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아침 벌어진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 테러 사건에 대해 통일 관련 단체 활동가들을 비롯한 네티즌들은 “테러는 명백히 잘못”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이 ‘엉뚱한 곳’으로 불똥이 튀지 않을까 우려했다. 테러 가해자인 ‘우리마당’ 대표 김기종 씨가 테러 직후 ‘전쟁 반대’를 외쳤기 때문이다. 미국의 책임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지난 1일 웬디 셔먼 미 국무부 차관의 “과거사는 한중일 3국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는 발언 등 최근 잇따라 한국민의 정서를 자극하는 목소리가 미국 당국자들로부터 나왔기 때문이다.

우선 “이번 테러는 명백히 잘못”이라는 목소리가 대세다. LA의 한 교포는 “무서운 소식이다. 그 어떤 것으로도 테러는 정당화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재미 교포도 “이건 아닌 것 같다”며 테러 행위를 비판했다. 한 제주도 주민도 “대사(大使)를 치상하는 것은 선전포고”라고 나무랐다. 서울의 한 시민단체 활동가는 “영웅심리에 의한 개인일탈”이라고 일축했다.

지난번 재미교포 신은미 씨에 대한 테러와 강제출국 사태가 보여준 것처럼 이번 주한 미국 대사에 대한 테러 사건이 ‘종북 논란’으로 번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한 시민단체 활동가는 “이번 사건으로 엉뚱한 곳으로 오물이 튕길 수도 있다”고 걱정했다. 한 의사도 “(우리마당 대표 김기종 씨가) 시원찮은 인물인 듯한데 어떻게 단체 회장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일단 진보 성향이라고 생각되는 단체들은 빨리 어떤 종류의 폭력도 반대한다는 성명을 내든가 해서 선긋기를 해야 할 듯 싶다. 한 시원찮은 인물 때문에 전체가 도맷값으로 넘어가지나 않을까 걱정된다”고 밝혔다.

▲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가 5일 아침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민화협 초청 조찬강연에 참석했다가 ‘우리마당’ 대표 김기종 씨가 휘두른 흉기에 얼굴과 손 등이 찔려 피가 흐르는 채로 긴급히 차에 타고 있다.

한 변호사는 “용의자가 외쳤다는 ‘전쟁 반대’가 목구멍의 가시같이 자꾸만 걸린다”며 “반미, 종북세력 척결 운운하며 공안정국 조성하는 좋은 불쏘시개가 되지 않을지 (우려된다)”고 토로했다. 이 변호사는 “이런 방식의 폭력에 단호히 반대하지만, 공안정국은 더 끔찍하다”고 했다.

또 다른 시민은 “이 일을 벌인 사람(들)은 정세 판단을 잘 못하는 것 같다. 칼자루를 쥐고 있는 쪽은 항상 대체로 강자들인데, 민간인(군인이 아닌)이 미국 대사를 찌르면 미국이 잘도 군사훈련을 멈추겠다”며 김씨의 무모한 행위를 비판했다. 테러 가해자인 김씨에 대해 ‘정신질환자’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한 시민은 이에 대해 “정신질환자는 아닌 것 같다. 배후가 있을 것 같다”며 배후설을 제기하기도 했다.

김씨에 대해 한 통일 단체 활동가는 “종북은 아닌 것 같고 민족주의자인 것 같다”며 “민족주의자들의 견해가 일부 북한의 주장과 일치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종북으로 몰아서는 안될 것”이라고 충고했다.

반면 금융권에 근무하는 한 시민은 “정부가 종북으로는 몰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대북관계가 완전 틀어진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김씨의 테러 행위는 명백히 잘못이지만 미국의 책임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한 통일 단체 대표는 “미국에 대해 한국민의 정서가 매우 안좋은 시점이다. 일제의 한일합방에 천문학적 재정 지원을 했다는 책이 발간되는 등 미국은 한반도 상황에 큰 책임감을 가지고 통일을 앞당기는 데 적극 노력해야 할 것”이라면서 “왜 미국이 우방국에서도 테러의 대상이 되는지 자국의 대외정책을 되돌아보아야 한다”고 미국의 대남·대북 정책을 비판했다.

또 다른 통일 단체 대표도 “직접 폭력을 가한 것은 분명한 잘못”이라면서도 “하지만 한미군사훈련으로 우리뿐만 아니라 북미관계를 꼬이게 만들고 분단관리만 하려는 미국에게도 분명한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 교포는 “사람한테 칼을 갖다 댄 것은 별로 좋지 않는 행위지만 미국의 전쟁도발로 죽어갈 수천 수만의 생명들을 생각하면 (리퍼트 대사에 대해) 동정감이 하나도 안간다”고 털어놨다.

한편, 군사 전문가인 홍희범 월간 <플래툰> 발행인은 <허핑턴포스트>에 기고한 글에서 “외교관에 대한 물리적 공격은 전쟁 수준을 넘어 상대 국가를 아예 국가로서 인정하지 않겠다는, 한 국가에 대해 가할 수 있는 최대의 모욕”이라며 “이번 사건은 개인에 대한 폭행 정도로 치부될 사건이 아니다. 진영을 떠나 전쟁 반대라는 범인의 주장에 현혹되어 그의 어처구니없는 행위를 옹호하는 우를 범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김성원 기자  ukorea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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