일농업협력회와 제주와 협력관계를 맺고 있는 남북협력제주도민운동본부가 그 경우다. 둘째는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및 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와 같이 서울에 근거를 갖고 있는 중앙민간단체다. 이 단체들은 북한과 안정적인 관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지자체 남북협력사업의 창구 단체 역할을 맡게 됐다. 셋째는 남북강원도협력협회, 전남도민남북교류협의회와 같이 지자체가 주도해서 설립한 반관반민형 민간단체다.

이렇게 민간단체를 앞세운 남한 지자체의 남북교류협력사업의 북측 파트너는 북한의 지자체가 아니라 민족화해협의회(민화협)다. 북한의 민화협은 순수한 대북 인도적지원단체, 그리고 지자체와 결합한 민간단체, 직능단체 등이 북한과의 교류협력을 하는 데 창구이자 시행사의 역할을 한다. 즉 민화협이 전체 남북교류협력사업의 계약·관리·감독 기능을 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남북관계에서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은 중앙정부에 의해 의도적으로 무시됐다. 민간단체는 남북교류의 주체였지만, 지방자치단체는 민간단체의 보조적 역할로 취급됐기 때문이다. 대북통일정책에서 지방자치단체가 왜 이렇게 무시됐을까? 지자체의 대북지원활동의 경험부족, 대북지원활동에 대한 불신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중앙정부가 지방자치단체를 대북통일정책의 경쟁자로 인식했던 것도 하나의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광역지방자치단체뿐만 아니라 기초지방자치단체도 자체의 공무원과 연구원 그리고 예산과 주민동원 능력에 의해 대북통일정책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능력을 가진 지방자치단체가 대북통일정책에 힘을 쏟을 경우 중앙정부의 대북통일정책은 통제력을 상실되고 혼란이 심화될 것이라고 본 것이다.

필자는 이러한 기존의 인식과는 달리, 지방자치단체가 통일의 세 주체 중의 하나가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방자치단체는 중앙정부와 견주어 결코 뒤지지 않을 정도로 통일과정에서 중요하다. 나아가 중앙정부와 민간을 연결시키고, 이들의 역할을 활성화하는 촉매제·완충제의 역할도 할 수 있다. 통일이 건국(nation building)에 해당할 만큼 중대한 역사적·민족적인 과업이라면, 그리고 독일에서 경험한 것처럼 통일에 막대한 인력과 지혜와 재정이 요구된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통일과정에서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통일의 삼두마차의 새로운 역할 분담
남한의 경우 2014년 1월 현재 17개의 광역자치단체와 227개의 기초자치단체가 있다. 광역자치단체 중 가장 인구가 적은 곳은 세종특별자치시, 가장 인구가 많은 곳은 경기도이다. 현재 남한 인구가 5천만 명인 것을 염두에 두면 광역단체별 평균 인구는 294만 명 정도이고, 기초단체별 평균 인구는 22만 명 정도이다. 한편, 북한은 2011년 1월 현재 12개의 광역주권구역이 있는데 광역구역 당 평균인구는 200만 명 정도이고, 208개 기초주권구역의 평균 인구는 12만 명 정도가 된다. 한편, 남한에서는 1991년부터 간접선거에 의해 실시된 교육자치가 2007년부터 주민직선제로 바뀌었고, 주민직선에 의해 17개 광역교육감이 선출된다. 이 17개의 광역교육자치체 아래에 180개의 지방교육청이 존재한다.

남한에서 지방자치제가 본격적으로 실시된 것은 20년에 불과하다. 북한에서는 지방자치의 개념이 아예 존재하지 않고, 노동당 중앙에 의해 철저히 권력이 집중돼 있다. 남북의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지방자치가 국가발전의 바람직한 방향이고, 이를 통해 통일의 역량이 새롭게 발휘되어야 한다면, 지방을 통일의 한 축으로 세우는 노력은 계속돼야 한다.

이를 위해 우선 중앙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민간의 적절한 역할분담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중앙정부의 단위가 아닌 지방단위의 교류협력사업은 중앙정부나 민간단체가 아니라 지방자치단체가 주도해야 한다. 이러한 통일주체별 역할분담을 실질화하기 위해 관련된 법규를 정비해야 한다. (*자세한 것은 동 특집 중 송인호 교수의 글 참조)

중앙정부와 지방자치체 및 지자체와 지자체간의 협력 강화
지자체가 남북교류의 주체가 되고 각종 교류협력활동이 활성화되면 정보의 소통과 축적을 체계화하고 지원 및 투자의 중복·혼란·경쟁을 막기 위한 조정협력기구가 필요하다. 즉, 중앙정부와 지자체 사이, 광역지자체간, 광역지자체와 기초지자체간, 기초지자체간 등 지방자치단체간의 협력기구가 필요하다.

우선,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협력기구로 2006년에 만들어진 ‘지자체남북교류실무협의회’가 있다. 이는 대북사업추진과정에서 발생하는 불필요한 경쟁과 비효율성을 막고 지방자치단체간 협력과 정보공유 및 중앙정부와의 협조체제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 이 협의체는 통일부 교류협력국장이 협의회의 위원장을 맡고 통일부 사회문화교류과장, 16개 광역자치단체 남북교류업무담당 과장, 민간위원 등 25명 이내로 구성돼 있다. 지자체를 통일의 3대 주체의 하나로 설정할 경우 이러한 실무 협의기구는 향후 더 급이 높은 협의기구로 격상돼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간 협력체계와 더불어 지자체간 협력체계도 필요하다. 경기도와 제주도가 주축이 돼 정기적으로 ‘지방자치단체 남북교류 워크숍’을 개최한 것은 지자체간 협력의 시도였다. 2009년 시작된 이 워크숍은 2011년까지 3차례에 걸쳐 개최됐는데, 통일부 등 중앙정부 관련부처를 비롯해 남북교류협력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전국 지자체들이 참석해 각자의 경험과 정보를 소개하고 교환하는 형태로 이뤄졌다. 이 워크숍은 지자체가 중심이 돼 정보교류과 상호협력을 도모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나아가 상설조직으로 지자체가 일정액을 투자해 가칭 ‘지방자치단체 교류협력사업 종합지원센터’를 만드는 것도 새로운 방안으로 검토될 수 있다.

한편, 광역자치단체 안에서 소속 지자체가 협력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이와 관련해 가장 모범적인 곳은 전라남도와 전라북도이다. 전라남도는 22개 기초 지자체를 중심으로 도내의 기업과 민간으로 전남도민남북교류협의회를 조직했고, 남북교류협력사업 재원도 22개 시·군 및 도의 출연금으로 조성했다. 전라북도도 마찬가지다.

다음으로, 전국적 범위에서 지자체들의 협력체계를 만드는 것이다. 정부의 대북교류협력정책에 지자체의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해서는 공식적인 기구가 필요하다. 그러나 이를 위해 새로운 기구를 만드는 것보다는 기존의 기구를 활용하는 것이 시간과 노력을 단축하고 전체 지자체의 합의를 이끌어내기도 쉬울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전국시도지사협의회가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전국시도지사협의회는 전국 광역지방자치단체장들로 구성된 협의체로서 1999년 지방자치법 165조에 근거해 설치됐다. 전국시도지사협의회를 통해 남북교류협력정책에 대한 지자체의 의견을 정부에 제출하고 정책을 수립하는 데 상호 협력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1995년부터 시작된 대북지원이 장기화되면서, 대북지원을 하는 국제기구 및 국제 NGO와의 협력문제도 계속적으로 논의돼 왔다. 따라서 국제적인 북한개발협력체제가 만들어질 것을 전망하면, 지자체도 국제협력의 틀 속에서 대북지원을 추진할 수 있는 준비가 필요하다. 이상 광역지자체를 중심으로 하여 관내의 기초지자체 나아가 국제협력까지를 포함하는 협력체계를 경기도를 모델로 구상하면 다음과 같다.

남북교류협력 대상지역과 사업영역의 확대
2010년 5·24 조치 이후 지금까지 남북간의 모든 교류협력이 중단되고 지자체의 대북사업도 중단됐다. 그렇지만 그 이전 10년간 인도적 지원사업과 문화체육교류, 방재 및 농축수산물 교류사업이 진행돼 지자체간 교류협력의 기반은 조성됐다. 지난 5년간의 남북관계 단절과 적대감 심화로 이러한 교류협력의 기반조성이 다시 시작돼야 할 수도 있지만, 이제는 좀 더 높은 단계를 준비해야 할 때이기도 하다. 즉, 인도적 지원에서 개발지원으로, 물적 교류에서 인적 교류로, 상대방의 의향 탐색에서 신뢰구축으로, 나아가 거점지역의 설정과 지역간 자매결연의 추진이 필요하게 되었다.

▲ 지자체의 남북 교류협력 관련 단계별 추진전략

우선, 자치단체의 교류협력은 강원도와 경기도에서 잘 나타난 것처럼 영역과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는 중앙정부 못지않게 북한의 경제사회발전을 위한 인적·물적·기술적 자원을 갖고 있다. 따라서 기존의 인도적 지원을 확대하면서 대북 접촉면을 넓히되, 중장기적으로 협동농장에 대한 지원, 북한의 지방경공업 복구지원 등의 사업에 개발계획을 수립하고 협력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북한의 지방행정체계가 중앙정부에 강하게 결박돼 있으나 지방의 경제적 ‘자력갱생체제’는 남북 지방간 개발협력의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다음으로, 지자체들이 조례제정과 기금조성 등으로 활발하게 교류협력을 준비한 상태에서 기존과 같이 평양과 그 주변 또는 휴전선 접경지역에서만 교류협력이 이뤄지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비록 북한의 폐쇄성으로 북한이 지정한 몇몇 지역에서만 시범적으로 교류협력이 이뤄질지라도 남한의 모든 지방이 북한의 모든 지방과 일대일 파트너로 지정돼 있음을 분명히 해야 한다. 강원도가 다른 광역단체에 비해 북한과의 교류협력사업에 큰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은 협력의 대상지역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동서독의 경우에도 자매결연 방식을 통해 아이템별 교류협력이 아니라 다양한 사업을 한데 뭉뚱그린 포괄적·종합적 지역교류가 전개됐다. 이것이 독일의 통일에 크게 기여했을 뿐 아니라 동서독 주민의 동질성 회복에도 상당한 기여를 했다.

한편, 지난 10년간의 경험에서 나타난 것처럼 남한의 지자체가 북한의 지방과 교류협력사업을 진행할 때, 처음에는 북한의 민화협이 남측의 파트너로서 ‘시행사’의 역할을 할 것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신뢰를 통해 남북의 지자체가 직접적으로 연결돼야 한다. 지난 10년간 남북교류협력사업을 지속적으로 전개해온 강원도와 경기도는 이 경우에도 모범적인 사례가 된다. 즉, 남측에서 민간단체가 아니라 지자체가 교류협력의 주체가 될 때, 그리고 남북한 지방간 결연에 의해 지자체의 교류협력대상이 특정 지역으로 고정화될 때 북한에서도 궁극적으로 민화협이 아니라 북한의 지방인민위원회가 교류협력의 주체로 나설 수 있다. 이 경우 남북 지방단체간 협력은 더욱 발전할 것이고, 통일은 더욱 알차고 빠르게 진행될 수 있을 것이다.

남북 지방간 연합(결연)의 방법과 의의
남북한의 지방을 연합 또는 결연시키는 기준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기능적 접근, 문화·예술적 접근, 경제적 및 기술적 접근, 정서적 접근, 개방형 접근 등이 있다. 남과 북의 지리적, 산업적, 문화적, 역사적 특성 등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남북간 지역결연의 방향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①우선, 남과 북의 광역단체를 각각 10개 광역으로 통합해 코리아 전체가 20개의 광역이 되도록 한다. ②연합의 기본은 코리아의 동축은 동축, 서축은 서축으로 연합하는 것이다. 비유컨대, 코리아의 지도를 휴전선을 기준으로 반으로 접고, 이때 만나는 지역을 연합의 파트너로 설정하는 것이다. ③남측의 수도(서울)와 수도권(경기)은 북측의 수도(평양)와 수도권(평남)으로 연결하고, 한라산의 제주와 백두산의 량강도를 결연(연합)시킨다. ④남측의 수도권인 경기도는 북측의 수도권인 평안남도와 연합하나, 휴전선 접경지역은 별도로 취급해서 남측의 접경지역과 북측의 접경지역을 서로 연합한다. ⑤광역단위 안에서의 시·군별 연합은 지리적 특성, 행정적 기능, 인구 크기, 산업적 연관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결정한다. ⑥남북 지역별 연합은 배타적이 아니다. 즉, 지역별 연합의 기본대상을 설정하는 것과는 별개로 각각의 지역은 연합대상외의 지역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

이렇게 할 경우 남 강원도=북 강원도, 경상북도(대구)=함경남도, 경상남도(부산, 울산)=함경북도(나선), 제주도=량강도, 전라남도(광주)=평안북도, 전라북도=자강도, 충청남도(대전)=황해남도, 충청북도(세종)=황해북도, 서울=평양, 경기도(인천)=평안남도(남포)가 된다.

그리고 휴전선 접경지역에 위치하는 지역은 특별히 고려해 경기도의 고양, 파주는 개성특급시, 연천은 장풍군, 강화는 개풍군, 김포는 판문군과 연합된다. 또한, 평양에 속한 강남군, 속했던 승호구역, 중화군, 상원군은 수도권으로 간주하여 남측의 경기도지역과 연합한다. 이상과 같은 원칙에 입각해, 광역단체별, 기초자치단체별(시·군별)로 연합안을 만들면 첨부한 내용과 같다.

이러한 지자체별 연합(결연)은 궁극적으로 통일의 또 하나의 주체인 민간분야로 확대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충청북도 청주시에 있는 청주초등학교의 결연대상은 황해북도 사리원시에 있는 사리원소학교가 된다. 따라서 청주초등학교의 교사와 학생, 학부모는 사리원소학교를 대상으로 각종 교류협력사업을 전개할 수 있다. 기독교의 경우 경상북도(대구)의 교회와 크리스천은 종파와 교단을 떠나 서로 연합하고 협력해 북한의 함경남도를 위해 기도하고 교류협력을 모색할 수 있다. 나아가 대구의 교회와 크리스천은 서로 협력하여 함흥을 품고 기도하며 협력과 지원을 모색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제주도 서귀포시의 농민단체는 량강도 갑산군의 농민단체가 교류협력의 파트너가 된다.

결론적으로 통일은 ‘모든 인간이 존엄한 존재’로 살아가는 새로운 나라를 만드는 과정이자 분열된 남과 북을 통합하는 과정이고, 동아시아에 평화와 번영의 공동체를 만드는 과정이다. 그리고 통일의 주체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그리고 민간이다. 이 통일의 3대 주체는 삼두마차처럼 작동해야 하고, 서로 협력하고 협치(協治)해야 한다. 통합과정으로서의 통일은 신체봉합수술에 비유할 수 있다. 중앙정부라는 척추만이 아니라 대동맥, 대정맥이라는 광역지자체, 동맥과 정맥이라는 기초지자체, 모세혈관과 신경세포 그리고 살로 비유될 수 있는 민간이 봉합돼야 한다. 그리고 이 신체봉합수술의 과정은 단순히 남과 북의 현 상태를 그대로 결합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인간의 존엄’을 DNA로 하는 새로운 코리아라는 세포를 배양하고 이식하는 과정이다. 이렇게 통일이 될 때만 우리는 통일의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고, 온전하고 건강한 한 몸으로써 활력이 넘치는 통일체를 이룰 수 있다.

배기찬/ 통일코리아협동조합 이사장

<참고문헌>

- 강원도, 『남북강원도 교류협력 10년 발자취』, 2010
- 경기도, 『남북교류협력 10년 백서』, 2012
- 김학성.최진욱, 『남북한 지방자치단체간 교류·협력』, 통일연구원, 2001
- 양현모.강동완, 「지방자치단체의 남북교류사업 평가 및 발전방안: 정책네트워크 분석을 통한 행위자 관계를 중심으로」, 통일정책연구 18권1호, 2009
- 최대석·이종무·박희진·강승희, 『지방자치단체 대북교류 10년』, 통일부연구용역보고서, 2009

배기찬  baekichan@gmail.com

<저작권자 © 유코리아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