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배치에 대한 반발이 어제(15일)는 급기야 국무총리와 국방부장관의 계란·물병 세례, 감금으로 이어졌다. 경찰은 이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의지를 밝혔다. 사드 배치를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그에 반발하는 주민들의 과격한 행동에 대해 수사하겠다는 것은 대 국민 설명과 설득이 급선무인 정부에게는 오히려 본질을 흐리고 문제를 더 꼬이게 만들 수 있다. 정부는 주민들의 분노를 ‘이성을 잃은 행동’으로 보기보다는 ‘충분히 이해할 만한 결과’로 보고 더욱 더 주민들에게 다다가고 설명하고 설득하는 일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만 ‘북핵 대응’이라는 사드 배치의 명분도 의미가 있는 법이다. 16일자 조간신문 사설을 통해 다시 한번 사드 배치 반발의 원인과 해법을 짚어보자.

‘주민들은 극렬 행동 자제를, 정부는 솔직하게 주민과 대화를’
<세계일보>는 어제의 국무총리 봉변 사태에 대해 “주민들의 심정은 이해하지만 불의의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극단적인 행동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 자녀들을 학교에 보내지 말자거나 집단조퇴를 종용하는 일부 주민들의 과잉 대응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그 원인 제공은 정부에 있음을 분명히 했다. “어제의 폭력 사태는 무엇보다 국민과의 소통을 소홀히 한 정부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됐다. 지난 2년간 한 차례도 대국민 설명을 하지 않다가 발표 후에야 부랴부랴 설득에 나선 것부터가 믿음을 주지 못했다. 특히 그동안 한·미 간 논의 진행 상황을 부인하기에 급급하다 보니 사실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풍토가 조성됐다.”

▲ 15일 사드 배치의 불가피성을 설명하기 위해 성주를 찾은 황교안 국무총리에게 주민들이 계란과 물병을 던지며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TV 화면 캡처

<한국일보>도 주민들의 고도한 행동은 자제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분명한 것은 극심한 혼란을 유발하는 감정적 대응으로는 사드 배치 문제를 결코 풀 수 없다는 점이다. 이성적 판단과 차분한 대화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아울러 주민 반발을 부추겼을 ‘전자파 괴담’ 등의 무책임한 유포도 걸러져 마땅하다.”

그러면서 정부의 태도를 문제 삼았다. 신문은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정부의 안이한 태도와 접근 방식이다. 비밀을 요한다는 이유로 사전에 각계의 의견 수렴과 설득은 물론이고 해당 지역인 성주 군민들을 납득시키려는 노력을 전혀 하지 않았다”며 “군민들의 분노가 폭발하고 있는데 총리와 국방장관이 치밀한 준비 없이 다짜고짜 직접 찾아가 설득하겠다는 무신경과 무모함도 놀랍다”고 꼬집었다.

신문은 지난 14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지역주민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소통을 계속해 나가야 한다”고 지시한 것을 상기하며, “하지만 총리가 무작정 성난 주민들 앞에 나선다고 될 일이 아니다. 이날의 혼란 사태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일”이라며 “그렇다면 당연히 접근을 달리했어야 했다. 준비 없이 안이하게 나섰다가 오히려 사태를 훨씬 악화시킨 꼴이 됐다. 주민의견 경청과 소통은 필수적이지만 문제는 그 방법”이라고 황 총리의 성주군민들에 대한 의견 청취 접근 방법을 비판했다.

<중앙일보>도 박근혜 정부의 책임론을 거론했다. 신문은 “성주군민들의 분노와 절규엔 ‘하고많은 지역 중에 왜 우리 고장이냐’는 억울함에다 전후 과정의 설명이 없었던 황당함이 깔려 있을 것이다. 인체 위해성과 지역 산업의 70%를 차지한다는 참외산업의 위축 같은 생업의 피해 가능성은 직접적인 반대 이유”라며 “주민들의 저항은 이해할 만하다. 2년 이상 걸린 사드 도입 과정에서 정부는 그저 비밀 유지와 막후 협상, 최종 선택에만 정책 역량을 집중했다. 사드 도입이 왜 필요한지에 대한 국민 설득, 갈등 예방, 과정 관리엔 소홀했다. 2008년 정권을 휘청거리게 한 ‘광우병 파동’이 대외 협상만 무겁게 생각하고 국내 설득을 가볍게 여기는 소통 경시에서 비롯됐다는 교훈을 박근혜 정부가 잊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집단적인 위협’ 같은 행동이 재발해서는 안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신문은 “성주군민의 안타까움은 이해하나 집단적인 위협 행사 같은 일은 더 이상 있어선 안 된다”며 “감정을 가라앉히고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의 길을 찾아가는 게 국가와 지역 모두를 위하는 일”이라고 밝혔다.

대화와 협의를 통한 정부의 지속적이고 적극적인 대 주민 소통도 주문했다. 신문은 “총리와 국방부, 행자부 장관 등 관련 부처의 최고위 인사들이 충분한 사후 보완과 대책을 약속하고 있는 만큼 밀도 있는 대화와 협의를 통해 전향적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아예 성주군청 안에 유관 정부부처 파견 공무원들로 이뤄진 가칭 ‘사드 민원청취특별반’을 상주시켜 유무상통한 의사소통의 채널을 만드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동아일보>는 “근거 없는 괴담까지 난무하는 판에 뒤늦게 여론 무마를 하겠다는 뒷북 행정에 성주 군민들이 분노할 법도 하다”면서도 “그렇다고 해도 정부 측 설명도 듣지 않고 폭력을 행사한 것은 지나치다. 정부 결정이 아무리 못마땅해도 다중이 위력을 과시하는 행위는 법치국가에서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원인 제공자는 역시 정부임을 꼬집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갈등 관리에 소홀했던 정부의 잘못은 가볍지 않다. 박근혜 대통령이 14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회의장에서 밝힌 사드 배치의 안전성, 지역 주민의 건강과 지역 농산물의 안전 문제, 그리고 ‘국가 안위를 위해 지역을 할애해 준 주민들에게 보답하는 방안’ 등은 13일 성주 배치 발표와 동시에 알렸어야 할 일이었다. 갈등이 예견되는 사안조차 선제적이고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장관부터 대통령 눈치만 살피다 ‘책임행정’이 실종된 형국이다.”

정부의 대 주민 대화를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문도 잊지 않았다. 신문은 “황 총리는 또 계란을 맞는 일이 있더라도 성실하고 겸허하게 주민들과의 대화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라며 “무엇보다 주민들의 심정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불안을 풀어주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정리하자면, 주민들의 극렬한 행동은 자제되어야 하고, 그럼에도 원인 제공자인 정부는 더욱 더 자세하고 투명하게 사드로 인한 위해성, 지역 주민들에 대한 대책, 사드 도입의 불가피성을 알리고 설득해야 한다는 것이다.

▲ 성주군 홈페이지 메인화면의 '사드 성주군 배치'를 반대하는 온라인 서명 캠페인

그런데, <국민일보>와 <조선일보>는 논조가 전혀 다르다. 정부 책임은 쏙 빼놓고, 성주군민들의 반발을 님비(NIMBY) 현상이나 괴담 현상으로 폄하하고 있다.

성주군민들의 반발이 님비·괴담 때문?
<국민일보>는 “이런 저항을 님비(지역이기주의·NIMBY)가 아닌 다른 말로 설명하기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그에 대한 긴 설명을 달았다. “그들의 주장에 사드를 도입키로 한 결정이 틀렸다는 말은 없다. 사드 효용성에 의문을 제기하거나 중국 영향력을 무시하고 성급하게 결정했다는 식의 지적은 찾아보기 어렵다. 김항곤 성주군수는 ‘성주는 군사적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배치 과정에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말한다. 왜 하필 성주냐가 반발의 요지다. 대구·경북은 여론조사에서 사드 도입 찬성이 58.3%로 가장 높았다. 성주도 이 수치에 포함돼 있다. ‘사드는 필요한데 우리 동네에는 안 된다’는 주장을 펴고 있는 셈이다.”

안보나 국익과 관련된 사드가 지역 이기주의에 막혀 버렸다는 것이 주장의 골자다. 사설은 “정부는 안보에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 결정을 반박할 게 아니라면 사드 배치에 따른 안전과 환경 문제에 집중하는 것이 성주군을 위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조선일보>도 “그린파인은 사드 레이더보다 전자파 출력이 높지만 30m 앞 전자파가 허용치의 4.4%였다. 패트리엇 레이더도 마찬가지였다”면서 전날 국방부의 조기경보레이더 그린파인 기지와 패트리어트 기지를 언론에 공개해 전자파 강도를 측정한 결과를 언급하며 “전자파 괴담은 이미 설 자리가 없어졌다”고 주장했다.

신문은 “이제 누구나 내심으론 사드 레이더가 위험하지 않다는 것은 알 것”이라며 “그런데도 이날 성주에서 상식과 대화가 통하지 않는 '무법 천지'가 벌어진 것은 '땅값' '집값' '농작물값'과 같은 이해관계 때문”이라고 규정했다. 사드 반대를 지역 이기주의로만 본 것이다. 그러면서 신문은 “괴담 영향을 받아 땅값 등은 잠시 출렁일 수는 있어도 시간이 지나 아무 문제가 없다는 사실이 확인되면 원상회복되기 마련”이라며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그런 합리적 태도와 인내는 좀처럼 찾아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신문은 또 “유사시 북한은 핵·화학 탄두 미사일로 국군·미군의 주요 시설을 가장 먼저 공격할 것이 명백하다”면서 “(사드 배치는) 누구의 개인적 이익을 위한 것도 아니고 오직 국토와 국민 생명을 지키기 위한 선택”이라고 사드 배치의 불가피성을 설명했다. 여기엔 사드 도입으로 인한 중국·러시아의 반발과 보복, 대 북한 핵무기 방어의 효용성, 사드 도입 과정에서 정부가 보여준 일방성 등은 빠져 있다.

신문은 그러면서 ‘지역이기주의 망국론’을 따끔하게 짚고 있다. “그런데 우리 국민은 사드 배치로 거론된 지역마다 다 들고일어나 '결사반대'를 외쳤다. 괴담이 거짓임이 눈앞의 증거로 드러났는데도 성주 반대 주민들은 들어보려 하지도 않는다. 일부에선 주민 설득이 부족했다고 하지만 지역이 선정되는 순간 귀를 닫고 무조건 반대를 외치는 상황은 언제든 그대로 벌어졌을 것이다. 성주군수는 ‘왜 성주에 일방적 희생만 강요하느냐’며 사실상 반대 급부를 요구하고 있다. 사드보다 더한 안보 시설이 전국에 퍼져 있는데 그곳 모두가 '왜 우리만 당하냐'고 나오면 나라가 뿌리째 흔들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경향신문>은 주민들의 극렬한 반대는 사드 전자파 괴담 때문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신문은 “정부는 전자파를 둘러싼 논란만 해소하면 반대 여론을 불식시킬 수 있는 것으로 보는 것 같다”면서 “정부가 사드 설득에 총력전을 펴고 있지만 성주군민들의 전자파 우려를 해소하기엔 여전히 미흡하다. 국내 레이더 기지에서 전자파를 실측한 결과 전파법상 전자파의 인체 노출 허용기준을 충족시켰다고 하나 장기간 전자파에 노출되면 위해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하면 안된다. 전자파의 위험성은 얼마나 반복적으로 오랫동안 노출되느냐가 관건”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신문은 “성주군민의 반발이 전자파 때문만은 아니다. 이들은 자신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 밀실에서 일방적으로 이뤄진 사실에 분노하고 있다”면서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사드 배치에 따른 인체 유해성과 환경영향 평가는 사전에 이뤄지지 않았다. 자치단체장에게도 정부 발표 5시간 전에야 통보하고 그 흔한 주민설명회 한 번 없었다. 의견수렴 없이 비밀리에 결정하고 주민들이 반발하자 레이더 기지를 공개하며 전자파 해명에 나선 것은 앞뒤가 바뀐 것이다. 주민들의 불만 제기를 전자파 괴담 탓으로만 보고 있다면 이는 성주군민들을 모욕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이런 정부 태도 때문에 15일 성주군청에서 열린 황교안 총리의 사드 배치 관련 주민설명회도 파행으로 치달은 것이다.”

그러면서 신문은 “정부는 사드 배치가 한국의 주권과 국익이 걸린 중대 현안임을 인정하고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면서 “군사작전하듯 배치를 결정한 뒤 유리한 정보만 공개하면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괴담 운운한다면 시민들은 납득할 수 없다.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성주군민들을 지역이기주의자들로 몰고 가려 해서도 안된다”고 지적했다.

주민들의 당연한 반발을 ‘지역 이기주의’ ‘폭도’ 등으로 몰아가는 방송을 비롯한 일부 언론들의 논조는 문제의 본질만 흐려놓은 채 사드 정국을 더 꼬이게 만들 뿐이다.

김성원 기자  op_ki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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