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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산성’의 교훈

금년 1월 시무식을 좀 색다르게 하자는 어느 후배의 제안으로 나이에 걸맞지 않지만 유엔연령분류표에 따른 청년 나이(18세-65세)를 떠올리며 남한산성에 올라 호연지기를 키우기로 했다. 그날 하필이면 날씨가 잔뜩 흐려 금방이라도 눈이 내릴 것 같이 어둡고 칙칙한 분위기였다. 남한산성의 우울한 역사를 생각해서 그런지 발걸음은 더욱 무거웠다. 호연지기는커녕 우울증을 얻어올 판이었다.

수어장대를 지나 남한산성 남문으로 내려오는 도중에 조선시대 군복을 입은 군사 수 십 여명이 대기하고 있기에 무엇을 하느냐 물었더니 영화촬영을 위해서 주인공이 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지금에 와서 보니 그게 바로 영화 ‘남한산성’이었던 것 같다.

그 ‘남한산성’을 지난 주말에 가족들과 함께 관람했다. 영화 시작에서부터 끝까지 스토리와 배경 모두 진한 회색에 파묻혀 있어 영화감독의 예술적 감각이 남다름도 깨달을 수 있었다. 그 영화를 보는 내내 회색에 파묻힌 배경뿐만 아니라 스토리 때문에 마음이 무겁기 짝이 없었다. 영화관을 나서는 사람들은 그 어느 누구도 쉽게 입을 떼지 않았다. 그저 무거운 발걸음만 옮길 뿐이었다. 한마디로 무거운 영화였다. 차라리 고등학교 역사시간에 배운 수준정도로만 알고 있는 것이 훨씬 더 마음이 편했을 걸 하는 후회감이 들었다. 그런 마음은 나뿐만 아니었을 것이다.

최근에 ‘남한산성’을 보고 느낀 소감에 대하여 몇몇 정치인들이 SNS에 올린 글들을 보면서 동상이몽을 꾸고 있는 건 아닌가 싶다. 스스로 반성하는 모습이 아닌 다른 사람들의 반성만을 요구하는 행간의 의미에 실망을 감출 수 없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하염없는 눈물과 분노가 치밀었다. 얼마든지 외교적 노력으로 사전에 전쟁을 예방하고 또 백성의 도탄을 막을 수 있었는데도 민족의 굴욕과 백성의 도륙을 초래한 자들은 역사 속의 죄인이 아닐 수 없다. (중략) 오늘의 우리 상황을 돌아보면 크게 다르지 않다. 여전히 대한민국은 위기에 처해 있다. 미국과 일본, 중국 사이에 남북의 대결은 깊어지고, 경제적 압박과 안보의 위기는 커져 가고 있다. 우리의 힘을 키우고, 외교적 지혜를 모으고, 국민적 단결이 필요한 때다”라고 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남한산성을 보면서 나라의 힘이 약하고 군주가 무능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백성의 몫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백성의 삶이 피폐해지고 전란의 참화를 겪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지도자의 무능과 신하들의 명분론 때문이다. 비록 다소의 역사 왜곡은 있지만 북핵 위기에 한국지도자들이 새겨 봐야 할 영화다”라고 평했다.

필자도 시대적 배경을 볼 때 당시는 왕정제인 반면 현재는 공화제라는 것만 다를 뿐, 벌어지고 있는 상황은 거의 유사하다고 보아 거울삼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서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느끼듯이 병자호란은 약 500년 전 역사적 기록이지만 그 주변 상황은 오늘날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반정을 통하여 광해군을 몰아내고 새로운 정치를 해보겠다는 인조임금에 비견되는 촛불시위를 시발로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하고 새로운 정부를 꾸린 문재인대통령, 망해가는 명나라와 점점 강해지는 후금(후에 청으로 개칭)사이에 끼인 상태로 어느 나라에 사대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는 조선에 비견해 볼 수 있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 끼여 안보와 경제라는 족쇄 때문에 그리 자유롭지 못한 현재의 한국. 반정으로 정권을 잡은 서인과 이에 대척하는 대북파의 대결로 어지러운 조선의 조정과 현재 북핵위기 및 경제위기로 ‘일촉즉발·백척간두’에 서있음에도 사색당파 못지않게 서로 헐뜯는 여야 정당들. 주화냐 척화냐를 놓고 열띤 논쟁을 하는 과정에서 막상 전쟁으로 맞서자고 할 때, 직접 전장으로 나가라고 할 때는 이 핑계 저 핑계로 피하거나 유구무언인 척화파 대신들의 비겁하고 치졸한 모습들. 그리고 이것과 비견하여 (북핵문제는 다자간의 문제라 그렇다하더라도) 우리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경제혁신을 말로는 추구하면서도 행동으로는 기업의 경영자율권을 점점 옥좨는 정부와 정치인들(20대 국회개원이후 제안된 법안 중 기업규제법안 645건, 지원법안 328건, 출처 : 중앙일보 2017. 10.16.). 이 외에도 등식에 대입해보고자 한다면 그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우리가 역사를 배우는 것은 단순한 역사적 사실을 알기 위해서가 아니라 역사가 남겨 놓은 결과를 보고 잘못된 일은 똑같은 실수를 다시는 반복하지 말아야 할 것임을 깨닫고 실천에 옮기는 데에 그 목적이 있다. 물론, 잘한 일에 대하여는 시대적 상황에 맞게 더욱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요즘의 정치인들을 보면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는 것이 아니라 ‘남한산성’ 속의 조정대신들처럼 정치인 자신들을 위한 정치를 하는 것처럼 보인다. 당리당략이나 개인의 영달을 위하여 협치니 야합이니 떠들어댄다. 한마디로 염치가 없다.

정치인들이여! 그리고 공직자들이여! 부디 정치를 하건 행정을 하건 무엇을 하든지 간에 진정한 지도자, 존경받는 공직자의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앞으로 새로운 500년 후 아니면 50년 후에 우리의 후손들이 ‘2017, 그 해는 위기였다’라는 영화를 만들어 놓고 분노를 터뜨리지 않도록 500년 전 거울을 보고 오늘의 교훈으로 삼자.

김은종 (사)남북물류포럼 이사

* 이 칼럼은 (사)남북물류포럼에서 제공했습니다. (남북물류포럼 홈페이지 가기)

김은종  ukorea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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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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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혜연 2017-11-03 23:23:24

    방금전 자유한국당측에서 503번을 탈당시켰다고한다~!!!! 이제는 자유한국당도 친박세계에서 벗어났으면 좋겠어~!!!! 미친놈들아~!!!!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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