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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힌 코리안 디아스포라 ‘고려인’[평화통일연대 평화칼럼] 통일의 다양성을 꿈꾸며

건국대학교 통일인문학연구단은 2017년 10월 19일 ~ 23일 일정으로 고려인 강제이주 30주년을 기념하는 카자흐스탄 국립 대학교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했다. 필자는 이번 국제학술심포지엄에 연구단 소속으로 참가했다. 때마침 통일인문학 박사과정으로 ‘코리안 디아스포라의 이해’ 과목에서 ‘고려인의 역사’로 발제를 맡아 미리 고려인의 역사를 집중적으로 살필 기회를 얻었다. 그리고 카자흐스탄 현지에서 강제 이주된 고려인의 현실을 직접 볼 소중한 기회를 얻었다.

‘디아스포라’는 바벨론 유수 이후 주변국으로 흩어진 유태인을 지칭한 용어로 현대 이르러 샤프란에 의해 재 정의됐다. 한민족 역사에선 디아스포라는 구한 말 국권침탈과 식민지 과정에서 본국으로부터 비자발적인 이주 후 주변 거주국에 정주한 ‘동포’를 지칭한다. 이 시기 주변으로 흩어진 코리안 디아스포라로는 재일 조선인, 재중 조선족, 그리고 고려인이 존재한다. 하지만 재일조선인, 재중 조선족은 대중에게 많이 알려 졌으나 고려인은 아직 낯선 존재이다. 사실 고려인은 남북에서 모두 잊혀 진 존재다.

남한은 한국전쟁 이후 소련을 비롯한 공산권 국가를 모두 ‘적국’으로 간주, 교류를 전면 중단했다. 이때 고려인 디아스포라와 교류도 자연스럽게 단절했다. 북한은 해방 이후 소련 군정에서부터 북한정권수립과정까지, 그 기반을 마련하는데 고려인 2세가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그러나 본국과 오래 단절된 상태에서 이질적인 문화인식과 정치적인 갈등 속에서 1956년 ‘8월 종파’사건으로 소련으로 사실상 추방되거나 숙청당한 비극을 겪었다. 고려인은 북한으로부터도 철저히 잊힌 존재로 남았다. 연해주를 강제이주로 잃은 고려인은 본국을 부모의 기억 속에 존재하는 역사적 존재로 인식했다. 고려인은 철저히 고립당한 체 소련체제에 생존을 위해 치열하게 살아간다.

소련의 강제이주는 스탈린에 의해 벌여진 한민족의 비극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때 소련의 여러 민족 간의 강제 인구재배치 속에서 고려인은 하루아침에 살인적인 추위와 싸우며 거친 반 사막지대인 오늘날의 중앙아시아에서 정착해갔다. 고려인은 스탈린에 대한 공포감과 동시에 그럼에도 그들이 소련에 충성을 다하면 지도자가 오해를 풀고 다시 인정해 줄 것이란 기대를 갖고 2차 세계대전에 자발적으로 참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스탈린이 죽고 흐루시초프에 의해 일시적인 복권이 있었지만 완전한 복권은 고르바초프에 이르러야 가능했다.

고려인은 본국과의 연계 없이도 민족정체성과 거주국의 정체성을 유연하게 보유한 독특한 역사를 갖고 있다. 이들은 소련을 제2의 조국으로 여기며 빠르게 언어까지 상실하면서도 능통한 러시아 언어 능력을 바탕으로 여러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하지만 소련의 해체 이후 중앙아시아에 민족주의가 발현되면서 고려인은 또 다시 연해주와 러시아 모스크바지역 등으로 또 다시 이주의 길을 걸었다.

급변하는 역사 속에서 다양한 문화권에 거주한 경험은 주변 문화를 유연하게 받아들이게 되었다. 동시에 고려인은 가족으로부터 이어진 한민족의 정체성 역시 잃지 않았다. 이런 유연성은 우수리스크 소재인 고려인문화관에서 남북에 대한 수용에 있어서도 단적으로 나타난다. 문화관은 대한민국정부가 세웠지만 전통무용은 북한 강사가 고려인에게 강습을 하고 있었다.

본국으로 잊혀진, 그러나 끈질긴 생존 속에서 유연한 민족정체성을 형성한 고려인은 곧 통일 이후 우리가 추구해야 할 모범답안이다. 분단체제에 묶여 상호를 편견으로 바라보는 남북에게 고려인은 오래된 적폐인 분단을 넘어 남북 뿐 아니라 남한의 외국인 근로자, 북에서 온 탈북민, 그리고 식민과 분단 속에서 주변으로 흩어졌던 한민족 디아스포라 모두가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유연한 민족정체성을 그들의 지난 역사 속에서 새로운 해법으로 제시하고 있다.

임지훈 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연구원 / 평화통일연대 청년위원

* 이 칼럼은 평화통일연대에서 제공합니다. (평화통일연대 홈페이지 바로가기)

임지훈  dahac@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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