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통일론, ‘멸공통일’은 사라지고 ‘평화통일’이 자리잡다

8월 11일 광복71주년 기념 한국교회평화통일기도회가 “한반도 화해와 평화통일 비전 기도회”라는 제목으로 숭실대학교 한경직기념관에서 열렸다.

북한의 핵개발과 우리 정부의 사드배치 발표로 다시금 풍전등화의 위험에 빠진 한반도 상황을 염두에 둔 듯 주제 성경말씀은 하바국 3장 2절 “여호와여 진노 중에라도 긍휼을 베푸사 주의 일을 이 수년 내에 나타내시옵소서!”로 정해졌다. 갈대아 사람을 일으켜 역사적 심판을 예고하시는 하나님 앞에 엎드리는 선지자의 다급함이 엿보이는 구절이다. 절대 절명 위기의 순간을 맞아 하나님께 도움을 청하며 돌이키고, 언약적 관계를 기억하는 하나님의 은혜로 극적인 구원을 받는 이스라엘의 민족적 운명은 한반도 상황에 곧바로 적용되기엔 무리가 따른다. 단 예수 그리스도의 보편사적 통치원리를 현대 한국사회 맥락에 녹여낸다면 ‘화평케 하는 자’로서 우리가 속한 공동체의 안녕을 구하는 일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 11일 숭실대 한경직기념관에서 열린 '한반도 화해와 평화통일 비전 기도회'에서 손인웅 목사(평통기연 상임공동대표)가 비전선언문을 선포하고 있다. ⓒ유코리아뉴스


▲ '한반도 화해와 평화통일 비전 기도회'에서 통일비전을 제언하는 박종화 목사(평통기연 상임공동대표). ⓒ유코리아뉴스

한국교회에 위탁하신 민족복음화의 사명은 현재와 같이 남북관계가 다시 냉전시대 나락으로 떨어진 상황에서 더욱 극적일 수 있다. 정부간 남북교류는 개성공단 폐쇄를 마지막으로 최악의 상태를 맞고 있다. 민간교류 차원에서 대북지원을 위해 수없이 오갔던 북한방문도 벽에 부딪힐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사드 배치가 전격 발표되면서 지역에서는 극심한 민심이반이 발생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임기 내에 남북한 정부의 적대적 대결이 해소될 가능성은 현재로서 대단히 낮아 보인다. 2013년 초 회자되었던 ‘통일대박’론이 혹 ‘급변사태 후 흡수통일’론 아니었을까 되돌아보게 할 정도로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은 경도되고 있기 때문이다. 태생적으로 정부의 대북정책에 동조적인 교회가 장기적인 민족적 비전을 내세우며 성경적 원리 원칙을 선포할 수 있을까? 이는 어쩌면 하나님 앞에서 한국교회가 넘어서야 할 마지막 관문인지도 모르겠다.

2015년부터 매주 월요일 월요기도회를 주최했던 한국교회평화통일기도회 측의 이번 광복절 기념 기도회는 변화된 한국기독교의 대북인식, 통일선교 인식을 내비치고 있다. 우선 제목에서부터 ‘한국교회 화해와 평화통일 비전 기도회’ 아닌가(아래 '광복 71주년 기념 평화통일기도회 비전선언문' 참조). 과거 냉전시대 한국교회는 대놓고 ‘멸공통일’론 일색이었다. 월남 개신교인들이 교권의 중심을 차지하면서 국가의 반공담론과 짝을 맞추며 수용했었던 통일론이었던 것이다. ‘피흘림 없는 복음적 평화통일’, ‘상생적 통일’, ‘한민족형 통일’ 등으로 통일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고 있다. 이는 또한 북한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있음을 증명한다. 장기간 대북지원에 앞장섰던 한국교회가 북한주민에 대해 동포로 의식하면서 생겨난 결과이기도 하다. 대북관에 있어서 보수적인 사회의 다른 어느 부문보다 한국교회는 선도성을 갖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또 다른 측면에서 한국교회는 대북정책에 있어서 보수와 진보의 이원론적 사고 틀을 벗어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흔히 보수는 대북지원을 반대하고 진보는 대북지원을 지지하는 것처럼 생각하는데 80% 이상이 보수인 한국교회가 대북지원에 가장 앞장서고 있다. 북한선교에 대한 종교적 목적이 동기가 될 수 있는데 궁극적으로는 하나님의 사랑을 증거하는 일이 곧 북한선교의 바탕이기 때문에 단순히 ‘종교적 열심’으로만 설명할 수 없다.

1970년대 진보 교회의 인권운동 참여도 기실 하나님의 사랑이 바탕이 되었다. 분단구조 속에서 인권운동의 한계를 경험한 이후 통일운동에도 앞장서게 되었는데 이 또한 마찬가지다. 한국교회 보수와 진보를 관통하는 성경적 에토스(ethos)는 용서와 화해, 연합과 일치를 내용으로 하는 ‘복음전파’일 것이다. 보수와 진보는 양 날개로서 예수 그리스도의 몸을 이룬다. 성경의 가르침 ‘두려움 없는 사랑’으로 정부의 대북정책 한계를 뛰어 넘고 제3의 길을 모색하는 일은 한국교회가 평화통일로 향하는 마지막 관문이 될 것이다.

광복 71주년 기념 평화통일기도회 비전선언문

광복 71년을 맞는 오늘, 북한의 핵개발과 우리 정부의 사드배치 결정으로 남북의 갈등은 고조되고 있으며, 국내의 민심은 분열의 아픔을 겪는 중이다. 이런 정황 가운데 한국교회는 역사의 주인이시며 세계의 통치자이신 하나님에 대한 믿음 안에서, 한반도 평화를 위한 새로운 비전을 찾아야 한다.

하나님의 복음은 우리 한국교회가 남과 북이 화해하는 일에 앞장섬과 동시 세계 열방을 향해 평화의 복음을 전할 것을 명하신다. 한국 역사 속에 한국교회는 구한말 개화운동, 일제하 항일운동, 해방 후 경제부흥과 민주화와 통일운동을 앞장서 노력해왔다. 이러한 전통에 따라 이제는 우리 민족이 짊어져야 할 분단의 십자가를 기꺼이 지고, 통일의 대로를 열어야 한다. 광복 71주년을 기념하는 오늘, 한국교회는 민족의 통일과 세계 평화를 위해 다시 일어서야 한다.

1. 한국교회는 평화의 사도가 되어 국제사회에 한반도 평화를 호소해야 한다.
19세기 말 열강의 각축장이 된 동아시아에서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이 발발하여 우리 강산이 전쟁터가 되었던 역사를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오늘날의 동아시아 정세도 이전 19세기 말의 분위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한반도가 북한 핵과 사드 배치로 인해 다시 어두움의 땅이 되지 않도록, 우리 교회는 6자회담의 재개와 함께 온 세계가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평화를 지지해줄 것을 호소한다. 아울러 중국을 비롯한 주변국들이 우리나라의 안녕과 평화를 위협하고 간섭하는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

2. 한국교회는 사드 배치 문제로 갈리고 찢긴 민심을 위로해야 한다.
사사 사무엘이 블레셋의 침공에 맞서 이스라엘 백성들을 미스바에 모으고 대성회를 가졌던 것처럼(삼상 7:5~12), 국가가 위난한 시대일수록 우리는 하나되어 기도해야 한다(렘 29:11~13). 진영논리에서 벗어나 온 국민이 하나될 수 있도록, 우리 교회는 기도하면서 통일의 비전을 일궈나가야 할 것이다.

3. 한국교회는 한반도의 복음적 통일신념과 희망을 선포해야 한다.
오늘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미래의 희망을 보는 비전을 갖는 일이다. 지금 우리는 감사의 노래를 잃어버린 백성이 되었다. 남북의 분단과 함께 남남갈등이 지속된 현실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주님께서 주시는 사랑의 노래, 평화의 노래, 하나됨의 노래, 축복의 노래로 희망을 다시 찾는 일이다.

4. “여호와의 말씀이니라 너희를 향한 나의 생각을 내가 아나니 평안이요 재앙이 아니니라 너희에게 미래와 희망을 주는 것이니라.”(렘 29:11)
이제 우리는 이 같은 희망의 비전을 갖고 통일을 이루기 위한 구체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 통일을 위해 기도하고, 통일을 앞당기는 목회 실천을 이루며, 통일신학과 교육의 기초를 튼실히 세우고, 통일을 위한 국제적 연대와 함께 동포에 대한 사랑을 확인하며 복음의 빛이 북한 전역을 밝힐 수 있도록 사랑의 인도적 지원과 나눔을 이루는 복음적 통일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2016. 8. 11 광복 71주년 한반도 화해 평화통일 비전기도회 참가자 일동

윤은주 전문기자 ejwarrior@hanmail.net

트윗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