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

14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검 진상조사팀(팀장 윤갑근)의 '간첩 증거조작'의 수사결과 발표에 대해 3시간 후 변호인단이 내놓은 입장이다. 변호인단은 이날 오후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검찰 진상조사팀의 수사결과 발표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검찰 진상조사팀은 항소심 증거조작과 관련 이재윤 국정원 대공수사처장, 국정원이 파견한 선양 총영사관 이인철 영사 2명을 불구속 기소하는 선에서 수사를 마무리지었다. 남재준 국정원장, 항소심 재판부에 위조증거를 제출한 검사 2명에 대해서는 '무혐의' 처분했다.

▲ 검찰 진상조사팀의 간첩증거조작 수사결과 발표 직후 유우성씨 변호인단이 14일 오후 민변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조목조목 반박하고 있다. ⓒ유코리아뉴스 최승대 기자

변호인단 김용민 변호사는 불구속 기소된 이인철 주 선양 총영사관 영사와 관련 “추측컨대 이 영사는 증거위조를 위해 파견된 것처럼 보이고, 그렇게 행동했다. 따라서 그가 증거위조에 적극적으로 개입한 사실에 대해 지휘부가 몰랐다는 건 말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또 “자살 시도로 인해 시한부로 기소를 중지한 권 모 팀장 건도 납득할 수 없다”고 밝혔다. 협조자 김원하 씨가 자살 기도 후 곧바로 구속 기소된 사례와도 배치된다는 것이다.

진상조사팀의 공판담당 검사 2명의 무혐의 결정에 대해 김 변호사는 “단순히 제 식구 감싸기에 그친 문제가 아니다. 검찰보고 사무규칙에 따르면, 유우성 씨 사건은 법무부장관에게 보고되는 사건”이라면서 “검찰 수사팀이 만약 담당 검사를 기소하게 된다면, 검찰 지휘부와 법무부 장관에게까지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꼬리 자르기' 수사결과라는 지적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양승봉 변호사는 “이번 수사가 검찰의 신뢰를 확보할 수 있는 길이었다. 그런데 전화위복의 기회를 스스로 내팽겨치고 만 것"이라고 지적했다. 양 변호사는 또 "유씨에 대한 보복성 수사가 계속되고 있다”며 "국민과 언론의 철저한 견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유우성 씨도 “그동안 너무나 힘들고 억울한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검찰은 지금 또 다시 나뿐 아니라 주변에 있는 지인들과 친구들을 괴롭히며 보복성 수사를 하고 있다"며 검찰을 비판했다.

향후 대응과 관련 천낙붕 변호사는 “앞으로 서울중앙지검 진상조사팀에 대해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는가가 가장 큰 문제다. 향후 민변이나 천주교인권위원회 등 여러 재야단체들이 각자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압수수색 초기에 휴대폰, 컴퓨터, GPS 등 디지털 저장매체를 압수하지 않았고, 증거조작을 부인해 수사보고 체계를 부인한 점 등이 서울중앙지검 진상조사팀의 특수직무유기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김진형 변호사도 “검찰이 국민적 의혹을 해결할 의욕이 없을 뿐 아니라 수사기관의 조작을 덮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면서 "이 사건을 더 이상 검찰의 손에 맡겨둘 수 없다"고 밝혔다.

이날 변호인단은 ▶사건을 날조한 남재준 국정원장 처벌 ▶재판부를 기만한 담당검사 처벌 ▶조작사건의 실체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제 도입 등을 촉구했다.

변호인단은 “하루빨리 특검을 통해 검찰과 국정원이 증거조작을 위해 어떤 범죄행위를 저질렀는지 낱낱이 밝혀져야 한다”며 특검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 양승봉 변호사(오른쪽)와 유우성씨(왼쪽) ⓒ유코리아뉴스 최승대 기자

검찰 진상조사팀의 수사결과 발표와 관련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은 "검찰은 희대의 국기문란사건을 권력 눈치를 살피며 실무자를 기소하는 선에서 마무리했다. 이번 사건의 해법은 특검뿐이라는 것을 상기시켜줬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사건의 수사지시 '윗선'으로 지목된 서천호 국정원 2차장이 14일 사표를 제출했고, 박근혜 대통령은 즉시 이를 수락했다. 검찰총장을 비롯한 국정원장,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도 잇따랐다.

진상조사팀의 수사발표 직후 긴급 간부회의를 주재한 김 총장은 "사법절차에 혼선을 초래하고 국민께 심려를 끼친 점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했다"고 대변인이 전했다.

야당은 물론 여당 일각과 보수언론에서조차 사퇴 압력을 받고 있는 남재준 국정원장은 15일 오전 국정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머리숙여 사과드린다. 국정원장으로서 참담하고 책임감을 느낀다"며 수사관행 혁신을 위한 티에프 구성, 국민 신뢰 회복을 강조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15일 오전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유감스럽게도 국정원의 잘못된 관행과 철저하지 못한 관리체계에 허점이 드러나 국민께 심려를 끼쳐드리게 돼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유우성씨 변호인단과 별도로 민변은 15일 오후 서울 서초동 검찰청사 앞에서 검찰 진상조사팀의 수사결과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진상조사팀, 남재준 국정원장, 공판 담당 이시원 이문성 검사 등을 고발했다고 밝혔다. 국가보안법상 직무 유기(제11조), 증거 날조(제12조)를 위반했다는 이유다.

검찰 수사결과에 대해 '부실' 논란이 거세지면서 특검 목소리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쪽에서는 "특검만능론" "지방선거용" 등의 이유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는 가운데, 박범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그렇다면 지방선거 이후에라도 특검을 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성상현 기자  jacksung8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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