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선 두 개의 칼럼들을 보신 독자들 가운데, 제가 감리교 소속 목사인가 질문하시는 분들이 계셨습니다. 감리교본부에서 사회적경제 사업을 진행하고 있고, 존 웨슬리의 사회성화 운동을 소개하는 과정 속에서 나온 질문인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단지, 처음 감리교본부 일을 시작할 때는 협동조합 전문가로서 들어가게 되었고, 이후 4년여의 사업 기간을 통해 존 웨슬리의 진면목을 보게 되었을 뿐입니다. 존 웨슬리를 알게 된 것은 제게 큰 복입니다.

존 웨슬리는 요즘 유행하는 표현으로 “미셔널 교회”(Missional Church)를 실현해 낸 사역자입니다. 그는 교회건물 안에 갇혀 있던 복음을 시장 한복판, 산간오지, 광산 등으로 직접 들고 나가 많은 서민들이 말씀의 능력을 접할 수 있게 했습니다. 한편, 당시의 사회적으로 소외된 이들, 상처 입은 이들에게 직접 찾아가 그들을 어루만지고 섬겼던 사회복지 실천가였습니다. 두 번째 칼럼을 통해 소개했던 사회적기업 사업과 사회금융 사업도 이런 활동의 연장입니다.

이렇듯 존 웨슬리는 성직자이자 동시에 신자로서 그가 몸담고 살아가던 지역사회로 직접 나아가 사회적 약자들의 필요를 섬기는 일과 낙후된 지역경제를 되살리는 일을 실천하였고, 그밖에도 당시 영국 사회에 존재하는 성경적 가치에 반대된 정책들(지나친 토지 독점 및 사유화, 노예제 및 계급차별, 정경유착의 부정선거제도, 서민층을 위한 세금감면 및 물가 조정, 부의 대물림을 조장하는 상속법, 노사갈등 해결 등)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러한 존 웨슬리의 기독교정신에 입각한 사회-경제 참여 활동은 2016년 한국교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오랜 기간 적잖은 교회들이 지역사회 현안과 필요에 무관심해왔고 건물교회를 중심으로 그저 복음만을 외쳤던 현실을 비춰볼 때, 지금 우리가 직면한 대한민국 사회-경제 상황은 우리로 하여금 직접 교회 바깥으로 나와 사회적 약자들에게 먼저 다가가 섬기고 교회 재정을 통해 지역경제를 회생시키는 일조하도록 이끌고 있는 것입니다.

신명기 24장 21을 보면,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 “네가 네 포도원의 포도를 딴 후에 그 남은 것을 다시 따지 말고 객과 고아와 과부를 위하여 남겨두라”고 명령하고 계십니다. 어느 시대 어느 나라에 살든지 “성도라면” 우리 삶의 자리에서 접하는 약자들에 주목하며 그들의 삶을 위해 우리 수입 중 일부를 구별하라고 하십니다. 잠언 19장 17절의 “가난한 자를 불쌍히 여기는 것은 여호와께 꾸어 드리는 것이니 그의 선행을 그에게 갚아주시리라”도 그렇습니다.

또한, 사도행전 2장 44~45절을 보면, 성령을 체험한 성도들의 ‘변화된 삶의 양식’이 나옵니다. “믿는 사람이 다 함께 있어 모든 물건을 서로 통용하고 또 재산과 소유를 팔아 각 사람의 필요를 따라 나눠주며...” 4장 32절에도 비슷한 표현이 반복됩니다. 무엇을 뜻합니까? 방금 막 성령을 체험한 제자들의 눈에 ‘내 이웃의 실제적인 필요’가 보이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크리스천만의 독특한 사회-경제 가치관’이 직접 실천됨을 말합니다.

감리교회 착한소비365 장터 행사 모습

한국교회는 너무나도 많은 세월 동안 ‘자본주의적 삶의 양식’에서 벗어나지 못 했습니다. 적잖은 경우, 성도들의 삶은 개인주의에 찌들어 ‘내 삶’, ‘내 가족’, ‘내 교회’라는 바운더리를 만들어 스스로를 가두었고, 교회들은 더 큰 권력을 추구하고 더 많은 재정을 쌓는 가운데 돈이 생기면 더 높고 더 웅장한 건물을 올리는 데 집중하였습니다. “성령의 충만함”의 열매를 출석교인 숫자, 교회건물의 화려함, 그리고 교단 규모로 대치시키는 우를 범하였습니다.

지난 수십 년간 한국경제의 고속 성장과 함께 교회들의 규모도 함께 성장하였습니다만, 아이러니하게도 최근 10년간 우리는 급격한 경제적 내리막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극대화되고 있고, 중산층의 붕괴와 함께 사회적 약자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우리들이 섬기고 있는 교회 안에서 있는 청년들, 권사님, 장로님들의 일상이요 동시에 적잖은 교회들의 재정 상황을 통해 드러나고 있습니다. 어려운 현실입니다.

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내에서 한국교회의 이미지는 크게 실추되어 있습니다. “개독”이라는 표현은 더 이상 낯선 표현이 아닐뿐더러, 대형교회의 화려한 외모를 보며 지역 내 서민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가운데 “복음과의 심리적 간극”이 커지고 있습니다. 예전엔 흔히 “삶이 어려워질수록 더욱 하나님을 찾게 된다”는 말을 썼습니다만, 실상 제 주변엔 ‘멍들고 실망한 가슴’을 부여잡고 교회를 욕하며 멀리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모습이 적지 않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지금의 이 상황을, 어떻게 뚫고 나갈 수 있을까요?

교회들이, 우리 성도님들이 움켜진 손을 펴야 합니다. 가진 것이 많으면 많은 대로, 적으면 적은대로 이제는 지역사회를 섬기는 데 사용해야 합니다. 신명기에 나온 아버지 하나님의 명령처럼, 사도행전에 있는 초대교회 성도들의 나눔처럼, 그리고 약 300년 전 존 웨슬리가 하나님께서 자신에게 보내주신 사회적 약자들을 경제적인 차원에서 보듬었던 것처럼. 교회는 교회 차원에서, 성도 개인은 개인 차원에서 우리의 손을 펴서 누군가에게 흘려보내야 합니다.

그런 차원에 있어서 교회 차원의 “사회적경제 비즈니스”와 “성경적 착한소비 운동”은 의미 있는 깃발이 될 것입니다. 실제로, 이미 많은 교회들이 각자 속한 마을 구석구석을 그들의 재정을 통해 새로이 재생시키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사업을 통해 지역 안에 사회적 약자들을 보듬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교회 내 부서별로 착한소비 특별예산을 편성하여 1년 지출의 일정액을 지역사회를 위해 쓰는 데에 사용하고 있습니다.

사회적경제 비즈니스와 착한소비 운동은, ‘당장’은 우리 사회 내 탈북민들의 자립 지원사업과 맞닿아 있습니다. ‘통일 이후’에 형성될 마을단위 지역경제를 세우며 준비하는 일도 포함하고 있습니다. 또한, 해외선교지의 선교사님들 가운데서도 ‘남한 교회의 착한소비 운동’과 ‘선교지의 사회적경제 비즈니스’를 접목시켜 지속가능한 비즈니스선교 사역을 만들어가는 것을 보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 지역사회를 살리고 함께 살아가기 위한 “귀한 선교적 발걸음”입니다.

적잖은 경우, ‘사회적 가치’와 ‘선교적 열매’를 분리해서 생각하는 모습을 봅니다. 그러나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지금의 이 시대상을 본다면, 우리네 지역사회 곳곳에 있는 사회-경제적 약자들을 본다면, 이러한 “강도 만난 이웃”(저는 자본주의 어두운 면의 피해자로 표현합니다)이요 이 시대의 “고아와 과부, 나그네”를 돕는 것이 바로 ‘하나님의 뜻’이요 우리에게 주어진 ‘선교적 분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설령 이들이 신앙 밖에 있다 할지라도 말입니다.

글을 맺으며, 현재 우리 사회상을 돌아봅니다. 혹자는 “한국교회도 이리 어려운 상황에, 왜 이런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언론 등 모든 영역을 뒤집어 놓는 사건이 벌어졌을까?”라고 질문합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이 모든 것은 필연적인 인과관계일 뿐이라고. 한국교회와 신자들이 그동안 이기적인 신앙, 잘못 자리매김 된 신앙을 도려내지 못하고 살아왔던 것이, 먼저는 ‘교회에 대한 비난과 질책’으로 이제는 ‘사회 전반의 썩은 악취’로 드러난 것이라고.

한국교회는 새로워져야 합니다. 재를 뒤집어쓰고 옷을 찢으며 처절하게 회개하지 않는다면 ‘돌이킴’의 기회조차 날아갈지 모르겠습니다. 다만, 사회-경제 영역에 몸담은 목사로서 권하고자 하는 것은 지역사회를 향한 교회-성도들의 사심 없고 조건 없는 섬김이요, 우리의 지갑과 보고를 열어서 하나님의 눈물이 고인 우리 사회 가장 낮은 자리로 다가가는 것입니다. 이것이 하나님이 우리에게 바라시는 교회의 모습이요 성도의 일상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다음 칼럼에서는, 교회들이 실제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성경적 착한소비 체크포인트”를 공유할 예정입니다. (계속)

이다니엘  chanoog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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