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가 남북교류협력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김대중 정부가 등장한 1998년 이후다. 각 지자체가 전개한 남북교류협력사업은 지금까지 크게 4단계로 나누어 볼 수 있다.

1단계는 남북교류협력사업에 대한 모색기(1999~2001)이다. 이때 제주도의 감귤지원, 강원도의 남북공동연어방류사업 등이 추진되었다. 2단계는 대북 인도적 지원사업의 추진기(2002~2005)다. 인도적 지원으로는 식량지원, 식품가공공장 건립, 재난구호, 생필품‧의약품 지원 등이 이루어졌다. 3단계는 2005년 이후 북한이 공식적으로 개발지원으로의 전환을 요청함에 따라 각 지자체들이 기존의 단순 물자지원 방식을 지양하고 개발지원사업으로 전환하는 시기(2006년 이후)이다. 개발지원으로는 협력사업(농·축산·수산·임업), 현대화 지원사업(보건의료, 건물, 거리, 풍력발전 등) 등이 있다. 4단계는 2008년 이명박 정부의 등장과 2010년 5‧24조치 이후 지금까지 지자체의 남북교류협력사업이 전면 중단된 시기다.

1998년 지자체가 남북교류협력사업을 추진한 이후 10년이 지나는 동안 지자체의 남북교류협력제도의 기틀이 잡혔다. 남북교류협력 조례의 제정, 남북교류협력기금의 신설, 남북교류협력 부서의 설치가 그것이다.

지자체의 남북교류협력조례 제정
2012년 현재 16개 광역 시·도는 모두 남북교류협력조례를 가지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조례제정을 비교해 보면 강원도, 경기도 등 접경지역 지자체가 가장 일찍 제정했고, 내륙지역인 충청 남·북도와 대전이 가장 늦게 제정했다. 기초지자체의 경우도 접경지역에 위치한 강원도와 경기도에서 조례를 제정한 경우가 많다. 예외적으로 전라남도의 기초지자체에서 조례를 많이 제정했는데, 이는 통일에 대한 열망이 강한 지역적 특성에 기인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즉, 지방자치단체의 조례제정은 남북관계에 대한 직접적 이해관계뿐만 아니라 통일에 대한 지역민의 열망을 반영하는 하나의 지표라고 할 수 있다.

한편, 지방자치단체가 사회통일교육의 진흥에 행·재정적으로 지원을 거의 하지 못한 것을 해결하기 위해 2009년 10월 통일교육지원법이 개정됐다. 이 법의 제6조 3항에 의하면 지방자치단체는 지역 내 통일교육을 활성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통일교육을 하는 자에게 예산의 범위에서 필요한 행·재정적 지원을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이 법에 따라 지방자치단체는 조례를 제정해 지역통일교육이 활성화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2011년 3월 경기도, 9월 광주, 10월 전남과 인천이 통일교육조례를 제정했고, 기초자치단체로는 서울시 구로구가 5월에 조례를 제정했다.

또한, 남북교류협력조례와 관련해 최근 특기할 만한 것은 광역시·도의 교육청이 자체적으로 남북교류협력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조례를 제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2007년 12월, 강원도교육청이 처음으로 강원도 남북교육교류협력위원회 조례와 강원도 남북교류협력기금 설치 및 운용조례를 제정한 이후, 전라북도교육청이 2010년 10월 전라북도 남북교육교류협력조례를 제정했고, 광주광역시교육청도 2012년 10월 관련 조례를 제정했다. 북한의 교육 여건이 매우 열악하고, 향후 남북의 교육협력 및 학교간 교류가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생각하면, 교육청이 주체가 되어 남북교육교류협력을 추진하는 것은 매우 의미가 크다. 특히, 교육감 직선제 실시를 통해 교육청의 위상과 역할이 매우 커지고 있어 교육청이 남북교류협력에서도 중요한 행위자의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방자치단체의 남북협력기금 설치

한편, 지자체 남북교류협력사업을 실질적으로 뒷받침해주는 제도로 각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설치해 운용하고 있는 ‘남북협력기금’이 있다. 각 지자체들은 남북교류협력조례에 남북협력기금 설치에 대한 규정을 두고 있다. 2011년 12월 현재 경기도를 비롯한 11개 광역 지자체가 990억 원의 남북협력기금을 조성하였고, 이 중 일부를 집행하고 남은 협력기금의 잔액은 570억 원에 이르고 있다. 여기서 특기할 것은 경기도, 강원도, 인천시 등의 접경지역 지자체가 남북협력기금 조성에도 매우 적극적이라는 것이다.

이와 같이 접경지역 지자체와 비접경지역 지자체간 차이는 지자체 남북교류협력사업 추진체계에서도 나타난다. 2011년 현재 광역 지자체 중 경기도, 강원도, 인천시 등 접경지역 지자체만이 남북교류협력사업을 전담하는 부서를 설치하고 있는 반면에, 다른 지자체들은 전담부서 없이 주로 자치행정과나 대외협력을 담당하는 부서 안에 담당자 한 명만 두고 있다. 그런데 전담부서가 설치된 경기도와 강원도는 기금집행실적도 많고, 실제로 남북교류협력사업도 가장 활발한 곳들이다. 남북교류협력사업이 활발하니까 담당직원도 늘어나고 독립부서의 설치까지 이어지는 것이기도 하지만, 그 반대로 전담부서가 설치되니까 다양한 남북교류협력사업이 활발히 추진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렇게 활발히 남북교류협력사업을 전개한 접경지역 지자체도 2010년 5‧24조치 이후 그 활동이 대부분 중단됐고, 전담 부서 또한 위축되거나 다른 부서와 통합됐다. 지난 10년간 지방자치단체의 대북교류협력 중 가장 활발한 활동을 보인 강원도, 경기도를 비롯한 몇 개 광역지자체의 사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강원도의 대북교류협력 사례: 분단도의 특수성
강원도는 세계 유일의 분단도라는 특성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분단과 적대적 관계로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는 지역이어서 남북교류에도 적극적이었다. 1998년 7월 1일에 취임한 김진선 강원도 도지사는 취임사에서 남북강원도교류협력에 대한 의지를 천명했다. 그리고 1998년 9월에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로서는 처음으로 기획관리실 안에 ‘남북교류지원팀’을 신설했다. 이어 ‘남북강원도교류협력위원회조례’를 제정했으며, 12월에는 ‘강원도 남북교류협력기금조례’가 제정됐다. 또한, 2000년 5월에는 민간의 전문가가 주축이 돼 ‘사단법인 남북강원도협력협회’가 설립됐고, 이것이 2002년 3월 통일부로부터 대북사업자로 지정됐다. 그리고 2000년 6월에 강원발전연구원 내에 ‘북강원연구센터’를 설립했다.

이러한 토대 위에서 2000년 12월에 김진선 도지사를 비롯한 대표단 12명이 남한의 도지사라는 직함을 가지고 최초로 북한을 공식 방문했다. 또, 당시의 일반적인 경로인 중국 경유의 북한 방문이 아니라 금강산·원산을 경유해 평양을 방문했다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 이 때 김진선 도지사는 평양에서 북한 민족화해협의회 김영대 회장, 민족경제협력연합회 정운업 회장과 회담을 갖고 남북강원도교류협력을 위한 기본합의서를 체결했다. 이 합의서 2항에 향후 강원도가 추진할 주요 남북교류협력사업으로 2001년부터 씨감자 원종장 시설 건설, 솔잎혹파리 공동구제사업, 연어자원 보호증식사업 등을 합의했다.

2003년 12월에는 김진선 도지사를 비롯한 강원도의 각계인사 38명이 북강원도의 수부도시 원산을 방문했고, 여기서 김 지사는 북한의 민족화해협의회 김영대 회장뿐만 아니라 북강원도인민위원회 고종덕 위원장과도 회담을 했다. 이때 김영대 회장과 맺은 합의서는 경제협력만이 아니라 사회·문화 분야로 협력을 확대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2005년 9월에 금강산에서 열린 남북강원도 주민 350여명이 참여한 남북강원도민속문화축전은 대규모의 남북문화교류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그리고 이 축전을 계기로 김 지사와 북측 리충복 민화협 부회장이 새로이 추진할 남북협력사업의 합의서에 서명했다. 그 내용은 북강원도인민위원회 대표단의 빠른 기간 내 남 강원도 방문, 북측 아이스하키선수단의 강원도 방문, 수산협력사업, 농림수산협력사업으로 2005년 강원도 농업전문가가 원산농민기술강습소를 방문, 2006년 북측의 농‧임‧수산업 전문가가 강원도를 방문하는 것 등이다.

2006년 11월 김 지사는 다시 평양을 방문해 북한 조선체육지도위원회 문재덕 위원장과 회담을 가졌다. 이때 합의사항은 남북 동계스포츠 발전을 위해 공동 노력하는 것, 북측은 2014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를 지지하고 적극 협력하는 것, 2014 평창동계올림픽이 개최되면 남북단일팀을 구성하고 개폐회식 행사에 공동참여하며, 공동훈련을 진행하는 것 등이다. 그리고 2007년 4월에는 북한의 태권도 시범단이 강원도 춘천을 방문하여 시범행사를 가졌다.

이상에서 본 강원도의 남북교류협력사례는 가장 선도적이고 모범적인 지자체의 교류협력사례라고 할 수 있다. 우선 남북교류에 필요한 조례, 조직, 기금 등 제도를 정비했다는 점, 둘째 교류지역을 북강원도로 명확히 하고 처음에는 민화협을 창구로 했으나 점차 북 강원도의 인민위원회까지 교류협력의 대상을 구체화했다는 점, 셋째 경제교류에서 시작해 사회문화스포츠 교류로 협력의 분야를 다양화했다는 점, 넷째 각 분야 인력의 남과 북 상호방문과 협력을 실현했다는 점, 다섯째 평창동계올림픽 유치 등 국제무대에서의 협력도 추진했다는 점이다.

경기도와 인천시의 남북교류협력사업: 단체장의 주도성
경기도는 2002년 6월에 10억 원 규모의 인도적 지원물자를 북측 양강도에 제공했는데, 이때 경기도 대표단이 방북했다. 이를 계기로 2003년 12월 15일~17일 금강산에서 ‘남북교류협력의향서’를 체결했다. 의향서에서 합의한 사항은 사업의 주체를 ‘경기도와 민족화해협의회(이하 민화협)’로 한 것, 황해남북도 지역(필요시 평양)을 중점교류대상지역으로 한 것, 그리고 농기계지원, 의료분야, 식품가공공장 설비지원 등 주요 사업분야를 정한 것이었다. 일단 최초의 접촉을 통해 경기도와 민화협은 양자간 교류협력 사업을 지속성을 가지고 추진한다는 원칙에 합의한 것이다. 경기도의 대표적인 남북협력사업은 북한 강남군 당곡리 협동농장 현대화 사업, 개풍군 양묘장 조성 및 산림녹화 사업, 말라리아 남북공동방역사업이다. 또한, 경기도는 2007년부터 2011년까지 총 5개년에 걸쳐서 개성시 개풍동 일대에 9헥타르 규모의 양묘장 조성 및 산림녹화 사업을 추진하기로 북측과 합의했다.

2010년 5·24 조치로 남북교류협력사업이 중단된 상태에서 남북교류협력을 가장 적극적으로 추진한 지자체는 인천광역시이다. 이는 송영길 시장의 비전과 의지에 따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인천시는 2010년 천안함 침몰과 연평도 포격에도 불구하고 서해평화와 남북교류협력의 지속적인 추진을 위해 제2의 개성공단인 강화교동 평화산업단지 조성사업, 남북경협사업인 중국 단둥시 수제축구화 공장 운영, 남북 유소년 축구팀간 스포츠 교류의 장인 인천평화컵 국제유소년 축구대회 개최, 말라리아 공동방역사업 등 남북 교류협력사업을 꾸준히 추진해 왔다. 또한 ‘남북교류협력의 전진기지’, ‘평화도시 인천’을 만들기 위해 남북경협아카데미, 6·15 남북공동선언 및 10·4 남북정상선언 기념행사, 개성공단 물품전시·판매전, 서해평화정책포럼 운영, 시민평화교육 등 시민을 상대로 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해 남북 평화와 화해분위기 조성에도 힘써 왔다.

2014년 2월 인천시청에서 열린 ‘남북교류협력위원회’는 2004년 ‘인천시 남북교류협력조례’ 제정 이후 32번째로 열린 것이다. 위원장인 송영길 시장을 비롯해 20여명의 남북교류협력위원회 위원들이 참석한 이 회의에서는 아시안게임에 북한이 참가하는 문제가 토의됐다. 또한, 2010년 5‧24조치 이후 실행되지 못하고 있는 북한 영유아 및 임산부 지원 등 인도적 지원사업, 남북 농‧수산업 협력과 산림복구 등 개발지원사업, 아시안게임 대학생 체육교류사업, 고려역사문화 남북공동연구를 위한 사회문화교류사업 등 4개 분야 10개 단위사업이 논의됐다.

제주도, 경상남도의 남북교류협력 사업 전개: 시민단체 주도성
제주도에서 남북교류협력사업의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남북협력제주도민운동본부이다. 이는 1999년에 제주기독교교회협의회 및 개신교 각 단체가 중심이 돼서 북한에 감귤보내기 운동을 시작했는데, 이 운동을 범제주도 차원에서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만든 것이 모태가 되어 결성됐다. 2000년대 10년간 이 단체가 중심이 되어 제주도의 남북교류협력사업을 이끌어온 것이다.

경상남도에서는 2004년에 결성된 경남통일농업협력회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 단체는 밀양육묘연합회 회원들이 북한 고추모종보내기운동을 통해 모인 경남지역 농업인들이 중심이 되어 결성한 농업전문의 순수 민간단체이다. 이 단체와 협력하여 경상남도는 강남군 장교리 협동농장에 육묘공장 건립 등 총 11억 2000만 원 상당의 농기계와 영농자재를 지원했다. 특기할 것은 2007년부터 1년간 강남군 장교리에 소학교를 건립했는데 이에 소요된 자금을 전액 도민성금으로 마련한 점이다. 장교리 소학교 건립 모금운동에 경상남도 도내의 경제인과 각종 직능단체, 공무원, 학생 등이 참여해 9억 8000여만 원이 모금됐다. 이는 지자체의 남북교류협력사업이 주민참여형으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전라남·북도 남북교류협력사업: 광역과 기초의 협력
전라남도의 경우 특기할 점은 광역 지자체와 기초 지자체의 협력체계 구축이다. 전라남도의 남북교류협력사업 추진 주체인 전남도민남북교류협의회는 전라남도 22개 기초 지자체를 중심으로 도내의 기업과 민간으로 구성됐다. 그리고 전남도민남북교류협의회의 남북교류협력사업 재원은 22개 시·군 및 도의 출연금으로 충당하고 있다. 이것은 비수도권 지역의 지자체가 안정적으로 남북교류협력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든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전라북도도 전라남도와 동일하게 기초 지자체인 시군과 함께 남북교류협력사업을 추진한 대표적인 지자체이다. 이것은 전라북도 남북교류협력기금이 도와 시·군이 함께 출연하는 재원으로 조성되고 있다는 점에서도 분명하게 드러난다. 이와 같이 도와 시·군이 협력해서 남북교류협력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한편으로는 도의 남북교류협력사업의 토대를 확고하게 해주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시·군의 남북교류협력사업의 활성화에 기여한다는 측면에서 매우 긍정적이다.

지방자치단체, 남북교류협력사업의 핵심 주체
지자체가 남북교류협력사업을 전개한 지 10년이 지난 지금, 지자체는 남북관계에서 매우 중요한 행위자가 됐다. 초기에 지자체 남북교류협력사업에 대해 제기됐던 비판이나 부정적 인식은 이제 더 이상 존속할 근거가 없다. 지자체는 농업, 축산, 보건의료, 산림 등 다양한 분야에서 남북교류협력사업을 추진하면서 성과들을 축적해 왔다. 이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은 지자체가 자체적인 예산확보를 통해 안정적으로 재원을 조성할 수 있고, 농업기술원 등 산하기관들을 통해 사업 추진에 필요한 전문성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지자체의 이러한 특성은 앞으로 남북관계가 발전할수록 한반도 통일과정에서의 지자체의 역할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요구된다. 이러한 인식의 전환에 기초해서 지자체 남북교류협력의 전략이 마련돼야 한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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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환 외, 『경기도 남북교류 다각화를 위한 중장기 전략 연구』, 경기개발원,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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