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 정부의 ‘보복’이 시작됐다. 일단은 중국 내 한류가 대상이다. 중국TV 프로그램에 한류스타의 출연이 금지됐고, 한류 드라마나 쇼 같은 프로그램 유통도 금지됐다. 중국 내 한류를 넘어 앞으로는 중국 관광객의 한국 관광 취소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홍콩의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이하 ‘모닝 포스트’)는 2일 “중국, 미사일 방패(사드)에 대한 대응으로 ‘TV드라마에서 한국 스타 사용 엄격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기사는 “한국의 팝스타들이 중국 정부가 강력하게 반대해온 미국이 개발한 미사일방어 시스템을 남한 정부가 배치하기로 한 것에 대한 대응 조치로 정치적 긴장의 오싹함을 느끼는 첫 케이스가 될 것 같다”는 분석으로 시작한다.

▲ 사드 배치로 중국 내 한류 관련 산업이 위축되고 있다는 내용의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 2일바 보도.ⓒ<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 캡처

이어서 홍콩과 가까운 중국 남부 광동의 두 TV방송국 취재원의 말을 인용, “중국정부의 방송감시단체로부터 TV 프로그램에 남한 팝스타의 출연에 대한 신규 승인은 불허한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취재원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광동 같은 지방 방송국에 “남한 팝스타와 관련된 신규 프로그램이나 남한 TV쇼의 판매권을 신규 승인하는 어떤 계획도 연기하라”고 통보했다. 이 같은 명령은 중국 정부의 광전총국(우리나라의 방송통신위원회 격)으로부터 구두로 전해졌다는 게 취재원의 설명이다.

<모닝 포스트>는 또 남한 드라마 유통업에 종사하는 관계자의 말을 인용, “이제 (남한 드라마) 유통을 승인받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졌다”고 전했다. 물론 이미 승인받은 프로그램의 유통은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남한 드라마 유통) 산업계의 사람들은 걱정을 많이 하면서 최근엔 남한 드라마와 관련된 어떤 일도 회피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들 취재원들은 하나같이 이러한 중국 정부의 명령이 남한의 사드 도입 발표 이후 발생한 중국과 남한의 정치적 긴장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모닝 포스트>는 “중국의 TV프로그램이나 영화 같은 중국 오락 영역에서 남한 팝스타들의 역할은 제한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중국 내에서 인기를 끌었던 ‘별 그대’ 김수현, ‘태양의 후예’ 송중기, 런닝맨 등을 소개했다. 남한의 사드 도입 결정으로 이 같은 중국 내 한류 물결은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려울 거라는 강력한 뉘앙스가 담겨 있다.

중국 통신대학교의 양미안 국제문제 전문가는 “중국 정부는 남한의 미사일 방어체제에 대해 불쾌감을 가져다 줄 만큼 외교적·경제적·군사적으로 다양한 방법을 지니고 있다”며 “중국 내 남한 팝스타들을 규제하기 위해서는 이들 중 한 가지가 사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추이 쯔양 상하이 통지대학 아시아태평양센터 연구원도 “만약 중국과 남한이 관계 개선에 실패할 경우 중장기적으로 남한 정부에 대한 경제적 행동이 취해질 수 있다”며 그럴 경우 대표적으로 한국의 여행산업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앞서 2일자 <한겨레>는 “한국에 대한 제재를 이미 시작했다. 신규 합작 프로그램은 더 이상 승인이 나지 않고, 재승인이 필요한 프로그램은 모두 일시 보류 상태다”라는 중국의 한 방송사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또한 △중국 드라마 주인공으로 30% 정도 촬영을 마친 상태에서 사드 배치 발표 이후 갑자기 출연 중단을 통보받은 한국 여배우, △100원대의 제작비가 드는 드라마의 출연계약서까지 오간 상태에서 촬영 자체가 보류된 한국 남자 배우 등의 실제 피해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다만 <한겨레>는 중국 정부의 최근 한류에 대한 규제 강화가 지난 6월 20일 중국 정부가 선언한 ‘콘텐츠 역량 강화’ 움직임에 따른 것일 수도 있다고 봤다. 방송 프로그램의 자주·혁신을 위한 이 조치는 국외에서 판권을 구입한 프로그램의 황금시간대 방영 제한 등의 조치를 담고 있다. 이럴 경우 이번 한류 제한 조치가 사드 배치 때문만은 아니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하지만 더 우려되는 것은 사드 배치 결정으로 중국 언론, 인터넷 사용자, 정부 관계자 등 중국 내부의 ‘反韓’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는 상태라는 것. 아직 중국의 제재가 본격화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중국 내 한류 흐름에 제한이 생길 정도라면 제재가 본격화된다면 그 후폭풍은 가늠하기 어렵겠다는 것이다.

김성원 기자  ukorea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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