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박근혜 대통령이 3차 대국민담화에서 임기 단축을 비롯한 자신의 진퇴 문제를 국회 결정에 맡기겠다고 한 데 대해 여론은 엇갈린 반응을 내놓고 있다. 탄핵을 피하기 위한 간교한 술책이나 꼼수라는 비판이 있는가 하면, 대통령의 조기 퇴진을 기정사실화하고 ‘질서 있는 퇴진’을 위한 여야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는 주문도 있다. 30일자 조간 사설들을 비교해 봤다.

한겨레·경향 “탄핵안 흔들림없이 추진해야”

<한겨레>는 “박 대통령의 3차 대국민 담화는 결국 탄핵 저지를 위한 간교한 꼼수”라며 “당장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야당 쪽에 탄핵 일정의 원점 재검토를 요구하고 나서고, 비박계 안에서 ‘즉각 탄핵론’이 멈칫하는 분위기가 감지되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신문은 “특히 박 대통령이 자신의 진퇴 문제를 국회의 ‘합의’와 연계시킨 것은 참으로 교활하다”고 비판했다. “합의가 이뤄지려면 야당들뿐 아니라 새누리당까지도 동의해야 하는데 이는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 박 대통령은 불가능한 일을 국회에 주문해 교묘히 빠져나가려 하는 셈”이라는 것이다.

박 대통령의 ‘임기 단축’이라는 표현에 대해서도 “개헌을 염두에 두고 한 말로 보인다. 야권의 분열까지 노린 매우 교활한 술책이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탄핵안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야 한다는 논리다. “만약 국회가 박 대통령의 꼼수에 빠져 허우적거릴 경우 촛불은 더욱 거대하게 타오를 수밖에 없다”는 경고도 덧붙였다.

<경향신문>도 탄핵 추진을 강조했다. “국회는 예정대로 탄핵을 단단히 추진해야 한다. 탄핵은 국정 공백과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는 유일한 방책이다.”

신문은 “이날 담화를 딱 하나 평가할 부분이 있다면 박 대통령은 촛불 민심을 받아들이기는커녕 자신의 권력 기반을 계속 유지하는 데만 정신이 팔려 있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한 것”이라며 “나라를 이런 참담한 지경에 빠뜨린 주범은 박 대통령 자신이었다. 그런데도 이런 사태에 대한 죄의식도 없고 부끄러움도 느끼지 못한다. 공직자의 기본자세도 갖추지 못한 대통령이 국가 운영의 총사령탑을 맡고 있는 게 지금의 현실”이라고 개탄했다.

그러면서 탄핵 추진을 강조한 것이다. 탄핵 이후 국정혼란 우려와 관련해 신문은 “꼭두각시 대통령이 물러난다 해서 국정 운영이 흔들릴 나라가 아니다. 박 대통령의 도덕성은 땅에 떨어졌고 리더십은 무너졌다. 정상적으로 국정을 수행할 자격과 능력을 잃었다”면서 “이대로 그 자리에 머물면서 나라를 계속 통치하겠다는 발상은 훼손된 나라의 자존심을 다시 한번 짓밟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동아일보>는 방향은 탄핵이고 일정은 조정이 불가피해졌다고 봤다. 신문은 “국회에 임기단축 맡긴 朴, 탄핵이 ‘질서 있는 퇴진’이다” 제목의 사설에서 “‘법 절차에 따라’ 대통령을 물러나게 하는 방법도 탄핵 아니면 개헌밖에 없다”면서 “박 대통령은 개헌의 ‘개’ 자도 꺼내지 않았으나 개헌론에 불을 붙인 셈이 됐다”고 했다.

하지만 “탄핵소추 의결 정족수인 200명(재적의원 3분의 2)을 채우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해야 할 비박계 비상시국회의에서 ‘여야가 12월 9일까지 대통령 임기 단축 일정에 합의하지 못할 경우 탄핵한다’로 의견을 모아 탄핵 일정 조정은 불가피해졌다”고 덧붙였다.

중앙일보 “논의조차 걷어찰 필요는 없어”

반면 <조선일보>는 탄핵은 피해야 한다고 했다. “헌재 결정이 나올 때까지 수개월에 걸쳐 우리 사회가 이리저리 쪼개지는 등 새로운 혼란이 야기될 수도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신문은 “만약 정치권이 사분오열돼 대통령 퇴진 일정에 대한 합의를 이루지 못한 채 탄핵 추진 여부를 놓고 옥신각신만 한다면 박 대통령이 다시 한 번 국민 앞에 서서 자신이 생각하는 퇴진 일정을 제시해야 한다”며 “지난 27일 여야를 망라한 정계 원로들은 박 대통령에게 대선 일정과 시국 수습에 걸리는 시간을 감안해 내년 4월까지 물러나는 것이 좋겠다고 제언했다. 어제 박 대통령 담화도 큰 틀에서 이 원로들의 제안을 수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렇게 해서 늦어도 6월 대선을 치르는 것과 탄핵을 추진하고 그 이후 대선을 진행하는 것과 시기상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신문은 “박 대통령은 나라를 위해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결단을 내렸다. 이 용단으로 흔들리는 대한민국이 제자리를 찾아야 한다”며 박 대통령의 ‘임기 단축’ 결정을 평가했다.

<중앙일보>도 박 대통령이 제안한 자신의 진퇴 문제에 대한 국회 결정에 대해 “진퇴 문제를 논의해 달라는 대통령의 요청을 논의조차 없이 걷어찰 필요는 없다”며 “원만한 합의만 끌어낼 수 있다면 국정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라고 찬성 입장을 밝혔다.

신문은 “여야는 탄핵 추진에 앞서 국정혼란을 최소화하고 대선이 무리 없이 치러질 수 있는 시점을 박 대통령의 퇴진 일자로 합의해 청와대에 던져야 한다”며 “이와 함께 국민의 신망을 받는 초당파적 인사를 책임총리로 추천해 대통령의 퇴진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국정이 제대로 관리되게끔 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또한 “여야는 대선을 겨냥한 유불리 계산을 버리고 오로지 국민만 바라보면서 대통령의 질서 있는 퇴진을 성사시키는 데 머리를 맞대야 한다”며 “그것만이 국민에게 수권정당 자격을 인정받아 대선에서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길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일보>는 여야에겐 대통령 사퇴 시한과 이후의 정치 일정에 대한 논의를, 대통령에겐 사퇴 시한에 대한 분명한 입장 표명을 촉구했다.

신문은 박 대통령이 대국민담화에서 밝힌 “하루 속히 대한민국이 혼란에서 벗어나 본래의 궤도로 돌아가기 바라는 마음뿐”이라는 언급과 관련 “박 대통령의 이 언급이 진심에서 나온 것이라면 국민 사이에 팽배한 의심을 풀어 주기 위해서라도 최소한 사퇴 시한 정도는 분명하게 해 주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야당도 박 대통령의 조기 퇴진이 기정사실화한 만큼 무조건 배척만 할 일이 아니다”며 “새누리당과 머리를 맞대고 이 혼란상황을 가능한 이른 시일 내에 끝낼 합리적 로드맵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계일보>는 대통령 퇴진 시기와 방법에 대해 야권의 논의를 촉구하며 “백지위임은 야권에 위기이자 기회”라고 강조하고 “이번 기회에 국민이 믿고 의지할 만한 실력을 보여줘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이 국회에 넘긴 공을 어찌 처리하느냐에 따라 향후 정국은 안정될 수도, 그렇지 못할 수도 있다”며 “정국이 안정되고, 국가 위기 또한 성공적으로 관리될 수 있다는 믿음을 줘야 한다. 국회 과반 세력인 야 3당이 앞장서야 할 일”이라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즉각 하야’는 접어야 한다고도 했다. 신문은 “‘즉각 하야’가 국정 수습의 지름길인 것 같지만 또 다른 혼란의 시작이 될 가능성이 크다. 박 대통령이 현시점에서 물러나면 60일 후 차기 대선을 치러야 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졸속 대선을 피하려면 최소한의 준비기간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신문은 “새누리당 비주류가 어제 여야가 대통령 조기퇴진 문제를 협상해보고 합의가 안 되면 다음달 9일 탄핵 표결을 하자는 방안을 내놨다. 마다할 이유가 없다”며 “탄핵이 피할 수 없는 길이라도 일단 대화를 통해 해결책을 찾아보는 것도 나쁠 건 없다. 국가와 국민을 생각하는 책임감 있는 대응이 필요하다. 국가 안위와 민생을 보면서 백지위임의 과제에 임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서울신문>은 여야 정치권과 대통령 모두에 당부와 경고를 내놨다.

신문은 “정치권은 박 대통령에게 요구할 퇴진 시점과 책임총리 추천 문제, 대통령 퇴진 이후의 정치 일정에 대한 합의부터 이뤄야 한다”며 “5차례 촛불 시위에서 보여 준 국민의 단합된 힘을 정치적으로 승화시키는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내년 대선에서의 유불리만 따질 경우 그 후유증을 감당하지 못할 것이다. 야권은 수권 세력으로서 책임 있는 리더십을 보여 주지 못하면 분노하는 국민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다는 것을 가슴 깊이 새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에 대해서도 “박 대통령이 정치권의 분열을 이용해 권력을 유지하려고 시도할 경우 결국 탄핵 절차에 의해 강제로 쫓겨나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성원 기자  ukorea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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