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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묻는다 : 남한은 한반도 문제의 주인인가?『중국의 내일을 묻다』(문정인 저, 삼성경제연구소) 리뷰

북한 핵·미사일 고도화로 촉발된 한반도 위기, 우리는 북한을 두려워하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북한을 선제공격 하거나 아예 한반도에서 발을 뺄지도 모를 미국을 두려워하고 있는 것일까. 솔직히 말하자. 한반도 위기 국면에서 우리가 진짜 두려워하는 것은 중국이라고. 북한은 통일의 상대인 우리를 공격하지 않을 거고, 미국도 동맹인 우리를 떼놓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다만 중국의 외교적·경제적 보복이 우리를 암담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중국에 대한 우리나라의 수출은 2114억 달러(약 241조3000억원)였다. 여기서 수입을 뺀 무역수지는 374억7000만 달러 흑자였다. 중국에서 번 돈으로 일본(112억 달러)을 비롯해 여타 대외 무역적자를 메우고 있는 셈이다. 그런 중국이 우리의 사드(THAAD) 배치에 대한 보복을 시작하면서 넘치던 중국 관광객들이 줄어들고, 중국에 진출했던 대기업들도 하나둘 철수하고 있다.

여기서 질문이 든다. 중국은 도대체 사드를 어느 정도로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일까. 중국은 우리나라를 어떻게 보고 있는 것일까. 과연 G2로 부상한 중국이 옆에 있는 상황에서 동북아공동체는 가능한 것일까. 미중은 패권다툼으로 끝내 치킨게임을 벌이려는 것일까. 그 와중에 애꿎은 한반도는 패권국의 전장(戰場)으로 추락하고 마는 것일까. 중국은 어떻게 되어갈 것이고, 그런 중국을 우리는 어떻게 대해야 할까.

『중국의 내일을 묻다』(중국 최고 지성들과의 격정토론, 삼성경제연구소)는 이 민감하고 심각한 문제에 대한 어느 정도의 해답을 준다. 북한에 대한 유화적인 제스처로 최근 보수 언론의 집중 공격을 받고 있는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현 대통령 외교안보특보)가 7년 전인 2010년에 발간했다. 부제에서도 나와 있듯 문 교수는 중국 관련 수많은 서적들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중국은 어떤 나라인가?’라는 의문의 꼬리표를 가지고 당대 중국 최고의 지성들을 만났다.

이 책은 문 교수 특유의 돌직구 질문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중국 정부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중국 지성들에게 미국과 함께 G2로 부상한 중국이 왜 도덕적으로는 그 모양인지, 중국이 혹시 북한과 남한을 경제적으로 흡수하려는 발톱을 감추고 있는 건 아닌지 꼬치꼬치 캐묻고 있다. 그 질문을 대하는 독자로서는 솟구치는 대리 만족의 쾌감을 감출 수가 없다.

'중국 최고 지성들과의 격정토론'이란 부제를 단 『중국의 내일을 묻다』(삼성경제연구소) 책 표지.

주펑(朱鋒) 베이징대 국제전략연구센터 부주임 “MD는 한중 우호의 마지노선”

우선 중국이 연일 반발하고 있는 사드에 대한 입장을 보자. 중국은 사드가 단순한 미사일 방어무기가 아닌 미국의 세계전략인 지역방어 개념 미사일방어(MD)체계로 본다. “만약 한국이 미일 주도의 MD에 가입한다면 이는 중국 인민해방군을 완전히 벼랑 끝으로 몰아갈 것이다. 따라서 중국은 분명히 한국에 대한 전략을 바꿀 것이다. MD는 한중 우호의 마지노선이다.” 군사문제 전문가인 주펑(朱鋒) 베이징대 국제전략연구센터 부주임의 말이다.

우리에게 사드는 북핵에 대한 자위적 조치일지 몰라도 중국 입장에서는 ‘한중 우호의 마지노선’이라고 볼 정도로 심각한 사안이라는 것이다. 위메이화(于美華) 개혁개방포럼 연구원 역시 “평화 안정을 위해서 모든 군사 수단에 반대한다. MD도 반대한다”며 “만약 정말 MD 계획과 작전계획이 적용되는 날이 온다면, 이는 단순히 김정일과 북한의 비극이 아니라 한반도 온 겨레의 비극이 될 것이다. 그런 상황은 한국도 중국도 바라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사드를 비롯한 MD를 미국은 세계전략 차원에서 꾸준히 추진해 왔던 것이고, 중국은 그에 대한 반대와 경고 의사를 분명히 표명해왔다. 역대 정부가 선뜻 받아들일 수 없었던 이것을 박근혜 정부에서 북핵 위협을 근거로 전격 받아들였고, 문재인 정부도 북한의 6차 핵실험을 이유로 ‘부득불’ 사드를 추가 배치해버렸다. 중국 정부를 꾸준히 설득하고 이해시킨다고 해서 사드 문제가 해결될 것인가. 그렇게 보지 않는다. 오히려 북핵에서 MD, 최근의 전술핵, 나아가 한반도 평화협정과 북미수교까지 모든 현안들을 ‘영구적인 한반도 평화’의 도마 위에 올려놓고 근본적으로 되짚어보는 게 미중 모두를 설득할 수 있는 방법이지 않을까 싶다.

이들 중국 지성인들의 눈에 한국은 소국이라는 인식이 팽배한 점도 ‘불편한 현실’이다. 핵문제 전문가인 리빈(李彬) 칭화대학 국제문제연구소 부소장은 “미안한 표현이지만 한국은 솔직히 소국 아닌가. 소국이 미국이나 중국을 제치고 주도권을 잡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북핵문제의 해법으로 국제무대에서 제안했던 ‘그랜드 바겐’ - 6자 회담을 통해 북한이 핵 프로그램의 핵심 부분을 폐기하면 북한에게 확실한 안전보장을 제공하고 국제지원을 본격화한다는 것-에 대한 의견을 묻자 나온 답변이다.

왕지쓰(王緝思) 베이징대학 국제관계학원 원장 역시 “한국 정치는 기복이 너무 심하다. 한국인의 정서도 마찬가지다. 솔직히 우리도 미숙하지만 한국도 아직 미숙한 점이 있다고 생각된다”며 한국 정치를 향해 겸손한 듯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심지어 “독일도 통일을 이루지 않았는가”라고도 했다. 전쟁 가해국인 독일은 통일이 됐는데 전쟁 피해국인 남북은 도대체 뭐하고 있느냐는 뼈아픈 손가락질인 셈이다.

여성인 위메이화 연구원의 돌직구는 우리를 화나게 하기보다는 되레 부끄럽게 한다. “한반도는 두 가지 병이 있다. 북한에는 과도한 안보 불안증, 남한에는 냉전 의식 신드롬이다. 내가 보기에는 북한이 남한보다 국가와 체제안보에 대해 더 큰 불안감을 가지고 있다. 이 두 가지 병을 극복해야 한반도에 진정한 평화가 올 것이라고 믿는다.”

지난 7월 6일(현지 시간) 독일 함부르크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이 한중 정상회담을 갖고 있다. ⓒ청와대

위메이화 개혁개방포럼 연구원 “한미관계처럼 북중관계도 모순이 있다”

그렇다면 북한에 대한 중국의 관점은 뭘까. 일종의 애증 관계라고나 할까. 한미 관계 북중 관계는 여러 모로 닮은 데가 많은 것 같다. ‘돌직구’ 위메이화 연구원의 말이다. “한미관계에도 모순이 있듯이 북중관계에도 모순이 존재한다. 특히 탈냉전, 한중 수교 이후에 중국에 대한 북한의 불만이 커졌다.” 외부의 시각에선 북중 관계가 혈맹이니 순망치한이니 하지만 거기에도 분명 모순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한미 관계가 꼭 그렇지 않은가 말이다. 이참에 누군가 <한미·북중 관계 비교 분석, 그 협력과 모순의 이중주>란 제목으로 긴 논문 하나 쓰면 어떨까.

“중국은 남북이 통일되기 전에 북한 경제를 발해 경제권이나 동북3성 경제권에 통합하는 것이 중국의 장래에 유리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중국이 북한에 경제적 지원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는 의견이 있다.” 문 교수가 치바오량 중국현대국제관계연구원(CICIR) 한반도연구실 주임에게 북중 관계에 대해 거침없는 질문을 던졌다. 치바오량 주임은 단박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질문과 답변을 읽다보면 독자의 입장에서 팽팽한 긴장감마저 감지할 수 있다. 북중 관계에 대한 치바오량 주임의 설명이다. “중국은 북한의 붕괴를 바라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은 주변국과의 관계를 장기적이고 전반적인 구도에서 접근하고 있다. 또한 중국은 이웃나라의 주권을 존중하며, 이웃나라를 중국의 일부로 편입시킬 의도가 전혀 없다. 북한이 중국의 동북4성이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한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중국과 일본. 별로 친할 것 같지 않은 두 나라지만 중국의 산업발전이 일본의 지원에 힘입었다는 자다오중 베이징대학 국제관계학원 교수의 설명을 들으면 꼭 그렇지 만은 않은 것 같다. “1979년부터 중국은 일본 ODA(공적개발원조)를 통해 에너지 산업을 개발했고, 중국의 석탄과 석유를 일본으로 수출하기 위해 항구와 철도도 건설했다. 즉 외국자본을 이용하여 우리의 에너지 산업을 개발하고, 에너지 수출로 벌어들인 외화로 다시 중공업과 경공업을 발전시켰다. 이것이 중국식 발전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역시 한국과 비슷한 면이다. 겉으로는 일본이 싫고 일본이 밉다고 해도 속으로는 어쩌면 일본을 시기하고 무서워하고 있는 건 아닐런지.

그런 일본이 중국을 견제하기 시작한 건 1990년 2월 중국이 인민대표대회에서 ‘영해법’(領海法)을 통과시키고 조어도(釣魚島, 센카쿠열도)를 정식 입법으로 중국 영토에 포함시키면서다. 또한 그 한 해 앞서 1991년, 일본은 주가와 부동산 시장이 붕괴하면서 장기 불황에 접어든 반면, 중국은 반대로 성장에 성장을 거듭하기 시작했다. 일본으로서는 중국이 곱게 보일 리가 없는 것이다. 이것은 양보장(楊伯江) 중국현대국제관계연구원 일본연구소 소장의 견해다.

반면, 진찬룽(金燦榮) 중국 인민대학 국제연구센터 학술위원회 주임은 “일본은 없다”고 단언한다. 혐일(嫌日)파가 아니라 무일(無日)파인 셈이다. “일본은 자기 정체성이 없으며, 영원히 강한 형(兄)을 찾아다니는 국가이다. 영국이 강대하면 영국에 의지하고, 파시스트 독일이 강하면 독일을 찾아다니고, 미국이 강해지면 미국에 의지하며, 중국이 강해지면 중국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美中, 적대 관계가 아닌 공생 관계

한창 전쟁 아닌 전쟁 중인 미국에 대한 중국의 입장은 어떨까. 이 역시 우리가 상식적으로 아는 적개심과는 거리가 있다. 한마디로 공생 관계다. 왕융(王勇) 베이징대학 국제관계학원 교수의 설명이다. “중국은 현재 2조 달러 정도의 외화보유고를 가지고 있고, 이 중 상당 부분을 미국의 국채 등에 투자하고 있다. 미국 경제가 급격히 악화되거나 또는 달러화의 공급 과잉으로 달러 가치가 하락하게 되면, 중국은 가만히 앉아서 엄청난 손실을 보게 된다. 미국 정부가 기축통화인 달러화를 정책적으로 오용하고 남용할 경우, 중국 경제에는 상당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중국은 미국에게, 미국은 중국에게 최대의 무역국이다. 중국은 미국을, 미국은 중국을 필요로 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미중간 갈등설이나 전쟁설에 대해 코웃음치는 이들이 많다. 무역 외에도 전략적 대화니 하는 이름으로 사실 둘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가고 있다는 것이다.

왕이저우(王逸舟) 베이징대학 국제관계학원 부원장은 아예 미국을 배워야 한다고 대놓고 말한다. “미국이 군사력 면에서 중국을 압도하기 때문에 미국으로부터 배우자는 것이 아니다. 미국은 여러 면에서 중국에 모범이 되고 있다. 미국의 제도, 교육, 과학기술, 사상, 정치권력의 견제와 균형 등은 중국이 전향적으로 배워야 할 부분이다. 이러한 학습 없이 중국의 발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중국이 미국을 잘 배우면 배울수록 발전은 더욱 빨라질 것이다.”

따라서 한국 입장에서 미중 가운데 누구를 편들고 누구를 배제한다는 것은 둘 다로부터 놀림받기 딱 좋은 짓거리인 셈이다. “중국과 미국이 동반자 관계를 공고히 하고 지속적으로 협력해 나간다면 한미, 미일 동맹의 존속 가능성은 약해질 것”이라는 자칭궈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부원장의 말도 한반도의 미래를 기존 한미 동맹의 관점에서만 봐서는 안된다는 깨달음을 준다.

중국붕괴론에 대한 응답, 화평굴기(和平屈起)론

최근 몇 년 전까지 필자를 비롯한 한국인의 인식 속에 가득했던 건 중국에 대한 무시였다. 우리 사회에서 끊임없이 제기되는 북한붕괴론처럼 중국붕괴론이 만연했던 것이다. 이에 대해 문 교수는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중국은 개혁개방 이후 전통적으로 화평발전 노선을 견지해왔다. 외부적으로는 평화, 내부적으로는 점진적 발전을 표방한 것이다. 그러나 1990년대 후반 공산 독재국가인 중국의 부상은 세계평화에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는 ‘중국위협론’과 중국은 개혁개방 후 내부적 모순과 부조리 때문에 망하고 말 것이라는 ‘중국붕괴론’이 미국 등 서방국가 중심으로 크게 대두되었다.”

정비젠(鄭必堅) 전 중국 개방개혁포럼 이사장의 화평굴기(和平屈起)가 대두되기 시작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외부의 우려를 불식시키면서 내부의 발전을 도모해가는 것, 이른바 굴기(屈起)다. 그러다 1990년대 후반부터 중국이 경제적으로 급부상하기 시작하자 중국 견제론이 끊임없이 제기됐고 그래서 나온 게 화평굴기(和平屈起)인 것이다. 외부적으로는 평화, 내부적으로는 점진적 발전을 표방한 것이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뉴스를 타고 전세계적인 대중 용어가 된 중국산 ‘굴기’(屈起)는 도대체 무슨 뜻일까. 옌쉐퉁(閻學通) 칭화대 국제문제연구소 소장의 설명이다. “발전과 굴기는 여러 면에서 다르다. 굴기는 상대적 개념으로 다른 나라와의 격차를 줄이는 것이다. 굴기의 목적은 국제지위의 향상에 있다. 굴기는 오랜 시간을 요한다. 1950년대 말 대약진운동 같은 모험은 피해야 한다. 굴기는 국가의 대내적 발전과 구분되어야 한다. 굴기는 본질적으로 제로섬 성격을 가졌다. 왜냐하면 굴기는 주도적 지위의 선점, 국제적 영향력 행사를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굴기는 소국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굴기의 과정은 국제지위의 부단한 상승이며 최강대국 지위에 근접하는 것을 의미한다.”

200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중국의 대외정책은 ‘도광양회’(韜光養晦. 신의 재능을 숨기고 인내하며 때를 기다린다는 뜻)였다. 대외적으로 불필요한 마찰을 줄이고 내부적으로 국력을 발전시키는 것을 외교정책의 근간으로 삼았던 덩샤오핑의 정책을 그대로 이어왔던 것이다. 하지만 옌쉐퉁의 설명에서 드러나듯 굴기(屈起)가 패권국의 냄새를 끊임없이 풍기자 정비젠이 그 대안으로 화평굴기를 내세운 것이다. 중국은 절대 패권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심지어 미국과 중국 두 선진강대국을 뜻하는 G2에 대해서도 선을 긋는다. 왕융 베이징대 교수의 설명이다. “G2는 중국이 제시한 아이디어가 아니다. 미국의 프레드 버그스텐(Fred Bergsten) 박사가 2008년 <포린 어페어스>에 기고한 논문에서 국제경제의 안정 기조 유지를 위해 중미간의 긴밀한 협력을 요한다는 의미에서 G2를 제기한 바 있다. 중국은 G2 구상에 대해 환영하면서도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

덩샤오핑의 명언 중에 ‘摸石過河’란 말이 있다. ‘돌을 더듬으면서 강을 건너라’는 뜻으로 미리 계획되고 계산된 전략적 틀보다 모든 것을 실용적으로 신중하게 처리해나가라는 것이다. 중국 외교관 양성 전문기관인 외교학원의 상무부원장 겸 당서기인 친야칭(秦亞靑)은 이 말을 인용하며, “여기서 핵심은 중국의 국내적 대전략을 위해서 다른 강대국과의 지역적 또는 국제적 대립과 갈등을 피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역시 화평굴기론을 뒷받침하고 있다.

중국 발 ‘동북아공동체’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북한 비핵화를 목표로 2003년 8월부터 2007년 9월까지 열렸던 6자(남·북·미·일·중·러) 회담은 사실은 북한 비핵화 너머 동북아 공동안보, 나아가 동북아 공동체까지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핵심 당사국인 북한과 미국이 ‘약속을 어겼다’고 서로를 핑계대며 테이블에 복귀하지 않는 바람에 동북아 공동체는커녕 지금의 한반도 위기를 빚고 있는 측면이 크다고 본다.

왕지쓰(王緝思) 베이징대학 국제관계학원 원장은 동북아 (공동)안보의 조건으로 미국을 배제하지 말아야 한다고 해 듣는 이의 귀를 의심하게 만들었다. 왕 원장은 “미국을 배제한 동북아 안보 구상은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자칭궈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부원장 역시 사견을 전제로 “호주, 뉴질랜드, 심지어 러시아 없는 동아시아 공동체는 얼마든지 가능하지만 미국 없는 동사아시 공동체는 불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10년 가까이 열리지 않고 있는 6자 회담이 재개될 가능성은 있을까. 장윈링 중국사회과학원 대학원 아시아태평양 주임은 이렇게 말한다. “양자(북미) 대화로 해결할 수 없다면 다자로도 해결할 수 없는 것이다. 6자 회담의 진정한 의미는 양자와 다자가 결합하는 데 있다.” 결국 6자 회담도 북미 양자간 대화를 전제로 할 때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중국의 미래는 어떨까. 중국의 지성들은 중국의 미래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그런 중국을 향해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멀리 내다보고 한발 한발 내딛는 바둑. 중국의 국가운영이 꼭 바둑을 닮은 것 같다. 항간에 떠도는 중국을 대국 또는 무서운 나라라고 하는 말이 근거없지는 않아 보인다. 철저한 균형과 명분을 앞세우는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중국은 굳이 스스로 ‘패권국’이란 용어를 쓰진 않지만 책임있는 강대국으로서의 역할을 부인하지도 않는다.

왕이저우 베이징대학 국제관계학원 부원장은 중국이 책임 국가의 역할을 수행하기 대소(大小·강대국과 약소국에 대한 균형 외교), 원근(遠近·주변국과 멀리 있는 나라와의 균형), 파립(破立·기존질서 중 파괴할 것과 새로 건설하는 것에 대한 균형) 이 세 가지를 해소해야 할 관건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 3가지 과제가 “결코 쉽지 않다”는 말도 곁들인 걸 보면 아직은 중국이 해결해야 할 국내외 문제가 많다는 의미다.

사회주의 국가의 특징이 국가주도일 것 같지만 큰 틀만 그럴 뿐 세부적·구체적 집행은 실무자들의 몫이란 얘기도 낯설게만 들린다. 덩샤오핑의 ‘摸石過河’과 딱 들어맞는 현실이다. 중국의 개혁이라고 하는 게 로드맵 없이 단계별 밑그림만 있을 뿐, 개혁 와중에 부단히 새로운 목표를 세우면서 점진적으로 추진해 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전적으로 실무자들의 몫이다. 이러한 중국의 현실에 대해 장위옌(張宇燕) 중국사회과학원 세계경제 및 정치연구소 소장은 “중국의 상황은 매우 특수하다”고 묘사했다.

‘중국의 자본주의가 중국 공산당을 살려주고 있다.’ 외부의 대체적인 인식을 문정인 교수가 질문으로 대신한 것이다. 이에 대한 진찬룽(金燦榮) 중국 인민대학 국제연구센터 학술위원회 주임의 답변이다. “노동력의 91퍼센트가 시장경제에서 일자리를 구하고 있다. 중국은 사회조직이 많고, 사회의 조직 능력도 상당히 강하다. 중국의 NGO 숫자는 세계에서 가장 많아 300만 개가 넘는다. 중국 정치의 내용이 상당히 변했다는 점이다. 이것은 대단한 변화다.” 하지만 2016년이면 미국 GDP에 거의 근접할 거라는 예상은 현재 적중하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GDP 1위 미국(19조 달러)과 2위 중국(11조 달러)의 격차는 큰 편이다. 예상치 못한, 아니 과잉생산, 인건비 상승 등 구조적인 문제가 중국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다음달 18일 개막하는 중국 공산당 제19차 당대회에서는 중국을 이끌 차기 지도부 선임, 이들을 통한 중국의 미래가 좀더 분명하게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전세계가 중국 당대회를 주목하고 있다. 중국 경제의 불안은 곧 세계경제의 불안으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 및 대통령 외교안보특보 ⓒ유코리아뉴스

치바오량 “노무현 정부 때 한중 양국 협력이 가장 돈독”

이런 중국에 대해 한국의 전략은 명확해 보인다. 치바오량 중국현대국제관계연구원 한반도연구실 주임의 얘기다. “과거 노무현 정부 때 한국은 6자 회담에서 건설적인 정책을 많이 제기하여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 바 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의 대북 이해와 인식은 그때와 상당히 다른 것 같다. 이러한 대북 인식의 차이가 대북 정책의 차이로 나타나고, 한중 관계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노무현 정부 시절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6자 회담에서 한중 양국의 협력이 가장 돈독했다. 당시에는 러시아도 적극적으로 협력했다.”

결국 한국이 주도적으로 1차 방정식인 남북관계를 풀어나갈 때 한중, 한미 관계도 순차적으로 풀릴 수 있을 거라는 얘기다. 하지만 북한은 미국을 겨냥하며 연일 말폭탄과 핵·미사일을 쏘아대고 있다. 그래서 방정식은 더 꼬이고 복잡해졌지만 모든 고차방정식은 1차방정식으로 대치 가능하다는 원리를 기억할 필요가 있다. 남한이 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는 뜻이다.

자칭궈(賈慶國)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부원장이 내놓는 ‘한중 관계 미래를 위한 조언’도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어 보인다. “근시안적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미국도 그러하지만 대부분의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외교정책도 선거 주기에 맞춰 전개되는 것 같다. 4년이나 5년 단위로 외교정책을 운영해나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것은 한국이나 중국 모두에게 적용된다. 보다 장기적 시각에서 한중 관계를 모색해야 할 것이다.”

문재인 정부를 포함해 향후 모든 정권이 5년간의 정책 개발과 성과 내기에 급급할 게 아니라 큰 그림을 그리고 그에 바탕해 차근차근 행보를 밟아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교육·통일 문제만큼은 정권 변화와 상관없이 일관되게 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예전부터 많았다. 그렇다면 한동안 나오다가 사라진 여야 협치, 연정이 결국 답인 모양이다.

중국은 우리에게 질문과 과제를 마구 던지고 있다. 너는 지금 균형을 잡고 있는가. 너는 지금 제대로 가고 있는가. 가장 중요한 남북관계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는가. 물론 지나친 친미 정책에 대한 견제구일 수도 있겠지만 중국 역시 친미이기는 마찬가지다. 중요한 건 우리의 중심을 잡고 있는가? 일 것이다. 글쎄, ‘그렇다’고 자신있게 답할 수가 없다.

김성원 기자  ukorea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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