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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의 통일과 사람의 통일은 동시적 과제다

우리의 전통적인 태극무늬는 빨강색과 파랑색으로 구성되어 있다. 태극의 아래쪽은 파랑색, 위쪽은 빨강색인데, 우연히도 아래쪽의 파랑색은 남한을, 위쪽의 빨강색은 북한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두 가지 색깔 가운데 한 색깔로 통일된다면, 아름다운 태극의 조화로운 문양은 사라지고, 한 가지 색깔의 원만 남는다. 마찬가지로 남북통일이 시장경제만 강조하는 무한경쟁의 자본주의나 평등한 분배만 강조하는 비효율적인 사회주의, 어느 한쪽으로 흡수된다면, 지난 72년의 역사 가운데 흡수당하는 한 쪽의 역사는 즉시로 사라지고 말 것이다.

기독교는 우파적인 자본주의도 아니고, 좌파적인 사회주의도 아니다. 기독교는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를 넘어서는 이데올로기 초월의 신앙이기 때문이다. 예수님도 생산의 효율성(마 25:14, 막 4:9)과 분배의 정당성(눅 20:13, 막 10:21)을 동등하게 강조하셨다. 그러므로 남북통일은 사회주의의 장점에 비추어서 자본주의를 반성하고, 자본주의의 장점에 비추서어 사회주의를 반성하는 가운데, 사랑과 정의와 평화의 하나님 나라를 지향하는 통일이 되어야 한다.

최근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은 북한 전역에 나무를 심기 위해서 전방위적인 노력을 다하고 있다. 그는 2015년 연두교서 이래로 북한의 당과 군과 인민이 전투를 하는 것처럼 나무를 심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1990년대 이래로 북한에서 빈번하게 발생했던 가뭄과 홍수는 북한의 산림에 큰 피해를 야기했고, 식량난과 함께 대두된 연료난은 그나마 남은 산림을 황폐화 시켰다. 사실 북한의 황폐해진 산림은 북한 사람들의 삶의 질을 떨어뜨렸을 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삭막하게 하고 있다. 또한 북한의 황폐한 산림은 그 영향이 북한 지역으로만 제한되지 않고, 시간이 경과하면서 서서히 남한으로 파급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북한 사람들과 함께 남한 사람들도 북한의 산림녹화운동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특히 하나님의 피조물과 생태환경을 관리하는 청지기로 부름을 받았다고 고백하는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은 누구보다도 북한의 산림녹화운동에 앞장서야 한다. 우리가 한반도 전체를 푸르게 한다면, 남북의 적대적인 마음들은 서로 포용적이 될 것이고, 가시적인 평화의 녹색은 실질적인 평화의 녹색이 될 것이며, 통일 후에는 우리의 후손들에게 살만한 자연환경을 유산으로 남겨주게 될 것이다.

한편 우리가 통일을 말할 때, 외형적인 통일은 국토통일에서 출발하지만, 실질적인 통일은 사람의 통일에서 완성됨을 알아야 한다. 동서독이 국토의 통일을 급박하게 이루었을 때, 독일 사람들은 사람의 문제까지 보지를 못했다. 그들은 통일이 되자마자 자유롭게 왕래했지만, 45년 이상 이질적인 체제에서 살며 습득한 삶의 방식이나 습관을 일시에 바꿀 수는 없었다. 그러다보니, 서독 출신의 사람들은 동독 출신의 사람들에 대해서 “게으르고 공짜나 좋아하며 불평만 늘어놓는 사람들”이라는 의미로 ‘동독놈들’(Ossi)이라고 비난했고, 반면에 동독 출신의 사람들은 서독 출신의 사람들에 대해서 “좀 있다고 거드름을 피우며 잘난 척 하는 사람들”이라는 의미로 ‘서독놈들’(Wessi)이라고 비난했다.

남북한은 분단된 지 벌써 72년이 지났다. 우리는 독일을 반면거울로 삼아 사람의 통일을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 산업화와 민주화를 최단 기간에 이룬 남한과 왕정 못지않은 권력을 세습하며 주체사상의 기치 하에 국제사회로부터 오랜 세월 격리된 북한 사이의 이질적인 간격은 동서독 사이의 이질적인 간격보다 훨씬 넓고, 견고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한국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은 남북한 사람들이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어진 평등한 존재로서 서로 협력해야 하는 관계임을 인정하고, 국토의 통일과 사람의 통일, 모두를 과제로 삼아야 할 것이다.

정종훈 / 연세대 교수

정종훈  chjeong59@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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