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5일 아침에 있어서는 안될 일이 벌어졌습니다. 서울시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주최 조찬 강연회에서 강의를 준비하던 마크 리퍼트 미국 대사를 흉기로 피습하는 사건이 일어난 것입니다. 사건을 일으킨 자는 김기종(55) 우리마당독도지킴이 대표라고 알려졌습니다.

김기종 씨는 지난 2010년 7월 7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특별강연회 도중 시게이에 도시노리 당시 일본 대사에게 지름 약 10㎝와 7㎝인 시멘트 덩어리 2개를 던진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됐던 적이 있었던 인물입니다. 2007년 10월에는 통일문화단체 괴한 습격 사건의 진상 조사를 요구하며,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던 중 갑자기 몸에 휘발유를 붓고 불을 붙여 분신을 기도하기도 했던 전력을 가진 자입니다.

그는 경찰에 체포된 뒤 범행 동기를 묻는 취재진에게 “전쟁훈련 때문에 이산가족이 못 만나고 있다. 키 리졸브 훈련 반대한다. 전쟁훈련 중단해야 한다.”라고 수차례 외쳤고, “왜 폭력을 썼느냐”는 질문에는 “전쟁에 반대하니까. 전쟁보다 더 큰 폭력이 어딨냐”고 답했다고 합니다. <한겨레신문>은 이 사건을 ‘극단적 민족주의자’의 돌출적 범행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고 보도했습니다. 어찌되었든 전쟁에 반대한다는 명분으로 타국의 대사를 흉기로 피습하는 행동을 한다는 것은 결코 용납될 수 없는 행동이며, 매우 비정상적인 사고입니다.

작년 12월 10일 전북 익산에서는 신은미 황선 토크 콘서트를 진행하고 있는 성당에서 고등학교 3학년 오모 군이 폭발물 테러를 저지른 일도 있었는데, 당시 일부에서는 오모군을 ‘애국지사’로 표현하며, 모금을 해서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일련의 사건들은 우리 사회에 얼마나 깊은 갈등과 증오, 그리고 폭력적 대응이 상습적으로 자리 잡고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하지만 우리의 원래 모습은 착하고 여린 마음을 가진 백의민족입니다. 36년간의 일제 강점기가 끝나고 조선을 수탈했던 일본인들이 돌아갈 때에도 그들에 대한 폭력적 보복이 없었던 것은 그것을 잘 보여줍니다. 하지만 광복과 함께 찾아온 분단과 좌우익의 대립은 한순간에 모든 사람들을 이성이 마비시켜버렸습니다. 한국전쟁 기간 동안에 일어났던 좌우대립의 살인과 폭력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는지 모릅니다.

분단 70년이 되었지만 그 상처들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며, 오히려 더욱 심화되어져 가는 모습을 우리의 눈으로 보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런 갈등과 대립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복음임을 믿습니다. 예수께서는 자기의 몸을 십자가에서 찢으심으로서 유대인과 이방인 사이에 막힌 담을 허무셨습니다. 이런 증오와 폭력이 더욱 깊어져 가는 한국 사회에서 교회는 어떤 역할을 감당해야 할까요? 가슴이 정말 답답합니다.

▲ 미국 대사 피습사건 브리핑 현장

이번에 피습을 당한 마크 리퍼트 대사는 작년 10월 30일 역대 최연소로 주한 미국 대사에 부임했습니다. 올해 태어난 첫 아들에게 '세준'이라는 한국 이름을 지어주고, 블로그를 통해 한국인들과 소통하려는 노력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마크 리퍼트 미국 대사의 빠른 치유와 온전한 회복을 위해서 기도합시다. 이번 사건이 한미관계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기도합시다.

북한 <조선중앙TV>는 이례적으로 사건 10시간 만에 한미 합동군사훈련을 강행한 미국에 대한 남한 민심의 징벌이라고 신속한 논평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북한의 반응은 결국 한국 국민들의 반북 감정만 부추기고, 종북몰이에 악용될 여지를 제공할 뿐입니다. 국민들이 양극단으로 치우치지 않고 조화와 균형을 이루며, 올바른 정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기도합시다.

제공: 오성훈 목사(PN4N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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