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제5차 핵실험을 강행한 9월 9일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설립 68주년을 맞은 날이었다. 김정은이 권력을 잡은 지 만 5년이 된 시점이기도 하다. 2차례 핵실험을 밀어붙인 김정일 사후 김정은은 3차례 실험으로 경량화‧소형화 개발을 잇고 있다. 2012년 개정 헌법에서 핵보유국을 명시했던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핵보유국 지위 인정을 목표로 가속도를 내는 것이다. 우리 정부와 국제사회의 지속적인 대북제재에도 아랑곳 않고 북한은 왜 핵개발을 지속하고 있는가, 북한에게 핵은 무엇인가.

북한의 핵문제는 1990년대 초부터 시작됐다. 미국과 소련이 주축이었던 냉전질서가 와해되며 체제붕괴 위협에 직면한 김일성이 꺼내 든 카드가 바로 핵카드였다. 1991년 남북이 유엔에 동시 가입한 배경에는 남으로의 흡수통일을 우려했던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독립된 국가로 인정받으려는 동기가 작동했었다. 적성국이던 미국과 소련이 상호 체제를 인정하는 분위기 속에서 우리 정부가 소련(1990년)에 이어 중국(1991년)과 수교를 맺은 반면 북한은 미국, 일본과 관계정상화에 실패하면서 핵카드를 만지작거렸다. 1994년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제네바 협상이 좌절되면서 김일성이 급서했고 설상가상으로 자연재해가 해마다 몰아닥쳐 수많은 사망자가 발생했다. 북한으로서는 절대절명(絕對絕命)의 위기였다. 망했으면 그때 망했을 북한이다.

혹자는 우리 정부의 대북지원이 망해가던 북한을 살려 놓았다며 대북지원 정책을 맹비난한다. ‘퍼주었더니 핵으로 돌아왔다’며 개연성 없는 주장을 반복한다. 그러나 전 세계가 북한구호에 앞장섰고 그 덕분에 북한실정이 외부세계에 알려졌기 때문에 북한인권운동을 시작할 수 있었다. 대북지원은 무소불위(無所不爲) 권력을 천명하는 북한정권 치하에서 꼼짝없이 고립된 주민들과의 관계망을 엮을 수 있는 발판이었다. 북한은 보다시피 우리가 퍼주거나 퍼주지 않거나 핵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오히려 관계 단절 이후에는 날개 단 듯 거침없이 핵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국가 존망을 핵개발에 걸고 있는 북한정권에게 안이한 대응만 할 뿐 속 시원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는 우리 정부와 미국은 더 이상 실기하지 않고 판세를 뒤바꿀 궁리를 해야 한다.

2009년 2차 핵실험 이후 북핵문제와 평화체제수립을 ‘패키지 딜’(package deal)로 해결하려 했던 힐러리 클린턴(Hillary Clinton) 전 국무부장관의 제안을 재검토 해볼 시점이다. 한반도와 동북아 지역에서 핵무기 경쟁은 다시금 전화(戰火)를 돋울 뿐이다. ‘북진통일론’과 ‘남조선해방론’을 내세우다가 전쟁을 일으켰던 해방직후 남북대결이 그 증거이다. 미국에게 체제보장을 요구하며 수십 년째 핵 도발을 감행하는 북한을 우리는 어떻게 상대할 것인가. 강대 강 대결이 먹히지 않을 때는 조이던 줄을 풀어가며 접근해야 한다. 내부 모순의 책임을 외부의 적에게 전가하며 권력다툼을 허용 않는 북한정권. 북미평화협정과 한반도평화협정 카드는 핵문제로 달궈진 한반도긴장국면을 단박에 식혀 줄 폭포수가 될 것이다.  

윤은주 전문기자  ejwarrio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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