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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는 아량깊고 멍청한 정부가 되려는가?”‘문재인 정부 외교안보정책 이대로는 안된다’ 토론회 스케치

북한은 왜 이 시점에서 6차 핵실험을 단행했을까. 그동안 문재인 정부가 보여주고 있는 북핵 대응은 실패인 것일까. 앞으로 문재인 정부의 북핵 대응은 어떠해야 할까. 전문가, 시민사회의 입장에서 이 문제를 짚어보기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시민평화포럼과 참여연대가 5일 오후 참여연대 2층 아름드리홀에서 공동 개최한 ‘문재인 정부 외교안보정책 이대로는 안된다’ 주제의 원탁토론회.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군사), 이남주 성공회대 교수(중어중국학), 이혜정 중앙대 교수(정치국제학), 이승환 시민평화포럼 공동대표가 패널로 참여했고, 박정은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이 사회를 맡았다.

북한의 6차 핵실험 의도

김동엽 교수는 북한은 원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미사일을 통해 미국과 게임을 벌이려 했지만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 인선이 미뤄지는 등 준비가 안돼 짧게는 연말, 길게는 내년 2월까지는 링(게임, 협상)에 올라오지 않을 거라고 보고 좀더 센 것, 그러니까 핵실험을 감행했다는 분석을 내놨다. 김 교수는 “북한은 올해 2, 3, 4월에도 대륙간탄도미사일 등 잇따른 미사일 발사를 통해 미국과 한판 승부를 벌이려 했던 것 같다. 그것이 북한의 문서에 잘 드러나 있다”면서 “하지만 미국 내 한반도 문제를 총괄하는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 인사가 올 12월까지도 불가능할 거란 얘기가 들린다. 그런 상황에서 북한은 좀 더 빨리 터뜨려서 판을 새로 짤 필요가 있다고 본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그러면서 “북한은 다시 내년 2월까지 그림을 그리고 로드맵도 다시 작성했을 가능성이 있다. 자신이 생각하는 가장 완전한 몸집을 만들고 배짱으로 나갈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시민평화포럼과 참여연대가 5일 오후 참여연대 2층 아름드리홀에서 공동 개최한 ‘문재인 정부 외교안보정책 이대로는 안된다’ 주제의 원탁토론회. 이승환 시민평화포럼 공동대표, 이남주 성공회대 교수, 박정은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왼쪽부터). ⓒ유코리아뉴스

이남주 교수는 이번 북한의 6차 핵실험을 거의 최종 단계 실험이라고 봤다. 이 교수는 “북핵 문제와 관련해 국내에서 많은 얘기들이 나눠지지만 대부분 문제 해결에 도움이 안되거나 허구적인 얘기가 많다”고 전제하고, “6차 핵실험을 통해 북한은 미국을 타격할 수 있는 실험 단계를 다 거쳤다고 본다. 남은 건 핵탄두를 장착해 태평양으로 날리는 것이다. 북한은 거의 목표에 도달했기에 몸값이 상당히 올라갔다고 스스로 평가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좀더 큰 틀에서 북한의 의도를 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승환 공동대표는 “북한의 목표는 향후 국제경제질서 편입을 통해 경제 발전을 도모하고자 하는 것”이라며 “이것을 통해 동북아에서 미중 패권 대결 속 균형자로서 역할을 하려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그 그림 하에서 온갖 도발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재인 정부의 북핵 대응에 대한 평가

이남주 교수는 그동안 보여준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해 “남북관계, 북핵 문제에 대한 새로운 접근방식이 필요했고, 문재인 정부 들어섰을 때 그런 기대가 강했지만 지금 보면 관성적 사고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인 것 같다”고 봤다. 이 교수는 “지난 10년간 상황이 많이 변했고, 북한은 스스로 핵보유국으로서 몸값을 높인 상태다. 그냥 대화 국면으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 상황을 변화시키려는 게 북한의 입장인 것 같다”고 설명하고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우리가 대화 제의하면 북이 받을 것이다’는 희망적 사고에 젖어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너무 우리 입장에서 일방적으로 대북 대화를 제의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가 북한에 대해 더욱 담대한 제안을 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이 교수는 “남한사회 내 수구적 논리가 작동하고 있고, 미국의 압력 때문이기도 하다”면서 “그러나 우리가 북한 문제를 새롭게 해결하려면 북한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있는가, 여기에서 출발해야 한다. 그런데 비전과 설득력이 보이지 않는다. 그게 새 정부의 문제라고 본다. 이것은 결국 새 정부의 외교안보 영역만 아니라 다른 영역의 개혁에도 상당히 부정적 영향 끼칠 거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이혜정 교수는 위안부합의를 재고하기 위한 절차는 진행중이지만 사드 배치 강행, 개성공단 폐쇄에 대한 TF 같은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 “문재인 정부가 박근혜 정부로부터 넘겨받은 적폐, 한반도 안보환경에 대한 과제에 너무 안일한 인식을 가지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문재인 정부가 ‘조건이 안되면 대화를 안하겠다’고 하니 북한이 어떻게 받아들이겠나. 보수와 진보가 차이가 있기를 기대했던 게 남북관계인데 차이점이 별로 보이지 않았다. 개성공단이 대북 제재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건 박근혜 정부 때 이미 나온 내용인데 개성공단 폐쇄나 사드 배치 강행을 재고하기 위한 TF가 없다. 이미 골든타임을 날려버렸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승환 공동대표는 “북한의 행태보다는 행태 이면에 있는 의도를 잘 이해해야 정확한 대응이 나오는데 문재인 정부는 이 부분에서 잘못 접근했다고 본다”고 밝혔다. 취임 초기 4대 강국 특사 보낼 때 북한은 빠진 점, ICBM 발사나 6차 핵실험에 대한 강경 대응 등의 사례를 들며 “북한 입장에서는 ‘문재인 정부 들어서서 바뀔 줄 알았는데 변한 게 없다. 상대할 필요가 없다’ 이렇게 나오고 있는 것”이라며 “특히 문 대통령이 미국 CSIS(전략국제문제연구소)에서 했던 ‘북한의 도발은 불법이고 한미연합훈련은 합법이다’는 말은 북한으로 하여금 더 이상 문재인 정부에 고민하지 않도록 만든 대표적인 사례”라고 꼽았다. 문 대통령은 지난 6월 30일(현지 시간) 미국 CSIS(전략국제문제연구소) 강연에서 ‘북한에 양보할 게 뭔가?’란 질문에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은 국제법 위반이나 한·미 양국간 군사훈련은 합법적 훈련이다. 불법적인 일과 합법적인 일을 교환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불법 행동에 대해 보상이 주어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을 중단하는 조건으로 한미 훈련을 중단할 수 없다는 것은 한국과 미국의 오래된 공식적인 입장”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시민평화포럼과 참여연대가 5일 오후 참여연대 2층 아름드리홀에서 공동 개최한 ‘문재인 정부 외교안보정책 이대로는 안된다’ 주제의 원탁토론회에서 패널들이 발표를 하고 있다. 이혜정 중앙대 교수,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이승환 시민평화포럼 공동대표, 이남주 성공회대 교수(왼쪽부터). ⓒ유코리아뉴스

김동엽 교수는 다소 ‘센 표현’으로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을 비판했다. 김 교수는 “문재인 정부가 너무 너그러운 것 같다. 적폐에 너그럽다”면서 “이렇게 계속 가면 문재인 정부는 훗날 ‘과거 적폐를 고스란히 자기 책임으로 끌어안아 준 아량깊고 멍청한 정부’로 규정될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 사례로는 “사드 문제 등 한두 가지가 아니다”고 했다.

김 교수는 “저는 대통령께 큰 것 기대하지 않았다. 통일이나 대북, 경제정책 기대하지 않았다. 이런 얘기를 했었다. ‘다음 대통령 누가 되든지 공약이나 정책을 만들면 안된다. 그걸 만들기 시작하면 한 자리 차지하려는 사람들이 다 모여든다.’ 지금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이번 대통령은 그냥 설거지 대통령이 되었어야 한다. 설거지만 해도 다 못한다. 아무리 우리가 좋은 해결책을 내놔도 지난 정부가 물려준 적폐들을 그대로 무마하고 받아 안고 가려고 한다면 우리나라는 앞이(미래가) 안보인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지금 문재인 정부는 그 적폐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빠져나올 수 없는 길로 들어가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사드, 한일간의 GSOMNIA(군사정보보호협정), 북한의 열두 명 여종업원 등이 그런 사례”라며 “특히 12명 종업원과 관련해서는 북에 돌려보내라는 게 아니라 진실이 무엇인지 밝히라는 것이다. 이걸 안 풀고 가면 지난 정부가 물려준 적폐를 고스란히 안고가는 마음 좋은 멍청한 정부가 될 것”이라고 거듭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가 대북 정책과 관련해 내년 지방선거를 의식해서 지나치게 보수적인 행보를 보인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는다. 이와 관련해 김 교수는 “저는 이게 해결 안되면 문재인 정부가 우리 국민, 촛불을 무서워하지 않는 것이라 생각한다. 내년 지방선거든 다음 대선이든 적폐세력 15%에게만 잘 해주면 나머지 85% 촛불세력은 우릴 찍어줄 거라고 생각하는 게 아닌가. 그건 촛불에 대한 철저한 무시”라며 “어짜피 평화체제·비핵화는 20-30년 후의 일이다. 그걸 위해 이번 정부가 할 일은 설거지다. 그러려면 15%를 버릴 생각을 해야 한다. 왜 그러질 못하고 조중동 눈치보고, 미국 눈치를 보는 것인가”라고 따져물었다.

향후 전망과 문재인 정부의 대응 방향

이승환 공동대표는 향후 한반도 상황과 관련해 “북한은 한미를 계속 도발하고, 한미는 이에 대해 추가 제재 등 허겁지겁 대응하는 게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며 “특히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려고 하는 핵잠수함 도입과 미사일 사거리·중량 제한 철폐, 사드 추가 배치 등은 대북 압박·대화 병행이 아닌 군사옵션의 일부다. 이렇게 되면 한중 관계는 완전 파괴되고 중국 내 한국 기업들은 철수할 수밖에 없다. 그나마 마지막 남은 지지율로 국내 개혁의 힘을 삼으려 하겠지만 안보나 사드 문제로 경제제재가 현실화되면 문재인 정부의 개혁도 힘을 잃고 지지율도 반토막 나고 말 것”이라며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이혜정 교수 역시 “전술핵이 들어오면 우발적 충돌 가능성은 그만큼 많아진다”며 향후 한반도 상황을 부정적으로 내다봤다. 이 교수는 “미국이 설정해놓은 ‘레드라인’을 가지고 우리가 동맹이기에 ‘우리의 레드라인’이라고 하면 우린 미국의 기지국가가 되는 것이다. 실제적으로도 우리나라는 그동안 기지국가로 살아왔지만 앞으로는 일본과 미국을 보호하기 위한 기지국가가 되는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사드도 수십 기 더 가져와야 하는 것이고, 한중관계는 완전 끝나게 된다. 지금은 이러한 진실을 진지하게 대면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시민평화포럼과 참여연대가 5일 오후 참여연대 2층 아름드리홀에서 공동 개최한 ‘문재인 정부 외교안보정책 이대로는 안된다’ 주제의 원탁토론회 모습. ⓒ유코리아뉴스

반면, 김동엽 교수는 ‘새 판’에 대한 철저한 준비를 주문했다. 김 교수는 “앞으로 북미가 대결이 아닌 접근했을 때 우린 어떻게 될 것인가가 나의 솔직한 고민”이라면서 다음과 같이 전망했다. “북한의 이번 6차 핵실험을 기술적으로는 마지막 핵실험으로 본다면 북한은 내년 2월까지 미국 본토를 겨냥한 완벽한 준비를 한 다음 그걸 미국이 안받으면 그때는 한국에 회담 제의 등 카드를 내밀 수 있다고 본다. 이걸 한국이 받을까? 문재인 정부의 가장 큰 문제점은 결국 사람의 문제다. 사람이 이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느냐가 문제다. 자기방식, 자기 최면에 빠져서 보면 안된다. 냉철하게 상황을 보고 대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승환 공동대표도 “미국은 한반도의 분단체제를 타파하려고 한 적이 한 번도 없다. 한반도 분단을 유지하면서 아시아를 봉쇄해 왔다. 미국에게 이득이 되는 이 분단구조를 파괴시킨다? 그러지 않을 것”이라며 “따라서 미국은 북한의 핵수준을 일정 정도 인정해주면서 한반도 분단을 유지하려 할 것이다. 그렇게 해서 북미간 핵동결 협상이 이뤄지면 한국엔 가장 나쁜 그림이 되는 것이다. 그렇게 전개될 상황에 대해서도 철저한 대비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성원 기자  ukorea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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