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2월 13일 수요일
오늘 점심 때 1호방에 계시는 ‘사형수’ 형이 맛있는 음식을 보내줬다. 그것도 아주 많이. 놀랐다. 다음에는 내가 사서 갖다줘야 할 것 같다.

사람은 알고보면 다 좋은 사람들이다. 나는 한국에 가족도 없고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되어 맛있는 음식을 사다 준 것 같다. 사람은 알고 보면 다 좋은 사람들인 것 같다. 그런데 순간 실수로 평생 돌아오지 못하는 실수를 한 것 같다. “하느님께서 용서하시고 그분의 마음에도 평화를 주시길 간절히 바랍니다.”

내일 출정이 있다. 아침 8시 반쯤 일찍 나갈 것 같다. 손에 수갑이 꽁꽁 묶여서 버스 타고 검찰에 갈 것 같다. 너무 싫다. 명철이 껴서 1주일 만에 가는 것 같다. 지난주 수요일엔가 간 것 같은데 오랜만에 간다. 내일은 아마도 좀 오래 물어볼 것 같고 여러 가지 증거도 대면서 협박할 것 같다.

또 무슨 말을 할까. 또 무슨 말도 안되는 죄를 나한테 씌울까 하는 생각이 든다. 혹시 내일은 동생과 대질조사를 시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내일은 변호사님도 오실까. 마음이 무겁다. 겁도 나고. 또 무슨 죄를 나한테 씌우려고 할까? 머리에는 온통 그런 생각밖에 없다. 오늘도 기도하면서 하루를 마무리한다.

2013년 2월 14일 목요일
한국에서 나는 가족이 없다. 그러나 가족 이상으로 나를 챙겨주고 기도해주시는 분들이 너무 많다. 나는 대한민국 사회에 너무 많은 신세를 졌다. 그리고 너무나 많은 사람들한테 빚을 졌다. 내가 이 많은 사랑과 빚을 과여 어떻게 갚아야 할런지 모르겠다.

나는 사회에서 많은 사람들을 알았다. 물론 여기 들어오기 전에는 다들 친동생처럼 친형처럼 지내자고 하던 사람들이다. 그런데 이런 일을 당하고 보니 그 많던 사람들이 다 어디 갔는지 안보인다. 이것이 현실이고 사회다. 그래도 난 참 운이 좋은 사람이다. 그 와중에도 나를 믿고 찾아주는 사람들이 있다. 내가 살아 숨을 쉬는 동안 잊어서는 안되는 분들이다.

오늘 신부님께서 ‘이 기회를 통하여 배우고, 절대 헛된 시간을 보내서는 안된다’고 여러 번 말씀하셨다. 꼭 그렇게 할 것이다.

▲ 유우성씨가 2013년 2월 15일에 쓴 일기의 일부. ⓒ유코리아뉴스

2013년 2월 15일 금요일
몇 주째 앓고 있는 목감기가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다. 목이 간질간질하고 자꾸 가래가 찬다. 오늘 저녁부터 교도관 선생님이 챙겨주셔서 약도 먹기로 했다. 자고 깨어나면 괜찮아가질 기도한다.

자꾸 앞날이 걱정된다. 사람들 앞에서 씩씩한 척 하지만 앞으로 당면할 앞날이 너무나 많이 걱정된다. 내 나이 34살. 일도 많이 하고 가정도 있어야 할 나이인데 어떻게 0(제로)에서 다시 시작할지 눈앞이 캄캄하다.

생각 안하려고 한다. 재판장에 가면 결과가 나온다. 자꾸 고민한다고 해결될 것은 아무것도 없다. 하느님께 기도하고 운명을 맡겨야 한다. 하느님께서 내주신 숙제이고 그 결과도 하느님께서 답해줄 것이다. 나는 결과에 복종할 것이며 앞으로 하느님의 은혜와 사랑을 전하는 도구로 살아갈 것이다. 이것이 내가 이번 일을 통하여 제일 많이 깨달았던 것이다.<계속>

김성원 기자  ukorea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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