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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하반기, 북한 비핵화의 큰 장 들어설까?남북물류포럼 ‘KOLOFO 칼럼’

순항을 기대했던 ‘북한 비핵화’ 여정이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장기간 교착 국면에 빠져 있다. 여파로 남북관계도 진전을 멈추고 있다. 아직 미국과 북한 모두 협상의 끈을 놓지 않고 있어 상황 반전을 기대하고 있지만, 북핵 문제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외형상 비핵화를 추동하는 요인보다는 저해하는 요인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무릇 협상의 성공은 당사자의 의지, 주변 상황 그리고 적절한 타이밍이 조화를 이룰 때 가능하다고 볼 때, 이 세 변수를 중심으로 양측간 협상의 앞날을 전망해본다.

먼저 당사자의 의지라는 측면에서 분석해보자. 하노이 협상 결렬 이후 지금까지 나온 양측의 공식 입장은 “완전한 비핵화 이후 제제완화”라는 미국의 입장에 “단계적, 동시적 조치를 통한 비핵화”를 주장하는 북한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빅딜을 요구하는 미국과 몇 차례 스몰딜을 통해 경제제재 해제와 안전보장을 확보하려는 북한의 입장 차이가 극명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협상 전도는 예측을 불허한다.

하지만 양측 최고지도자의 언명으로 볼 때는 반드시 부정적이지만은 않은 것 같다. 북한의 경우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4월 12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을 통해 “적대세력의 제재해제 문제 따위에는 이제 더 이상 집착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인내의 시한을 올 연말로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선희 부상 등은 합의 불발 책임을 볼턴 등 참모진들의 방해에 원인이 있다고 비판하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비방은 자제하고 있다. 적어도 연말까지는 기다려보겠다는 입장이 읽힌다.

미국의 경우는 어떤가? 2차 회담 결렬 후 대북 압박의 선봉장격인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을 포함, 계속 강경 입장을 천명하고 있지만 정작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을 기약하는 입장을 견지하면서 김정은 위원장 개인에 대한 신뢰를 져버리지 않고 있음을 밝혀왔다. 5월 4일과 9일 북한의 두 차례 단거리 미사일 발사 시험을 접하고도 이를 ‘작은 무기’로 치부하면서 “나는 김 위원장이 협상하고 싶어한다고 생각하고, 나도 그와 협상하고 싶다”면서 적절한 시기의 3차 회담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이다.

다음은 주변상황이다. 이를 위해서는 양국의 국내정치와 국제정치 환경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무오류의 수령이 통치하는 북한 사회에서 수령이 정한 방침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바꾸는 것이 용이한 일이 아니다. 자칫하면 리더십 훼손이라는 큰 대가를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북한은 지난해 4월 20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 전원회의에서 2013년 3월 제시했던 ‘경제-핵 병진노선’을 폐기하고 “경제건설에 총력을 집중”하는 전략을 채택했다. 이후 이러한 기조를 바탕으로 판문점 남북정상회담과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에 임해 왔다.

최근 북한을 방문했던 제3국 국적 인사들의 전언에 따르면, 북한 지도층과 주민들은 지금 제재 해제를 학수고대하며 북미관계 개선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한다. 상황에 떠밀려 어쩔 수 없이 ‘새로운 길’을 갈 수는 있겠지만, 적어도 현재의 북한은 체제보장 문제의 진전이나 단계적 제재 해제가 이루어진다면 ‘영변+α’에서 양보할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미국의 국내정치 상황이다. ‘외교는 국내정치의 연장’이라는 말이 시사하듯 하노이 회담의 결렬 역시 당시 미국 국내정치가 크게 작용했음은 부인할 수 없다.

두 정상이 하노이에서 마주 앉았던 2월 27일 미하원 감독개혁위원회는 트럼프 개인 변호사였던 마이클 코언을 증인으로 불러 ‘트럼프 청문회’를 열었고 운신 폭이 좁아진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게 과도한 요구를 던져 협상 결렬을 도출하는 의도적 선택을 한 측면이 있다. 앞으로도 미국의 국내정치는 협상의 성공 여부를 좌우하는 주요 요인이 될 것이다. 특히 내년으로 다가온 차기 대통령 선거는 협상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것이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국내 경제 호조와 함께 각종 스캔들의 곤경에서 벗어나고 있는 점은 향후 그의 운신 폭을 넓혀줄 것으로 기대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하지만 국제정치 상황이 녹록치 않은 것이 우려를 자아내게 한다. 중국과의 무역 및 기술 분쟁, 이란 문제, 베네수엘라 문제 등 시급한 국제정치 현안이 트럼프 정부로 하여금 북핵 문제 해결에 전념하는 데 지장을 줄 수 있다. 특히 적극 협력해야 할 미‧중 관계가 악화되고 있는 것은 걱정스러운 일이다. 이란 문제 역시 크게 악화될 경우 북핵 문제 전도에 악영향을 끼칠 소지가 크다. 그렇지만 취임 후 전임 오바마 정부의 외교적 성과를 백지화하거나 무시하는 데 골몰했던 트럼프 정부로서는 이렇다 할 외교적 업적이 없기 때문에 북핵 문제는 어느 이슈보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을 들여 해결하려는 현안이 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타이밍의 문제이다. 지난 2월 28일 하노이에서 단독정상회담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은 “속도는 중요하지 않다”며 “서두르지 않겠다”는 말을 세 번이나 반복했었다. 그러나 재선을 위한 선거를 1년 가량 남겨두고 있는 시점에서도 마냥 느긋한 입장을 견지할 수 있을까? 협상에 있어 타이밍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인식하고 있는 협상가 트럼프는 김정은 위원장과 유지하고 있는 개인적 신뢰를 활용하여 올 하반기에는 북핵 협상을 다시 시동 걸 가능성이 높다. 기왕이면 북핵 이슈에서의 성과를 업적으로 삼아 전임 정부와의 차별성을 부각시킴으로써 정치적 효과를 극대화하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시점이 김정은 위원장이나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 모두에게 가장 적절하면서도 마지막 협상 타결 시점일 수도 있다.

이상의 제반 요인을 종합해 볼 때, 2019년 하반기는 북한 비핵화를 위한 큰 장이 들어설 가능성이 높은 시기이다. 동시에 올 연말은 북한 비핵화의 골든타임이 끝나는 시점이기도 하다. 그 어느 때보다 우리 정부의 용의주도한 대응책 마련과 행동이 필요한 시점이라 하겠다.

추원서/ 경기대 국제관계학과 교수

추원서  korealof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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