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모한 전쟁 위협 발언은 인류에 대한 선전포고이며, 국제범죄 조장행위"

"29일(화) 저녁 7시 30분부터 새벽 1시까지 전쟁반대 평화기도회 개최"

한미연합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훈련이 시작된 21일, 기독인들이 “전쟁 반대” “평화협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서울광화문광장 한복판에서 열었다. 전쟁반대평화기도회준비위원회(위원장 진광수 목사)가 주최한 이날 기자회견에서 기독인들은 ‘한반도 전쟁은 결코 안된다. 우리는 평화를 원한다!’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하고 문재인 정부의 즉각적인 선제적 평화조치를 촉구하고 나섰다.

21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전쟁반대 평화기도회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발언을 하고 있다. 박득훈 교회개혁실천연대 공동대표, 이만열 전 역사편찬위원장, 김희헌 향린교회 목사, 조헌정 전쟁반대평화실현국민행동 공동대표(왼쪽부터). ⓒ유코리아뉴스

이들은 성명에서 “북미가 서로의 행동을 지켜보겠노라며 한발 물러섰지만, 한반도에서의 전쟁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어느 때보다도 높아졌다”며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한다면 우리 민족에게는 ‘재앙’이요 ‘공멸’의 길일 뿐이다. 한반도에 전쟁을 야기할 어떠한 정치적 발언이나 군사적 행동도 우리는 결코 용납할 수 없다. 무모한 전쟁 위협 발언은 한반도와 동북아, 더 나아가 인류에 대한 선전포고이며, 국제범죄 조장행위이다. 미국과 북한, 일본의 당국자들은 한반도 정세를 격화시키는 어떠한 행위나 발언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또 “우리 기독인들은 한반도 평화가 위협당하는 최근 사태에 대해 하나님과 민족 앞에 잘못을 고백하며 회개한다”고 밝히고, “해방의 기쁨이 곧 분단의 아픔이 된 지 벌써 72년이다. 한민족은 일제 식민지 억압으로부터 해방되었으나 자주적인 통일국가를 수립하지 못한 채 지금까지 분단의 고통 속에서 신음하고 있다. 그 와중에 분단고착 세력들에 맞서 치열한 투쟁을 벌이지 못한 우리는 해방을 위해 피 흘린 수많은 선열들의 헌신과 노력 앞에 깊은 부끄러움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온 세상에 평화를 펼쳐가기 위해 자기 목숨을 기꺼이 던지신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고도, 우리 민족을 증오와 분단의 고통에서 해방시켜 화해와 평화통일에 이르게 하는 역사적 소명에 나태하였음을 통렬히 회개한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기독인들은 “분단고착화 세력들은 전시작전권 환수 문제에 있어서는 미온적인 채, 미국 군수산업체로부터 무기를 수입하는 데 막대한 국방예산을 낭비하고 있으며, 해마다 반복되는 대규모 군사훈련으로 한반도와 동북아 지역의 긴장을 증폭시키고 있다”며 “이들은 민족 분단의 고통스런 현실을 자신들의 권력과 부의 증진 기회로 삼으려는 세력들이다. 또한 이들을 앞세워 자국의 패권적 이익을 확보하려는 외세 또한 분단고착화 세력에 다름 아님을 밝힌다. 불의한 이익을 위해 억압적 권력으로 한반도 평화를 훼방하는 이들에게는 하나님과 역사의 준엄한 심판이 예정되어 있음을 엄중히 경고하는 바”라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을 향해서는 “대선 전과는 달리 ‘북한의 핵 및 미사일 중단’을 대화의 선결조건으로 내세우면서 취임 100일이 지나도록 남북대화의 돌파구를 전혀 찾지 못하고 있다”면서 “오늘의 시점에서 물꼬를 트려면 문 대통령은 북이 핵 및 미사일 실험을 중단함과 동시에 한국과 미국은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해야 한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남한이 먼저 실행할 수 있는 선제적인 평화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정부가 취해야 할 ‘선제적 평화조치’로 이들은 △남북협력을 근본적으로 막고 있는 5·24조치 즉시 해제와 금강산 관광 및 개성공단 재개 선언 △한반도 전쟁 위기의 근원인 정전체제 해결을 위한 ‘평화협정 체결 절차 개시’ 선언 △북한에 즉각적인 특사 파견 등을 촉구했다.

이들은 “한반도 평화구상을 실질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이러한 방안들에 대해 국민 절대다수는 쌍수를 들어 환영하고 지지할 것”이라고도 했다.

21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전쟁반대 평화기도회 기자회견 모습. 시국 상황을 반영하는지 하늘마저 무섭도록 흐리다. ⓒ유코리아뉴스

기자회견 중엔 경찰의 '집시법 위반' 경고방송이 두 차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참석자들은 아랑곳없이 끝가지 자리를 지켰다. ⓒ유코리아뉴스

성명서 발표에 앞서 김희헌 목사(향린교회)는 “우리 민족의 가장 커다란 적폐가 바로 분단 적폐”라며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외세 극복, 남북 신뢰 구축을 멀리하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오히려 북에다가 ‘위험한 도발을 하지 말라’고 경고하고 있다. 이게 옳은가”라고 반문했다.

김 목사는 “한반도의 비핵화는 신중하고 진지하게 접근해야 할 문제”라며 “북이 핵을 가진 이유는 미국에 있다. 미국이 정전협정을 위반하면서 1957년 전술핵을 남한에 배치했고 1991년 전술핵을 철수했다고 했지만 지금도 북한 선제공격 운운하면서 전술핵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지난 17일 오전 청와대에서 개최한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을 완성하고 거기에 핵탄두를 탑재해서 무기화하게 되는 것을 레드라인이라고 생각한다. 북한이 점점 그 레드라인 위치에 다가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었다.

이에 대해 김 목사는 “ICBM은 미국을 겨냥한 것인데 미국 대통령도 가만히 있는데 우리 대통령이 레드라인이라고 언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이번 UFG 훈련에서 미군 참여인원을 7,500명 줄이긴 했지만 UFG에서 실시하는 작계5015 훈련은 북한 시설 700곳을 선제타격하고 참수작전 하는 게 포함되어 있다. 어떻게 이런 훈련을 실시하면서 남북 신뢰, 평화를 말할 수가 있나. 이 정권이 분단세력의 연장선에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김 목사는 “문재인 정부는 시민혁명으로 탄생한 정권임을 잊지 말고 민족화해의 길로 당당하고 떳떳하게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득훈 목사(교회개혁실천연대 공동대표)는 “한 입으로 평화와 증오를 동시에 말하는 이들의 말에 속지 말자. 우리에게는 첫째도 평화 둘째도 평화 셋째도 평화가 있을 뿐”이라고 강조하고, “분단적폐세력의 중심엔 교회 지도자들이 있다. 이들이 회심할 수 있도록 눈물로 기도하자”고 호소했다.

이만열 장로(전 역사편찬위원장)는 인사말에서 “제2의 촛불혁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다시 평화를 가져오기 위해, 새 정권이 일을 제대로 하도록 2차 촛불혁명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한편,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비가 오락가락 하는 날씨인데도 불구하고 결연한 자세로 자리를 끝까지 지켰다. 기자회견 중엔 서울지방경찰청 차량이 “집시법 위반”이라며 경고방송을 하기도 했지만 이들은 아랑곳없이 행사를 이어갔다.

UFG 훈련이 시작된 첫날인 21일, 이들 기독인들 외에도 참여연대·시민평화포럼 등 시민사회단체들이 서울광장에서 UFG 연습 중단을 촉구하는 평화 플래시몹을 선보인 데 이어, 평화와 통일을여는사람들(평통사) 등 13개 단체도 청와대 분수대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UFG 연습 중단’을 촉구했다. 전쟁반대평화실현국민행동(평화행동)도 한미 연합훈련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UFG 훈련은 오는 31일까지 계속된다.

전쟁반대평화기도회는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협정을 촉구하는 기독인들의 염원을 모아 오는 29일(화) 밤 7시 30분부터 새벽 1시까지 광화문광장에서 전쟁반대 평화기도회를 연다. 전쟁반대기도회엔 감리교시국대책위, 전국목회자정의평화실천협의회, 희망정치민연합, 향린공동체 등 30여개 기독단체와 교회가 참여하고 있다.

김성원 기자  ukorea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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