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사태 이후 대한민국, 총체적 변곡점 올 것"

세월호 사태의 원인은 무엇이고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아마 이준석 선장을 비롯해 세월호 선원들, 청해진해운 관계자들, 해경, 심지어 대통령까지 지목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전대원 진건고 교사는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세월호와 대한민국’ 토론회에서 “특정인, 특정세력, 특정인, 특정시스템의 문제라고 지적할 수 있지만, 이는 저마다의 프레임과 욕망에 문제를 투영해 의미부여를 하고 있는 것”이라며 "이러한 관점으로는 근본적인 원인을 뿌리 뽑을 수 없다"고 말했다. 전 교사는 “세월호 사태의 원인이 우리 모두의 문제임을 인정하고, 해결의 열쇠는 문서상의 부분과 실제를 일치시킬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주장했다.


▲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세월호와 대한민국' 토론회 모습. ⓒ유코리아뉴스 최승대 기자

전 교사는 ‘문서주의와 형식주의’를 세월호 사태의 근본 원인 중 대표적인 한 가지로 지적했다. “문서 상 세월호의 규정 중에는 실제로 지킬 수 없는 규정이 많았을 거다. 그래서 꼭 지켜야 할 규정들이 다른 규정들에 묻혀 이행되기 어려웠을 것이라 본다. 또, 세월호는 구명조끼, 구명보트 등이 제대로 작동이 되는지 늘 점검했어야 했으나 선박안전보고서 작성은 그동안 형식적으로 이뤄졌을 것이고, 그걸 감시·감독하는 관리들도 마찬가지였을 게 분명하다. 이러한 관행이 지속될 수 있었던 건 단지, 그동안 큰 사고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 교사는 실제 교육현장에도 문서주의와 형식주의가 만연해 있고, 이는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학습된다고 지적했다. 전 교사는 교직생활 초기에 학생들에게 거짓으로 부모 서명을 대신 작성하라는 상황에 당황했던 상황을 설명했다. 당시 윗 선배로부터 “아직 처음이라 모르나본데, 이렇게 하는 거야?”라는 말을 듣고, 전 교사는 이게 과연 옳은 일인가 의문이 들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어 전 교사는 또 다른 예를 들었다. 버스에서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안전수칙 확인 종이를 나눠준다. 학생들은 안전벨트를 매는 것 등의 안전수칙에 ‘들었음’이라고 체크하고, 마지막에 사인을 한다. 전 교사는 “여기서 문제는 선생님들은 실제로 학생들의 안전벨트 착용 여부를 확인하는 것보다 안전벨트 착용여부 문서를 구비했느냐가 더 중요한 임무로 귀착되는 것에 있다”면서 “선생님들이 관리하는 것이 문서인지 사람인지 헛갈리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덧붙였다.

‘모두의 문제’라는 맥락에서 세월호 사태가 단편적인 문제가 아닌 국가의 총체적 부실에 있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 소장은 세월호 사태를 악질적인 사태로 규정하고, 70년 남영호 침몰, 93년 서해 페리호 침몰의 경우처럼 기상악화가 아닌 일상 다반사의 구조적인 문제를 드러냈다고 밝혔다. 김 소장은 “제대로 된 성찰과 반성이 필요한 때”라면서 “이 사건은 선사와 비정규직만의 문제가 아니다. 변칙, 편법이 판칠 수밖에 없는 전반적인 시스템이 문제다. 따라서 재난 안전시스템, 관피아 단죄, 부정비리자 처벌 수준이 아니라 대한민국을 다시 기획하는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배기찬 통일코리아협동조합 이사장 역시 세월호 사태에서 거대한 대한민국 호의 침몰을 보았다고 고백했다. “세월호 사태가 난 지 얼마 안된 시점에서 거대한 대한민국 호가 침몰하는 꿈을 꿨다. 남과 북, 해외동포 모두를 포함한 8000만의 민족이 한꺼번에 침몰하는 장면이었다.” 배 이사장은 세월호 사태는 남한 만의 문제가 아닌 남북 모두의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남한을 ‘썩은 감’, 북한을 ‘마른 뼈’, 남북관계를 ‘먼지구름’에 빗댔다. ‘썩은 감’의 남한은 겉보기엔 괜찮아 보여도 그 안을 들여다보면, OECD 국가 중 자살율 1위, 학교폭력 1위, 유흥업소 여성종사자 인구당 1위 등으로 이미 썩어가고 있고, ‘마른 뼈’의 북한은 여전히 80%의 북한 가정이 영양부족상태에 있고, 20만 명이 정치범 수용소 및 기타 구금시설에 갇혀 고통을 겪으며 점점 말라가고 있다. 이러한 남과 북의 관계는 포격사건, 핵실험, 전작권 환수 연기 문제 등이란 ‘먼지구름’ 속에 갇혀 희망의 빛을 찾기 어려운 형국이다. 다시 말하면, 대한민국 호의 총체적 부실을 말하는 것이다.

토론회 전반에 걸쳐 참석자들은 세월호 사태의 전후로 변곡점이 올 것이라는 데 한 목소리를 냈다. 유명종 정치경제연구소 소장은 96~98년생들인 고교생 세대를 ‘세월호 세대(S세대)’라고 언급하면서 S세대는 그들의 인식 여부와 상관없이 기성세대에 대한 총체적 불신과 불안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 소장은 S세대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기도 했다. “현재 제2롯데월드, 월성 고리 1호기 등에서 위험 징후가 감지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모르쇠로 일관한다면, 제 2, 제 3의 세월호 참사가 발생할 것이다. 결국 다음 세대인 S세대가 그 중심에 서게 될 것이다. 따라서 기성세대가 그들에게 새로운 동력을 가질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 그들이 정치적 주체가 될 수 있도록 선거연령을 만 17세로 낮추고, 그들에게 발언권, 간부 역할의 기회까지도 줘야 한다.”


▲ 전대원 진건고 교수 ⓒ유코리아뉴스


▲ 배기찬 통일코리아협동조합 이사장 ⓒ유코리아뉴스


▲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 소장 ⓒ유코리아뉴스


▲ 유명종 정치경제연구소 소장 ⓒ유코리아뉴스

이번 토론회 참여자들은 세월호 사태에 대한 지속적인 논의의 필요성을 공감을 표하기도 했다. 배 이사장은 “우리는 원칙과 규칙에 입각해서 일하려고 혼자 발버둥쳐봐도, 사회의 수많은 시스템이 우리의 발목을 붙잡고, 무기력하게 만들기까지 한다”면서, 구체적인 해결 방안으로 민회를 제안하기도 했다. “하나의 실은 쉽게 끊어진다. 허나 실 열 가닥, 백 가닥이 모이면 쉽게 끊어질 수 없는 강한 힘을 가진다. 발버둥치는 사람들이 뭉쳐야 한다. 국회를 대체하는 하원의 개념인 민회가 해결책이 될 수 있다. 민회를 통해 국회를 견제하고, 공무원들을 감시하고, 새로운 정책을 내놓을 수 있는 일을 시작해야 한다.”

오는 22일 오후 4시 전경련회관 2층 오팔룸에서 토론회 ‘세월호와 대한민국’ 2부가 열릴 예정이다. 다음은 요약문 전문.

절망의 끝에서 희망을 본다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장

세월 호 사태는 대한민국의 위기상황을 알리는 상징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대한민국은 물질적 재생산 구조 자체가 취약하다. 10대 수출품목에서 석유화학제품, 반도체, 철강 등은 우리의 생명줄이다. 이러한 분야의 산업은 대부분 재벌, 대기업이 할 수밖에 없어 경제력 집중을 심화를 야기한다. 또한, 대기업은 대부분 글로벌 경쟁을 하기 때문에 해외 시장 상황에 따라 대한민국의 경제상황이 크게 좌우된다.

세월 호를 로로선(Roll-on/roll-off)이라고 부른다. 이 배는 사람 운송보다는 화물 운송에 초점을 맞춘 화물선이다. 겉은 번듯한 여객선이지만, 따지고 보면, 인천-제주 430km의 장거리 항해를 로로선이 한다는 것 자체가 상당한 위험 요인이다. 게다가 세월 호는 안전보다 돈, 사람보다 화물이었고, 생명보다 과적에 대한 책임 회피와 화물량 조작 등 전면적인 문제점을 드러냈다. 따라서 구조 자체가 취약한 세월 호와 대한민국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은 참 많이 닮았다.

세월 호 승무원과 회사와 해경 등의 행태 역시, 우리 정치와 행정 시스템과 너무 닮았다. 이제는 세월호가 통곡과 분노의 터널을 빠져나와서 깊은 성찰과 반성, 참여와 개혁을 일깨우는 터널로 들어섰다. 우리는 세월 호 사태가 던지는 교훈과 시사점을 제대로 배워야 한다. 세월 호 사태에는 수많은 직관적인 문제가 있다. 화물 결박, 과적의 문제, 교육훈련의 문제, 안전검사의 문제, 구명장비 문제가 있고, 해경이 가진 문제로, 해운회사, 승무원, 해경, 규제 감독 기관들까지 연결된다. 이 수많은 사람들이 이번 세월 호 참사를 만들어내는 악덕들을 보여줬다.

여기서 문제는 사람들은 자신이 정말 보고 싶은 것, 중시하는 것만 콕 집어내 원흉으로 몰아간다는 것이다. 게다가 한국은 이데올로기에 얽힌 사회이고, 지방선거를 한 달 앞둔 상황에서 사람들은 선거승리를 위해 모든 것을 가리지 않고 불쏘시개로 삼을 수 있다. 그래서 세월 호에서 마녀사냥 식의 행태들을 벌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세월 호 사건은 초기부터 선령 제한의 규제 완화와 비정규직을 일종의 원흉인 것처럼 얘기해왔다. 그러나 실사구시의 입장에서 보면,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된다. 1970년에 남영 호, 73년 한성 호, 93년 서해 페리 호의 경우, 이 배들은 건조된 지 3년밖에 안됐다. 새로 만든 배라 하더라도 과적 앞에선 당할 수 없었다. 뿐만 아니라 기상악화라는 문제 등 비일상적인 원인이 있었다. 그런데 세월 호의 경우, 과적은 있었으나 기상악화의 문제는 없었다. 다시 말하면, 세월 호는 일상이었고 다반사였다. 그런 점에서 악성 사건인 것이었다. 세월 호의 하늘에는 헬기가 날고 있었다. 헬기 소리는 국가가 당신을 구할 수 있다는 신호였지만, 결국 학생들은 배신당하고 말았다. 당시 학생들은 카카오톡을 가지고 있었다. 지시가 있으면 일사분란하게 충분히 움직일 수 있었던 상태였다.

지적되지 않는 중요한 측면의 문제가 하나 더 있다. 연안해운 99개 노선 중 85개가 독과점 상태다. 독점체제는 국가가 운영하는 공영이나 준 공영으로 바꿔야 하지만, 현재는 민간 독점을 부여하고 있다. 민간독점을 부여하면, 국가의 가격 규제가 필요하다. 가격 규제가 적용되면, 회사는 어떤 형태로든 매출을 올리는 방식인 과적을 채택할 것이고, 비용 줄이는 방식으로 저가의 배를 구입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근로조건을 낮게 유지하려고 할 것이다. 게다가 이익을 더 취하기 위해 분식회계를 실행하고, 분식으로 불어난 돈을 빼돌리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독점시장에서 가격규제를 붙여놓으면, 과적 문제, 낡은 배 문제, 근로조건 문제, 분식회계의 문제 등이 필연적인 것이다.

그런 점에서 세월 호 사태는 관피아, 해운회사, 심성이 나쁜 사람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 사태는 연안해운의 잘못된 시스템이 필연적으로 만들어낸 것이다. 여기에다 그 어떤 청렴한 사람이 들어와 자신의 뜻대로 행동하면, 출항하는 배가 없을 것이고, 회사 역시 오래 가지 못할 것이다. 부정부패, 편법이 판치는 사회에 대한 책임은 관료에게 물을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정치, 행정의 책임이 있는 것이다. 따라서 변칙, 편법이 판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을 만들어놓고, 여기에 대한 제대로 된 반성과 성찰이 없는 것은 우리를 절망하게 한다.

세월호 사건은 남영 호, 서해 페리 호의 경우와 달리 악질적인 사태다. 기상 악화가 아닌 일상 다반사의 구조적인 문제를 드러낸 것이다. 따라서 제대로 된 성찰과 반성이 필요한 때이다. 이 사건은 선사, 비정규직만의 문제가 아니다. 재난 안전시스템, 관피아 단죄, 부정 비리자 처벌 수준이 아니라 대한민국을 다시 기획하는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세월 호와 코리아 : 새 코리아, 통일 코리아 만들기

배기찬 통일코리아협동조합 이사장

세월호가 침몰한 다음날인 4월 17일 새벽기도 중에 환상을 보았다. 세월 호가 아닌 거대한 코리아 호가 침몰하는 광경이었다. 세월 호가 주는 메시지가 단순히 실종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8000만 민족이 세월 호와 같은 위기 속에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이는 우리의 가장 심각한 약점을 말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한국의 우수한 점을 무시한다는 것이 아님을 전제한다.

과거 미국의 한 선교사는 코리아의 현 상황에 대해 썩은 감, 마른 뼈, 먼지구름으로 요약했다. 이 글을 읽고, 썩은 감은 남한, 마른 뼈는 북한, 먼지구름은 남북 간의 관계라고 생각했다. 썩은 감은 겉으로 보기엔 괜찮아 보이지만, 안은 썩었다. 1993년 서해 페리호 침몰을 시작으로 94년 성수대교 붕괴, 삼풍백화점 붕괴가 있었고 한동안 뜸했다가 최근 경주 마우나 리조트 사건, 세월호 사건까지 부정부패와 참사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한편, 97년 외환위기,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로 인한 우리나라에 닥친 심각한 경제위기는 우리나라의 경제적 취약성을 잘 보여준다. 2012년 기독당의 조사를 보면, 현재 한국은 OECD 국가 중 자살율, 저출산율, 교통사고율, 양주소비량, 음란물 다운로드율, 학교폭력, 청소년문제 등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거대하고 호화로웠던 타이타닉 호가 구멍 하나로 순식간에 침몰하듯, 우리 대한민국 호 역시 침몰할 여지가 충분하다는 것이다.

마른 뼈는 북한의 상태다. 북한은 일찍이 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 시기에 수백만이 굶어 죽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러한 상황은 90년대에 끝난 것이 아니다. 잠시 나아졌다가 지난 몇 년 전부터 다시 수백만이 영양실조와 질병의 위기에 빠져 있다. 식량문제만이 아니라 인간의 자유를 억압하는 정치범 수용소와 같은 인권문제로 나타나고 있다.

먼지구름은 남과 북의 관계다. 일시적으로는 남북관계가 나아지는 것 같다가도 서해에서 4차에 걸친 충돌, 연평도 포격, 핵실험이 일어났고, 이제는 일촉즉발의 상황까지 가서 제2차 한국전쟁이 언제 벌어질지 알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2012년 환수하기로 했던 전시작전 통제권은 2015년으로 연기했고, 2018년 이후까지 계속적으로 늦추려고 하는 상태다. 전시작전통제권을 이렇게 오랫동안 갖고 있지 못한 나라는 한국이 거의 유일하다.

이러한 악순환을 이어가게 하는 연결고리로 핵심적인 문제 네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첫째는 가치관의 문제이다. 사익추구 만능주의,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승리주의, 강자와 대세 편승주의가 있다. 이것은 조선말의 망국적 상황과 일제치하의 억압, 분단과 전쟁과정의 혼란, 분단체제와 독재체제가 만들어낸 생존전략이자 그 유산이다. 둘째는 구조적인 문제다. 부평초, 바지선 같은 모습이 현재 우리나라의 모습이다. 남북과 좌우, 동서 간의 내전이 끊이지 않는 분단국가이자 대륙세력과 해양세력 사이의 단절국이 우리의 현실이다.

셋째는 인식의 문제다. 특히, 우리나라의 지적풍토의 문제라고 볼 수 있다. 한국에서 교수가 되는 가장 확실한 길은 국내 명문대학에서 학부과정을 마치고, 미국 박사학위를 취득하는 것이다. 소위 SKY 대학의 정치외교학과 교수 49명 중 48명이 외국박사 학위 소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교수업적평가에서 SCI 등재 학술지 게재 논문이 높은 평가를 받으면서 미국박사에 대한 선호가 더욱 강화되고 있다. 신정완 교수는 이러한 문제에 대해 자기 사회의 문제를 설명할 언어와 이론을 스스로 생산해내지 못하고, 외국 대학에 의탁해야 하는 대학과 사회는 사회의 발전방향에 대한 비전을 주체적으로 만들어낼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넷째는 실천의 문제다. 현재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는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공공적(公共的)인 것이 모두 사사화(私事化)됐던 고려말, 조선말의 상황과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악순환을 끊고 선순환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첫째, 가치를 새롭게 세워야 한다. 세종의 ‘天民의 나라’, 김구의 ‘聖人의 나라’처럼 인간의 존엄성을 통일코리아 헌법 1조로 삼아야 한다. 둘째,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남북한 상황에 천착한 실사구시, 법고창신(法古創新)의 정신이 필요하다. 셋째, 비전이 필요하다. 평화의 발원지인 스위스, 똑똑하고 친화적인 돌고래, 4두마차에 올라탄 기수 같은 나라가 돼야 하고, 세종의 비전, 김구의 비전을 통일코리아의 비전으로 함께 꿈꿔야 한다.

마지막으로, 전략과 실행이 필요하다. 첫째는 규율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새로운 코리안으로서 새로워져야 한다. 하나의 실은 쉽게 끊어진다. 허나 실 열 가닥, 백 가닥이 모이면 쉽게 끊어질 수 없는 강한 힘을 가진다. 발버둥치는 사람들이 뭉쳐야 한다. 국회를 대체하는 하원의 개념인 민회가 해결책이 될 수 있다. 민회를 통해 국회를 견제하고, 공무원들을 감시하고, 새로운 정책을 내놓을 수 있는 일을 시작해야 한다. 이것이 진정한 새로운 정치가 될 것이다. 둘째, 규율 있는 사고가 필요하다. 더 이상 남의 것을 모방하고, 배우는 것이 아니라 혁신하고 창조하는 것이 요구된다. 셋째, 규율 있는 행동이 필요하다. 공무원은 공공재를 생산하는 것이 자신의 사명이다. 공무원은 사사화(私事化)된 모든 것을 공공적으로 만들어내는 것이 그들의 사명이다. 통일코리아의 건국과정은 공익을 추구하는 공인이 공공선을 위해 공공재를 대량으로 생산하고 이를 사회 곳곳에 두루 충만하게 확산하는 과정이다.

재난 전담조직은 장관급인 ‘국민안전부’로 신설해야

양건모 정의연대 공동대표

세월 호 참사는 유가족들에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 세월호 침몰사고 과정을 접하면서 그리고 세계 언론에 우리정부의 부실한 재난 대처과정이 보도되는 것을 보면서 많은 국민들이 허탈감에 빠졌다. 한국에 대한 국민적 자부심이 상처를 받았고 정부에 대한 신뢰도 저하됐다.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한 정부는 4월 29일 세월 호 실종자 수색구조 작업을 진행하는 동시에, 정부조직체계 개편을 구상하며 ‘국가안전처’를 만들기로 제안했다. 하지만 정부가 추진하는 ‘국가안전처’는 몇 가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오히려 ‘국가안전처’보다는 한 직급이 높은 장관급의 ‘국민안전부’를 신설해야 한다.

현재 조직체계에서는 국가재난이 일어났을 때 컨트롤 타워는 안전행정부 장관이 가지고 있다. 그 다음에 인적재난과 사회재난의 실제업무는 안전행정부 제2차관이 하고, 소방재난은 소방방재청이 하는 2중 구조로 돼 있다. 정부는 개선안으로, 국무총리 산하의 국가안전처장을 컨트롤타워로 내세우고 있다. 여기에서 국가안전처가 전문 인력을 뽑고, 국가안전에 대한 부분을 담당하겠다는 것이다. 국무총리 산하이나 실질적으로는 장관급 이상의 파워를 주겠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정의연대의 주장은 국민안전부를 신설하고, 산하에 경찰청장, 소방방재청장, 해양경찰정장에 중앙재난 전문구조팀을 같은 소관에 두고 역량을 키워보자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를 보면, 지난 2001년 9.11테러를 겪은 후 장관급의 ‘국토안보부’를 만들었고, 산하에 교통보안국, 입국심사국, 이민국, 연방재난리청 등을 뒀다.

왜 굳이 '국민안전부'를 신설해야 하는 지는 몇 가지 이유를 들 수 있다. 첫째, 우리나라 장관의 평균 임기는 1년. 국무총리나 장관이 국가 재난을 책임질 수 없다. 따라서 지속적인 재난훈련과 학습을 통해 전문성을 유지 발전시키면서 국가재난을 책임질 수 있는 행정전문가 급 장관과 공무원이 필요하다. 둘째, 국가재난의 경우 최소한의 관련부처가 관여하게 된다. 우리나라의 위계질서 문화를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이 문제는 대통령이 편법적으로 권한을 부여한다고 해도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셋째, 관료나 공무원들은 기술직을 선호하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기술직을 무시하는 풍토가 강하기 때문이다. 해경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간부들이나 공무원들도 바다에서 일하기 싫어한다. 해상 근무경험이 없는 간부가 대부분이다. 이런 현실은 단번에 바꿀 수 없다. 넷째, 신속한 재난구조를 위해 전문 인력이 육성돼야 한다. 다섯째, 자연재난과 사회재난을 결합시켜야 하는데, 국가안전처 산하에 소방방재청을 둘 수 없다. 여섯째, 안전행정부 산하의 경찰청과 해양수산부 산하의 해양경찰청을 국민안전부 산하로 이관해 통합·관리할 필요가 있다.서로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설 재난조직을 제대로 작동시키기 위한 전제조건 몇 가지를 제시해본다. 첫째는 일할 수 있는 조직으로의 권한 재조정이 필요하다. 신설조직을 만드는데 그치지 말고, 여기서 가장 중요한 건 일을 할 수 있는 권한을 대폭적으로 주는 것이다. 허나 국가안전처만 만들어놓으면, 각각의 부서에서 도움을 받아야 하는 처지가 되고 만다. 둘째, 기득권 해체 통한 국가 개혁 실현이 필요하다. 응급상황의 이건희 회장을 살렸던 것처럼 응급사건 발생 시에는 5분, 10분이 가장 중요하다 셋째, 대통령은 현장 책임자에게 전권 위임해야 한다. 넷째, 안전행정부의 주된 역할은 공직자의 인사, 자질 향상, 책임 및 윤리의식을 강화시키는 것이다. 안전행정부는 일반 회사에서 총무·인사과인 셈이다. 따라서 그들이 가진 기득권을 내려놓고, 책임윤리의식을 가져야 한다.

지난 수십 년 동안 경제발전에만 역점을 두었기 때문에 앞으로도 대형사고와 재난은 계속 터질 수 있다. 여객선, 지하철, 철도 등도 계속 사고의 위험성을 안고 있고, 아파트 증축이나 개조로 인해 붕괴의 위험성이 있으며, 그리고 바닷물이 섞인 모래로 건설한 아파트 붕괴 위험도 간과할 수 없다. 이러한 문제들은 박근혜 정부와 무관하게 지난 60년 동안 경제 부분에서 이렇게 해 온 것이다. 계속 문제가 터지는데, 예방하고, 또 터지면, 즉시 재난구조할 수 있는 부분이다.

세월 호 참사에 대한 광범위한 토론과 의견수렴 과정에서 거버넌스의 핵심주체인 정부와 공무원, 기업, 국민은 재난과 안전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각각의 역할과 책임을 고민하게 될 것이다. 민주적으로 정책을 결정하기까지 시간은 걸리지만 결과적으로 더 큰 효과를 줄 것이다. 소수 전문가의 말을 듣고 행정안전부를 안전행정부로 바꿨겠으나 득보단 실이 많았다는 평가를 귀담아 들어야 한다.

세월호 세대에게 희망을!

유명종 정치경제연구소 소장

세월 호 참사는 온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302명이라는 고귀한 인명이 수장되는 것을 지켜보아야 하는 전대미문의 학살사건이다. 이는 세월 호의 선장이라는 개인에서부터 청해진 해운과 배후의 구원파 이단의 무리들, 해양경찰, 무능력한 정부까지 총체적으로 연계돼 일어난 것이다. 너무도 그 충격이 강력하여 4월 16일 이후로 대한민국은 세월 호, 이전과 이후로 나눠졌다. 발제자는 1996~1998년생들이 대부분 현재의 고교생 세대를 ‘세월 호 세대(약칭 S세대)라 칭해 봤다. 본 발제에서는 S세대가 의미하는 바는 무엇이고, 이들의 활화산 같은 분노와 심해와 같은 절망을 어떻게 보고 어디로 길을 내어야 할지 고찰해 보겠다.

S세대의 부모들은 586 세대가 대부분이다. 이들은 80년대 민주화 항쟁의 주역들이었다. 하지만 양극화는 심화되고, 민주화 운동의 결실은 소수에게 돌아가고 대다수는 평범한 시민으로 생계를 책임지는 위치에 서야 했다. 그리고 점점 더 치열해지고 고착화 되는 계층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자녀교육에 엄청난 투자를 하며 본인의 못 이룬 꿈을 전가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그들의 자녀들은 학교에서 수업을 듣고, 고교시절은 ‘입시를 위한 전투’에 매진하는 학습기계가 돼야만 했다. 현재까지는 이렇게 흘러왔으나 S세대 이후 세대는 달라질 것이다.

그래서 S세대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고민하며 세 가지 정도를 생각해 봤다. 먼저, 정치적 주체가 되기 위해 투표연령을 낮춰야 한다. 선거연령을 고2 연령대인 만 17세로 낮춰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제3의 개척 세대가 돼야 한다. 각 분야의 관행을 깨고, 열정과 청년정신으로 새로운 동력을 줘야 한다. 다시 말하면, 기회를 줘야 한다는 것이다. 발표, 발언권을 주고, 간부역할의 기회도 줘야 한다. 기성세대는 그들에게 길을 열어줘야 한다. 셋째, 통일시대의 주역이 돼야 한다. 세월 호 참사의 원인을 살펴보면, 경직된 70년대 방식의 통치가 21세기에 재현된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벌써부터 제2롯데월드, 월성 고리 1호기 등에서 위험 징후가 감지되고 있는데 모르쇠로 지나가고 있다. 이를 각성하게 되면, S세대는 그 중심에 서게 될 것이다.

누구나 십대 시절 강렬한 기억은 결코 잊지 못하듯, S세대의 대 변혁의 역사는 이미 시작됐다. 아직은 씨앗이 뿌려져 토양을 뚫고 지면으로 올라오지는 않았지만 이들의 마음 속에 뿌리내리고 있는 '세월호'는 결코 사라지지 않는 새 역사의 원동력으로 사용될 것이다. 본인도 미력하나마 이들을 위해 기존 시스템과 관행에 작은 균열이라도 일으켜 이들의 열정과 에너지가 분출될 수 있게 되길 간절히 기원한다.

성상현 기자 jacksung8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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