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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제재’ 틀 못벗어나면 한반도 전망 어둡다판문점선언 1주년 연세대 김대중도서관‧노무현재단 공동학술회의

4.27 판문점선언 1주년을 맞아 연세대 김대중도서관과 노무현재단이 공동 주최한 학술토론회가 25일 오후 김대중도서관 컨벤션홀에서 열렸다. 패널로는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이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참여했고, 사회는 배기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고문이 맡았다.

25일 오후 연세대 김대중도서관에서 열린 판문점선언 1주년 공동학술회의. 이종석 전 통일부장관, 배기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고문,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 이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왼쪽부터). ⓒ유코리아뉴스

우선 4.27 판문점선언 평가에서 문 교수는 “판문점선언이 다른 정상선언과 대조되는 것은 북의 지도자가 최초로 ‘완전한 비핵화’에 합의한 것”이라며 “10.4 정상선언 때도 우리 측은 ‘완전한 비핵화’라는 문구를 넣으려고 애를 했지만 북이 9.19 공동성명과 2.13 합의를 성실히 이행한다는 정도로 합의해 넣지 못했다”고 밝혔다.

판문점선언은 ‘한반도의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과 관련한 세 번째 항에서 ‘완전한 비핵화’에 대해 다음과 같이 명시하고 있다. “남과 북은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하였다. 남과 북은 북측이 취하고 있는 주동적인 조치들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대단히 의의 있고 중대한 조치라는 데 인식을 같이 하고 앞으로 각기 자기의 책임과 역할을 다하기로 하였다. 남과 북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국제사회의 지지와 협력을 위해 적극 노력하기로 하였다.”

문 교수는 “북은 그동안 미국과 직거래를 강조하며 통미봉남(通美封南) 양상이었지만 판문점선언에서는 다른 행보를 보여줬다. 그것은 통남통미(通南通美) 양상”이라면서 “이것은 남북이 같이 일하면 길이 열린다는 걸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문 교수는 “새로운 시작을 열었지만 갈 길은 멀다. 그러나 굉장히 중요한 첫걸음을 뗐다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이 전 장관도 “한반도 상황이 대결에서 평화 국면으로 전환된 결정적인 계기가 판문점선언”이라며 “이것은 73년간 이어온 한반도냉전구조를 해결할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고 판문점선언에 의미를 부여했다.

배 고문은 “2000년 정상회담 때만 해도 북의 핵개발이 없었고 남북관계가 중요한 이슈였다”며 “2007년 정상회담 때는 1차 핵실험 이후였고, 지난해 판문점선언 때는 북이 무려 6차례 핵실험과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이후였다. 군사적 긴장이 어떤 때보다 고조된 궁극적 상황에 도달했을 때 판문점선언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이 전 장관은 “70여년 분단세월을 사는 동안 느끼는 건 정상회담, 남북교류 등 분단 해소와 평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북미 사이의 적대적 대결구조가 있는 한에서는 결국 한반도 냉전구조의 도돌이표 악순환을 가져왔다”면서 “판문점선언 전문에 ‘한반도에 더 이상 전쟁은 없다’고 선언하고 그에 따라 군사적 조치를 취한 것은 사실상의 종전선언이었음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특히 이 전 장관은 “2018년 6.12 북미정상 합의문 1조가 북미가 적대 관계를 평화번영의 새로운 북미관계로 전환하기로 합의했다. 이것은 한반도 냉전구조의 본질적 요소를 해체하자고 한 것”이라며 “그 천재일우의 기회가 온 것이다. 지금 우리가 그런 기회를 붙잡고 있다. 이 기회를 놓치면 다시는 안올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근 “우리 측 호의에 북이 제대로 답하지 않아...그 결정적 장면이 판문점선언 1주년에 우리가 아닌 푸틴 만나는 것”

이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유코리아뉴스

이근 교수는 “판문점선언이 비핵화 여정에서 탑다운 어프로치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그럼에도 판문점선언 내용 중 3자 내지 4자의 종전선언, 핫라인 활용은 잘 안된 것 같다. 그걸 통해 중대사 논의하면서 새로운 국면으로 나갈 수 있어야 하는데 이걸 극복하지 못한 게 아쉽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판문점선언 앞부분의 ‘남과 북은 우리 민족의 운명은 우리 스스로 결정한다는 민족 자주의 원칙을 확인하였다’는 내용과 관련해 “지난 1년간 우리가 ‘민족자주의 원칙’을 잘 지켜내지 못한 걸 북한이 아쉬워할 것 같다”며 “하지만 모든 게 한번에 잘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판문점선언이 ‘통남통미’로 가는 길을 열었고 우리 측이 호의를 보여줬지만 북이 제대로 답을 해오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이 든다”면서 “그 결정적인 게 판문점선언 1주년에 김정은 위원장은 우리가 아닌 푸틴을 만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서 판문점선언 1년 후 현재의 남북관계 및 동북아 정세에 대한 토론이 있었다. 문 교수는 지난 2월 말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의 원인을 통해 지금의 북미관계를 설명했다. 문 교수는 “미국은 북에 줄 건 구체적으로 얘기하지 않고 비핵화를 통한 빅딜만 강조했다. 북은 그동안 ‘행동대 행동’이라는 일관된 원칙을 견지해 왔다. 그러니 미국의 제안을 북은 받지 못한 것”이라며 “대신 북은 영변핵시설 폐쇄와 2016년 이후 유엔안보리 제재안 중 민간과 민생에 미치는 것만 해제해 달라는 스몰딜을 제안했다. 북은 나름 상당히 큰 카드를 내건 건데 미국이 받지 않았다. 미국의 빅딜과 북의 스몰딜 사이에 충돌이 생기면서 결렬되고 말았다”고 밝혔다.

문 교수는 그러면서 “트럼프가 ‘적당한 딜’을 가지고 가서는 워싱턴의 정치권이나 언론을 설득하기 힘들겠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트럼프의 특징은 자신의 결정을 미국의 중요 미디어가 보도를 해야 하는데 그런 판단이 어려웠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정인 “스몰딜을 통해 빅딜로 나아가는 방법밖에 없어”

따라서 지금은 북미간의 신뢰 쌓기가 가장 중요하며 그걸 위해서는 스몰딜을 통해 빅딜로 나아가는 방법밖에 없다는 게 문 교수의 주장이다. 문 교수는 “그것이 지금 현상에 대한 저의 견해”라며 “다른 대안이 있을 수 있을까? 출구가 거기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당시 워싱턴에 머물렀다는 문 교수는 “워싱턴에서 100여 명 가까운 사람들과 토론도 하고 인터뷰도 했지만 90%가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회의주의자이거나 냉소주의자였다”며 “10%가 낙관했지만 그 중에는 8%가 신중한 낙관주의자이고, 진짜 일이 잘 될거라고 믿는 사람은 2%도 안되어 보였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배 고문은 최근 김정은 위원장이 시정연설에서 문재인 정부에 대해 ‘중재자가 아닌 당사자다’라고 한 것을 언급하며 “거기에 북한의 불만이 담겨 있는 것 같다. 4.27 판문점선언 전문에 민족의 미래는 우리가 결정한다고 했는데 왜 남한은 미국 눈치보고 굴종적이냐고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배 고문은 “북의 이러한 불만은 2007년 정상회담 때도 마찬가지였다”며 “당시 김정일 위원장이 노무현 대통령에게 ‘남은 왜 자주 하지 않느냐?’고 따졌지만 노 대통령은 ‘자주의 방식이 다른 거다. 우린 국제사회와 같이 살아가면서 자주 하는 것’이라고 했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이종석 전 통일부장관 ⓒ유코리아뉴스

이 전 장관은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에서 북이 ‘제재 해제’ 카드를 꺼낸 것에 대해 “한반도의 분단관계 역사에서 미국은 북과 싸워 제대로 승리한 적이 한번도 없었다. 미국은 북에 대한 엄청난 불신과 콤플렉스 가지고 있다. 그래서 미국은 북을 공격해서 아파하는 걸 보고싶어 한다”면서 “북이 ‘경제제재 해제’라는 솔직한 카드를 내보이자 미국은 이걸 약점으로 잡고 절대 놔주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시정연설에서 ‘이젠 제재해제에 매달리지 않겠다’고 한 것도 그런 속내를 드러낸 것이란 얘기다. 이 전 장관은 “그래서 북한의 의제가 바뀌었다”며 “오늘도 조평통에서 한미군사훈련 축소 문제를 가지고 난리를 쳤다. 군사문제로 의제가 넘어가면 엄청 복잡해진다”고 했다. 이 전 장관은 “북이 제재해제를 요구하는 것은 경제개발로 가겠다는 것인데, 그리고 이게 결국 한반도의 선순환으로 가는 건데 만약 북이 군사문제를 가지고 얘기하기 시작하면 굉장히 꼬일 것이다. 휴전선도 다시 꼬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종석 “지금은 자주가 위축된 상태. 미국에 ‘아니오’라고 할 수 있어야”

북이 제재해제를 슬쩍 뒤로 뺀다면 비핵화협상도 장기화될 수 있다. 이 같은 신호로 최근 김정은 위원장이 거대 건설현장에 가서 ‘너무 서둘지 말고 좀더 여유있게 하라’고 계속 공사를 연기시키고 있는 사례를 들었다. 이 전 장관은 “이것은 굉장히 안좋은 신호”라며 “‘미국이 이런 식으로 일방적인 압박을 가한다면 우리도 어쩔 수 없다. 길게 간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는 미국을 제외한 북과 남은 괴로울 수밖에 없다는 게 이 전 장관의 분석이다. 이 전 장관은 “2007년에는 노무현 대통령이 김정일 위원장에게 자주가 무엇인지 자신있게 말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문 대통령이 자신있게 말할 수 없는 상태다. 자주가 굉장히 위축된 상태”라고 강조했다.

지금의 정체된 한반도 상황을 뚫을 수 있는 방법으로 이 전 장관은 비핵화협상 재개를 강조했다. 이 전 장관은 “앞에서 언급한 도전의 국면이 오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비핵화협상을 재개해야 한다. 한국이 중재안을 발휘하려면 북에도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 지렛대가 바로 남북관계의 자율성”이라며 “유엔 대북제재 바깥에 있는 것도 합의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렇게 되면 우리가 북에 대해 말발이 없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남북관계가 북미관계보다 앞서지 말아야 한다’거나 ‘대북제재 틀 속에서 움직여야 한다’는 미국의 입장에 대해 ‘아니다’고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전 장관은 “매번 한미워킹그룹에 맡기면 우리가 뭘 할 수 있겠나”라고 반문하고 “한미관계 속에서 남북관계가 완벽하게 자율적일 수는 없지만 나름대로 자율성을 가져야 한다. 이게 축소되는 한 북을 설득하긴 어렵다”고 강조했다.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 ⓒ유코리아뉴스

이 전 장관은 “중재자-당사자는 말장난이다. 북이 남에 대해 ‘오지랖 넓다’고 하는 것은 ‘남북관계를 이렇게 하면서 나한테 무슨 말을 해?’라고 하는 불만이지 중재자가 필요없다고 하는 게 아니다. 지금 상황에서는 남북관계의 자율성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 그래야 북미 관계도 열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문 교수도 ‘비핵화 판’을 살리는 게 급선무라고 했다. 문 교수는 “그러려면 북한이 움직여야 한다. 5월 중순 이전에 남북대화가 있어야 하는데 이것은 선택이 아닌 당위의 문제”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북한의 선제 행동을 강조하기도 했다. 동창리 미사일 시설 등을 유관국 참관하에 폐기하겠다는 화두를 던지면 모멘텀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문 교수는 또 미국을 겨냥해 “제재 만능주의가 옳은 선택이 아니다. 제재는 목적이 아닌 수단이므로 북한의 행태를 바꾸기 위해선 제재를 전략적으로,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북한의 비핵화는 개혁개방, 시장화, 시민사회 등장,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더 강한 지도력 등이 있어야 가능하다”며 “미국이 제재에 대해 전략적 사고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이 기존의 ‘제재 틀’을 벗어나 북한과의 외교 정상화 등 북한으로서는 거절할 수 없는 카드를 내밀라는 것이다.

김성원 기자  ukorea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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